윤석남 '임봉선 초상'. 임봉선 애국지사는 1919년 3월8일 대구의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해 대구지방법원에서 보안법 위반 죄목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1년의 옥고 끝에 출소 후 26세로 생을 마감했다.<대구미술관 제공> |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제23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윤석남 작가(1939~)의 개인전 '윤석남'을 오는 12월31일까지 대구미술관 2·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연다.
윤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1982년 개인전 이후 꾸준한 활동과 더불어 1990년대에는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if)'를 발행하는 등 여성문화 발전을 위해 애썼다. 이번 전시는 '여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투쟁과 헌신의 여성사 △정체성 △생명과 돌봄의 가치 등을 다양한 매체로 조명한다.
특히 대구를 비롯한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의 채색 초상화 20점을 신작으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윤 작가는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 작업은 누구보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 친정 어머니를 기리는 연장 선상이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역사 속 사라진 존재가 아닌 빛을 발하는 인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는 사진과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얼굴을 그리고, 채색화로 얼굴을 또 그린다. 다음은 그 얼굴을 바탕으로 한 큰 작품을 그리는 과정이 이어진다. 윤 작가는 "사진과 기록을 참고해 최대한 생생하게 그리려 애썼다. 그들의 일생을 직접 살아본 것처럼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1천25마리의 유기견과 그들을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다. 윤 작가는 인간에게 버림받고 무력한 처지에 놓인 1천25마리의 유기견을 위로하고 할머니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1천25개의 조각을 만드는 작업에 5년간 몰두했다.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대구미술관 제공> |
'핑크룸VI'은 윤 작가의 '룸' 연작 중 하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색상과 오브제를 통해 소개됐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의 내면을 형광 핑크로 둘러싸인 방, 앉을 수 없는 소파, 유리구슬, 거울 등을 통해 형상화했다.
윤 작가는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일기를 쓰듯 수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당시 작가가 느낀 감정과 생각, 관찰, 일상 경험을 담아낸 드로잉 연작에는 작가 내면과 여성의 삶에 대한 소회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100여 점의 드로잉과 함께 작가의 자화상도 함께 선보인다.
이정민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윤석남의 시선을 따라 용기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여정이다. 여성의 삶과 투쟁이라는 페미니즘을 넘어, 휴머니즘의 실천으로 확장된 차원에서 윤석남의 예술세계를 만나는 기회"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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