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계 문화기부 확산...소외계층-지역민에 '문화혜택', 문화예술 저변확대 '순기능'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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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31  |  수정 2021-05-31 08:00  |  발행일 2021-05-31 제20면
대구 문화계 문화기부 확산...소외계층-지역민에 문화혜택, 문화예술 저변확대 순기능
대구 북구 행복예술아카데미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행복북구문화재단의 기부 프로젝트 '나비자리'로 마련된 악기로 연주하고 있다.<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대구문화재단, 기부 챌린지-ARS 문화나눔
달서문화재단,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 출범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나비자리 기부 캠페인
대구오페라하우스도 객석 교체 기부 추진
지역기업, 딤프 후원 등 메세나 활동 활발


지역경제 위축과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대구 문화계를 중심으로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지역 문화기관 및 단체들이 집계한 문화 관련 기부(이하 문화기부) 금액은 지난해 대폭 감소했지만, 올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었고 문화기부 저변도 확대일로에 있다.


특히 문화기부의 경우 지역 문화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에 기대가 크다. 지역주민이나 단체 및 기업의 자발적 문화기부는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문화관련 시설과 단체에 '단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외계층 등 더 많은 지역민에게 문화 혜택이 돌아가고 결국 지역문화 여건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기부자와 예술인 및 예술단체 간 공감대 형성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커진다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경기불황과 기부자의 어긋난 문화 가치관 등은 문화기부 확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문화계 문화기부 확산...소외계층-지역민에 문화혜택, 문화예술 저변확대 순기능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오는 8월 이후 설치될 새 객석. 올해 360석에 대한 객석 기부를 진행해 기부좌석에 명판을 부착한다.<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코로나19에도 문화기부 저변 확대
대구문화재단은 올해부터 문화기부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 달에 1천4원을 기부하는 '천사의 힘', 1만 원을 기부하는 '만원의 동행' 등 소액 정기 기부와 지난해에는 연말 문화기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20 대구문화재단 기부챌린지'를 추진해 20명이 릴레이 기부에 참여했으며 추가 기부로 3천여만원을 모금했다.


대구문화재단의 문화기부 활성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 사업이 2013년부터 진행했던 '문화나눔 ARS'다. ARS 전화 한 통을 통해 문화예술기금 2천원을 기부하는 형태였다. 이듬해에는 매월 1만원을 자동이체해 정기적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1만원의 예술충전'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연 500만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기업)에 대해선 고액기부자 클럽인 '컬처 소사이어티' 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대구문화재단의 기부금은 최근 3년간 비슷한 수준이다. 2018년 2억5천843만원, 2019년 2억6천900만원, 지난해 1억6천904만원이 기부금으로 들어왔다. 올 들어서는 기부금 4천만원을 확보했다. 과거 기부금 대부분이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운영 지원, 학술대회, 공연 등에 쓰였는데, 앞으로는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선순환이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는 사업을 재단이 계획해 기부금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달서문화재단도 지난달 23일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를 출범했다. 지역 문화 소외 계층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하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후원하기 위해서다. 아모르 소사이어티는 현재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올해는 1인당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해 들어온 후원금은 계획한 사업에 모두 사용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향후 후원회 인원과 금액을 늘려나간다는 게 달서문화재단의 계획이다. 올해는 후원금에 자체 예산을 더해 총 1천여만 원의 예산으로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인 '공연배달서비스'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한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기부캠페인 '나비자리'를 통해 문화기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9년 4천580만 원, 2020년 2천460만 원이 기부금으로 들어왔다. 올해는 기부금 785만 원을 확보했다. 나비자리 기부자에게는 공연할인권 증정, 기부자 명패 제작 등 다양한 혜택에 주어진다. 최근에는 대구은행 북구청 지점으로부터 기부받은 2천만 원으로 행복예술아카데미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기를 구입, 지역 문화 저변을 넓히고 있다. 수성아트피아의 경우 대구 공연장에서 처음 출범한 후원회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창립된 후원회의 회원 수만 현재 154명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03년 개관 이후 18년 만에 노후 객석 교체를 하면서 객석 기부를 추진한다. 기부자 이름 또는 법인명이 적힌 명판이 객석에 부착되는 '네이밍 도네이션(Naming donation) 형태로 진행돼, 객석 하나당 50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 객석 기부 사업은 우선 360석에 대해 진행하고, 추후 공연장 내 모든 객석(1천600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공연 제작, 쾌적한 공연장 환경 조성 등에 사용한다. 새롭게 교체되는 객석은 오는 8월 이후 공연장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구 문화계 문화기부 확산...소외계층-지역민에 문화혜택, 문화예술 저변확대 순기능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로비 벽면에 있는 '수성아트피아 후원의 전당'에 후원회원들의 이름이 부착되어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기부로 활성화된 문화축제
기업의 공익사업 지원 활동인 '메세나(Mecenat)'도 지역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대기업보다 지역기업 위주의 메세나 활동이 주를 이뤄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뮤지컬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메세나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은 다양한 기업의 문화 메세나 참여로 매년 풍성한 축제를 만들고 있다. 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체 아진산업은 DIMF를 통해 수년간 문화분야 후원에 나서고 있다. 지역 건설사 화성산업 역시 <재>화성장학문화재단을 통해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인 'DIMF 뮤지컬스타'를 2년째 후원하고 있다. 우산·양산 업체인 협립양산의 <재>협립매곡문화재단은 장학사업 위주로 펼쳐오던 후원사업을 DIMF를 통해 문화예술분야까지 확대해 메세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전문기업으로 지역의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대호약품과, 금속가공제품 제조 기업 <주>티에이케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인 <주>대영채비, 동아시아 문화교류에 앞장서는 <재>동아시아문화센터도 DIMF의 문화 메세나 파트너로서 활약중이다.


이 밖에도 대구백화점, <주>풍국면, 닥터스영상의학과, 박문흠이비인후과 등 많은 기업 및 단체들이 DIMF를 통한 사회 공헌을 펼치고 있다. 비씨카드는 DIMF 프로그램 중 뮤지컬 전공 대학생들이 펼치는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을 공식후원하고 있으며 각 대학의 경쟁을 통해 수여되는 단체상을 'BC카드 상'으로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DIMF 관계자는 "기업의 문화 메세나 활동 덕분에 시민들에게 양질의 뮤지컬을 소개하고 수준 높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의 선한 영향력이 뮤지컬의 대중화 및 산업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화에 대한 애정 및 경기 회복이 관건
지역 광역·기초문화재단과 문화 관련 기관이 문화기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지역 기업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기부를 이끌어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문화 현장의 목소리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부문화가 문화기부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기부자나 단체가 후원금을 통해 예술단체나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서, 기부 취지가 변질 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후원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공연 티켓 등 편의를 제공하게 되면, 일반 관람객의 문화 향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몇몇 개인과 기업의 경우 단지 세금을 아끼기 위해 기부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후원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지만, 변질 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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