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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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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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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동굴의 환영
칠흑 같은 지하 동굴 속에 죄수들이 갇혀 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묶이고 목조차 족쇄가 채워져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동굴 벽만 보고 살고 있다. 죄수들의 등 뒤에는 횃불이 타고 있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인형극 놀이를 한다. 나무로 만든 동물과 사람을 가지고 꼭두각시놀이를 하는 것이다. 죄수들은 횃불에 의해 동굴 벽에 투영되는 자신들과 인형들의 그림자를 볼 뿐, 인형들과 이들을 움직이고 대사를 읊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볼 수도 없고 본적도 없다. 죄수들에게 그림자는 실재이고 들리는 대사는 그림자의 대화로 인식한다. 그림자라는 인식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러다 한 죄수가 탈출하여 동굴 밖으로 나가면 평생 처음 경험하는 눈부신 햇살 때문에 한참을 헤매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에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동굴 속에서 봤던 그림자들의 진짜 모습이라고 아무리 일러줘도 그 사실을 거부하고 오히려 그것들이 환영이라고 우긴다.이 이야기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담긴 유명한 동굴 우화다. 동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죄수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보이는 세계의 이미지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진실을 아무리 알려주어도 알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를 인지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그 판단과 반대되는 의견들은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리는 현상이다. 개미 투자자 김씨는 A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업에 몰빵 투자를 했다면, 신제품 출시나 해외 수주 같은 이 기업의 호재에만 귀를 기울이고, 취약한 재무구조나 경쟁기업의 약진 같은 불리한 정보는 배척하거나 사소한 요인으로 애써 무시해 버린다. 갭 투자에 의해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언제나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무주택자들은 현재 집값에는 과거 일본처럼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주택자들은 건축자잿값 인상과 부동산 불경기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부진, 이어지는 주택 공급부족 현상에 주목한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 양산과 저출산율, MZ세대에서 속출하는 주포자(주택 구입 자포자기) 기사에 몰입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함께 사이버세계 역시 또 다른 동굴이다. 유튜브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관련 영상을 검색하여 보고 나면 내재된 필터버블 알고리듬에 의해 내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도배된 또 다른 영상을 보게 된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알고리듬이지만 역설적으로 구독자의 확증편향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입맛에 맞는 주장을 선택할 수 있는 SNS와 OTT 플랫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굴의 일부이고, 이들은 모두 과잉·과격·과몰입을 부르는 알고리듬을 장착하고 있다. 요즘 선거철에 정치인과 정치 유튜버들이 뻔한 가짜뉴스와 거짓말을 마구 해댈 수 있는 것은 이에 환호하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에 기대 정치인들은 강성 팬을 얻고 유튜버들은 돈을 번다. 여기에 우리 사회를 이어주고 지탱하는 도덕과 윤리는 설 자리가 없다. TV 화면에 비치는 정치토론은 공정성을 내걸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확증편향 간의 싸움이라는 것이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보수와 진보 간 이념적 견해차도 아니고 미래 비전과도 관계없는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대립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올해 두드러진 심리현상으로 확증편향을 꼽았다.권 업 객원논설위원권 업 객원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플리츠' 주름의 아름다움
일본의 디자이너인 이세이 미야케는 1971년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 1973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쇼를 선보였다. 미야케는 1988년부터 의류의 주름을 연구했다. 옷감을 재단하고 옷의 형태를 잡아 재봉한 후 주름을 넣어 '가먼트 플리팅(garment pleating)'이라는 기술로 '플리츠(PLEATS)' 라인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복 '플리츠 플리세'를, 남성복 라인으로 '옴므 플리세'도 내놓았다. 플리츠 라인은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이다. 입는 이의 몸집에 따라 주름이 더 펴지거나 접혀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 주름은 '구김'이 아니다. 종이를 안과 밖으로 반복해서 가로로 또는 세로로 접는 모양이다. 앞의 문장은 기자의 관찰대로 쓴 것이었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미야케는 일본 전통 종이접기(origami)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곡선까지 만들어 내며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또 다른 면으로 넓어진다. 또 다른 면은 한쪽에서 바라봤을 때고 사실은 모든 게 한 면이다. 미야케의 디자인은 '한 장의 천(a piece of cloth)'이라는 콘셉트를 이어오고 있다.스티브 잡스의 외형적 특징이랄까,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와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검은 터틀넥.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이 플리츠 라인이다. 몇 해 전 여름에 유행해 많은 여성들이 '주름바지'를 입었다. 삼각형이 여러 개 짝을 지어 타일 모양을 만들어내는 그 가방, 바오바오(Baobao)도 미야케의 작품이다. 플리츠 형식으로 의류와 잡화를 생산하는 국내 브랜드도 많이 생겼다. 이렇게 미야케의 플리세는 말 그대로 '주름'의 골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1991년생인 기자는 주름에 대한 기억이랄까, 생각이 많지 않다. 그 시절치곤 나름 늦둥이여서 그런지 부모님의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친구들 부모님의 주름보다 깊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 30대 중반에 가까워진 기자에게도 이마의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면서 이 주름이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부모님의 주름처럼 깊어질까, 생각한다. 미야케가 만든 옷의 주름에는 접힘과 펴짐 사이에 아름다움을 채워 넣었다. 옷 이야기 실컷 하다가 갑자기 부모님의 주름을 생각한다니, 주책인가 싶기도 하다.이제는 답을 주시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 주름에는 무엇이 담겼고 무엇이 쌓이고 있을까. 낳아주셨을 때의 부모님의 나이를 지나고 곧 지날 기자의 주름에는 무엇이 담길까.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과 생각의 한 줄이 주름으로 새겨졌을까. 그저 시간이 풍화(風化)한 흔적이 아니길 바란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2022년 별세한 일본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뉴욕타임즈 캡처'옴므 플리세'의 가디건. 인터넷 캡처
[사설] 위기의 윤석열 정권, 겸허함과 진성성 담은 개혁이 탈출구
22대 총선은 집권 여당 국민의힘 참패로 끝났다. 여당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한편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자 성적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란 질문이 남는다.'겸허한 국정운영'이 요구된다. 2년 전 윤석열 정권은 180석을 전후한 강력한 반대파 권력 환경을 안은 채 출범했다. 당시 여소야대는 윤 대통령이 물려 받은 것이지 자초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야당의 패권적 입법부가 된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재임 중 이뤄진 압도적 참패이고, 이는 상당 부분 윤 대통령의 책임과 결부돼 있다. 야권이 대통령 탄핵 가결 수준인 200석을 넘기지 못했다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겸허함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정비가 우선 필요함을 전제한다. 대통령 수석비서관과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받아들이고 진용을 쇄신해야 한다.집권여당 국민의힘과 당정 소통도 더 절박하게 됐다.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됐던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권위와 통제가 먹혀들었겠지만,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은 대통령 임기와 차기 대선을 넘어 2028년까지 국회를 구성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조금이라도 이탈한다면 그야말로 식물정권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그걸 원천 배제하려면 지혜로운 당정 소통이 불가피하다.야당과의 관계에도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야당이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해 9번이나 거부권을 발동했지만, 향후에는 그 빈도와 강도를 줄여야 한다. 물론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소신을 담은 개혁 과제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기왕 칼을 뽑은 의료개혁에서부터 연금·교육·노동 개혁까지 종전과 다른 대(對)국민 설득 작업이 가미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포착할 줄 아는 국정운영 능력에 따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사설] 다시 의회 장악한 野, 권한 커진 만큼 국정 책임 나눠 가져야
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190석 넘게 차지하며 다시 의회를 장악했다. 역대급 야당 압승은 분노한 민심의 표출이다. 동시에 여야 간 극한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은 선거 내내 '윤석열 3년은 너무 길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만약 거대 야당이 그런 '선거용 메시지'를 현실화하려 한다면 정국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건 야당에 표를 준 유권자도 원치 않는 일이다.4년 전 탄생했던 21대 '거야(巨野) 국회'의 성적표에 국민 시선이 곱지 않았음을 상기하길 바란다. 그런 국회 모습을 재현한다면 정부·여당을 향했던 분노가 야당에 부메랑 돼 돌아간다. 190석 범야권은 입법 주도권을 쥐고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여기에다 개원하자마자 대통령 탄핵, 개헌 카드를 꺼내거나 '한동훈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을 내밀면 국회는 정쟁으로 요동칠 게 뻔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등의 재추진도 시한폭탄이다.권한이 커진 만큼 국정 책임도 커진다. 야당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승리 직후 "민주당에 민생을 책임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고 했지 않는가. 김부겸 상임 선대위원장도 "반대정당을 넘어서 책임 정당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 했다.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는 대안 정당'이 190석을 손에 쥔 거대 야당이 서 있을 책임 있는 자리다. 민주당 압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은가. 오만과 독선에 빠져 폭주하면 민의는 국회 권력을 다시 회수한다.
[사설] TK 초선 의원들, 초심 잃지 않고 새바람 일으켜 달라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이하 TK)은 '보수의 심장'답게 국민의힘 후보 모두가 당선됐다. 이런 가운데 첫 '민의의 대변자'가 된 지역 초선 의원들이 향후 어떤 의정 활동을 펼쳐갈지 주목된다. TK에선 모두 8명의 지역구 초선 의원이 탄생했다. 이들은 당선 소감에서 한목소리로 "겸손한 자세로 지역구 주민을 섬기고 정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TK 특유의 불문율 속에서 어렵지 않게 당선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특히 초선 의원 가운데 국민추천의 미명 아래 '낙하산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들의 각오는 더욱 남달라야 할 것이다. 혹여 '내가 잘나서 당선됐다'고 여긴다면 난센스다. 후보자의 얼굴도 모른 채 그대들에게 표를 몰아준 유권자도 많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오로지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보수의 텃밭을 지키기 위해 한 표 한 표를 보탠 TK 유권자들의 속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그동안 TK 의원들은 다른 지역 의원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TK 초선들이 무겁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번 TK 초선만이라도 거수기 노릇과 극한 대결 정치의 행동대(行動隊)가 돼선 안 된다. 특권적이고 폐쇄적인 정치 관행을 깨는 혁신의 일꾼이 되어 달라. 아울러 TK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여하한 고난과 수고도 마다하지 않길 바란다. 금배지만 달면 나랏일을 핑계로 '하늘처럼 받들겠다'던 지역 유권자에게 태무심한 의원도 많다. TK 초선들은 이런 구태를 절대로 따라 해선 안된다. TK 초선들의 당선을 축하하며 건투를 빈다.
[자유성] 백종원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씨가 문경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외식 분야 인력 양성과 창업을 위해 최근 문경을 방문했다. 지난해 8월 백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와 문경시가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맺은 뒤 약속했던 문경시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이 개발원은 앞으로 문경시민들을 대상으로 약돌돼지나 오미자 등을 재료로 하는 문경만의 특화된 먹거리 사업과 창업 인력을 키운다.더본 코리아는 충남 예산에 첫 외식산업개발원 지점을 만들어 대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경이 두 번째 지점이고 전남 장성에 세 번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개원식에 예산군수와 장흥군수가 참석한 것도 성공을 바라는 한마음에서였다. 하루 전에 문경을 찾은 장성군수는 주요 관광지와 먹거리를 세심하게 살피는 등 자신의 고장과 비교하면서 개원 준비를 챙겼다는 후문이다.근간 산업이던 석탄 산업이 폐광이라는 충격파를 맞으면서 문경은 인구가 반 토막 이하로 감소하는 등 소멸 위기에 놓인 지 오래됐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이 세워지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으나 일시적인 처방에 그치기 일쑤였고 줄어드는 인구와 경제 규모는 여간해서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나마 백두대간의 수려한 산세 덕분에 관광산업이 자리를 잡은 것이 다행이었다.제조업이 힘든 여건에서 관광 서비스업과 농업이 문경 경제의 돌파구 역할을 했고 외식산업개발원도 이 같은 차원에서 공을 들인 것이다. '먹방' 스타가 많지만, 백종원씨는 "복스럽게 먹는다"라는 표현처럼 외식분야의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한다. 문경의 먹거리나 외식도 그의 명성과 복을 나눠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광장에서] 기후·환경 공약, 구호가 아닌 이행이 중요
2023년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지구온난화·기후변화'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기후유권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를 고려한 듯 각 정당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사회·경제 분야 등에 대한 전통적인 공약과 함께 기후·환경 공약을 강조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대선에서도 '기후변화' 이슈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더 이상 국내, 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한 의제가 되었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 제안된 기후·환경 공약의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의 주요 공약은 첫째로 기후대응기금 확충(2024년 2.4조원→2027년 5조원) 로드맵 마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능 강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탄소중립녹색장기본법' 개정 등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강화이다. 둘째로, 원전·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확충, 수소 생태계 구축 및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 등에 더해 감축 목표 상향 및 유상할당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혁신하고, 재정지원 및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 지원 등을 통한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 외에 지역 기반의 기후테크산업과 기후테크 유니콘 육성, 민관합동 녹색투자 펀드 조성 및 산업은행 탄소중립 정책금융 확대 등을 통해 기후산업 및 녹색금융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공약은 첫째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감축(2018년 대비 52%) 추진,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추진, 기후대응기금 확보(2027년까지 7조원 이상) 및 단계적 확대,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상향 등 탄소 감축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산업구조 대전환 지속 추진, 탄소중립산업법(한국형 IRA) 제정으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 탄소중립 신산업·신기술 발굴로 탄소중립 역량 강화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 외에 재생에너지 보급 강화, RE100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적극 대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 시대를 여는 것이다. 양당 모두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확대하고 기후산업 및 녹색금융 성장 지원, 탄소중립형 산업전환 추진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 외에 큰 차별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부 공약은 그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있기도 하다.결론적으로 기후변화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슈이다. 이제 기후변화가 주요한 정치적 의제가 된 만큼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선거 국면에서 계속해서 이슈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선거용 구호가 아닌 기후·환경 공약의 실제적인 이행에 가장 힘써야 할 것이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더 나은 세상] 삶에 항복할 때 오는 것들
운전을 즐긴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20대 초부터 운전을 했음에도. 유학생활 때도 최대한 좋은 위치에 집을 얻어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일상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러다 새스커툰에 처음 왔을 때, 눈보라 속에서 혹은 빙판길 도로를 캐나다의 긴 겨울 동안 운전해야 하는 건 가장 큰 공포 중의 하나였다. 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북미 특히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은 비효율적이라 "여기는 운전 안 하면 못 살아"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사는 곳. 첫 학기 단과대학 교수회의 때 학장에게 "오늘 회의에 못 갈 것 같아. 이 날씨에 도저히 운전을 못 하겠어"라고 e메일을 보냈을 정도였다. "이해해. 다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려"라는 답이 왔지만, 그것도 처음 한두 번이지 계속될 순 없는 일. 게다가 수업은 꼭 가야 하니 어깨와 목에 바짝 힘이 들어간 채 죽을 것 같은 무서움을 참고 운전해서 수업 갔다 집에 오면 "휴 오늘은 이제 안 나가도 돼"라고 절로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전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지인이 식사 초대를 해도, 운전이 무서워 못 간다고 했을 정도로. 사람들은 친절해서 태우러 와주기도 했는데 그것도 처음 한두 번이고.코로나 때 한국에서 지내다 연말 복귀하면서 한동안은 운전하지 않고 지내겠다고 결정했다. 상점들 많은 곳에 집을 얻었고, 수업 가야 하는 날은 정 안되면 비싸도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건 10여 년 전의 나에게, 정말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해내야 한다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누구도 없으니 내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정말 무섭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지금의 내가 주는 선물이었다. 삶이란 참 신비로워서, 그러고 나니 우연히 만난 예전 학생이 마침 근처에 사는 대학 교직원이 되어 있어 캠퍼스 가는 날 태워주겠다고 나섰다. 로터리 클럽 모임 때는 멤버들 중 가는 길에 태워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곳에 한국 성당은 없으니 좋은 교회나 성당을 찾는다고 했더니 동료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오면 태워주겠다고 했다. 예전 친척이 이 도시 살 때 10년간 예배가는 길 태워준 적 있다고. 그렇게 그 동료의 남편까지 매주 교회 오가는 길에 만나며 친구가 되었다. 친한 친구들과 공연이나 식사 약속이 있을 때는 이제 당연히 몇 시까지 태우러 갈게 이런 메시지가 온다. 물론 내가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교수들은 수업, 회의 외에는 컴퓨터로 대부분 업무가 이루어지니 집에서 일했는데, 교직원들은 출근 시간이 이르니 아침 일찍 가서 퇴근 시간까지 오피스에서 일한다. 집보다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 또한 덕분에 업무를 되도록 집에 가져오지 않아도 되고 동료들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줄 아는 건 중요하고, 동시에 도움이 필요할 때 내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 청할 줄 아는 건 내면이 강해졌을 때만 할 수 있더라. 그렇게 내 에고를 항복할 때 삶은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고. 지금 지치고 외롭고 힘든데 끝내 해내야 한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놓아보라고, 그때 펼쳐질 새로운 삶에 마음 열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찬란히 아름다운 봄이니까.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취재수첩] 참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성주군의 노력
전국적 참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참외 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 있는 경북 성주군이 5년 연속 참외 조수익 5천억원 달성에 힘입어 올해는 '참외 조수입 8천억원' '농업 조수입 1조원 달성'이라는 성주군 역사상 최대의 영농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겨울부터 계속된 이상기후의 여파로 성주군의 농업생산량 목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겨울철 온난한 날씨와 야간 저온, 흐린 날씨와 비가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참외 발효과 발생이 많이 증가하면서 생산량 저하와 농가 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상 꽃을 피우고 수정 후 출하까지 40여 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4월 출하량 또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이처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큰 흐름으로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반해 제철 과일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다양한 재배환경의 개선 및 기술발전을 시기 질투라도 하듯 때때로 자연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통해 몽니를 부리는 듯해 잠시라도 연구개발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근대농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세기 중반 시작된 윤작법은 지력을 향상해 영국을 농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1950년대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는 녹색혁명은 미국을 현재까지 세계 농업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게 했다. 최첨단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농업 부문에도 접목되면서 새로운 농업혁명도 꿈틀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도 그중 하나로 특히 AI는 기후 예측뿐 아니라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 재배 등 다양한 현장에 접목될 수 있어 최근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성주군은 변함없는 '참외 조수입 6천억 시대' 정착을 위해 '성주형 스마트 참외 산업 모델'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성주군의 참외 스마트팜 시설보급률은 비록 4.8%에 그치고 있지만, 성주군은 2026년까지 30%까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주군의 참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석현철기자〈경북부〉석현철기자〈경북부〉
[박규완 칼럼] 국회의원 특권 없애자
국회의원을 흔히 '신의 직장'이라 한다. 왜일까.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라서? 지역 민의의 대표자라서? 아니다. 당론을 충실히 따르는 '정당 병정'일 뿐이며, 민의를 대변하기보단 정쟁과 명예 탐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국회의원이 '신의 직장'인 까닭은 오롯이 그 많은 특권과 특혜 때문이다. 의원 당선이 입신양명의 압축판인 이유이기도 하다. 특권·특혜 및 의전 관련 조항이 무려 186개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타고 공항과 역 귀빈실을 이용한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과 약국·치과·내과·한의원이 무료다. 수입도 쏠쏠하다. 2023년 기준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5천426만원이다.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3위다. 여기에 1억원가량의 의원실 경비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의원 차량 유류비, 출장비 등이 포함된다.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는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만의 시그니처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인턴 1명이다. 보좌진 총급여는 5억2천여만 원. 의원 1인당 연간 7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꼴이다. 2000년 이전까진 보좌진이 5명이었다. 국회의 씀씀이가 더 방만해졌다는 증좌다. 이뿐이랴. 국회의원은 매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도 공공연히 의원들의 주머니를 불려준다. 게다가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환급받는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출마하고 돈도 받고. '선거 재테크'가 가능한 구조다. 국민세금으로 의원 전용 '화수분'을 만들어주는 격이다. 특권의 백미는 또 있다. 불체포 특권이 방호해주니 웬만한 비리·불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거짓말해도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유감스럽게도 의회 효용성 평가는 OECD 국가 최하위다. "가성비가 낮다"는 말만으론 우리 국회의 '고비용 저효율' 체계를 온전히 웅변할 수 없을 듯싶다.한데 '신의 직장'치곤 진입 문턱이 낮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거나 막말을 쏟아낸 인물, 성범죄 옹호자, 부동산 투기꾼이 걸러지지 않는다. 특권은 강고하고 구성원은 열화(劣化)하는 형국이다. 구태정치의 야누스다. "국회부의장이 직접 커피를 뽑아 탁자 위에 놓았다. 3선 의원인데도 따로 보좌관이 없고 방은 작았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가 전한 스웨덴 국회의 단면이다. "온갖 특권을 누리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니 정치가 부패·타락하는 것"이라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진단은 틀리지 않는다. 이제 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계몽주의의 초석을 놓은 영국 정치사상가 존 로크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라고 했다. 일하는 대리인에 특혜와 특권, 과잉 의전이 왜 필요한가. 특권 폐지는 22대 국회에 부여된 소명이자 국민의 여망이다. 국회의원은 '신의 직장'이 아닌 '3D 업종'이어야 한다. 그래야 상시 '일하는 국회'가 구현된다.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독과점 구도를 혁파할 수 있다. 여의도가 바뀌어야 공정과 지방의 가치가 존중되며 대화와 협상의 문화가 작동할 수 있는 '새 정치'가 열린다.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스웨덴 국회의 신뢰도는 63.3%인데 비해 한국 국회는 20.7%에 불과했다. 특권의 역설이다. 특권 폐지가 정치 업그레이드의 시작점이다.박규완 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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