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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가톨릭 신자다. 모태신앙 신자는 아니고, 성인이 되고 나서 세례받았다. 지난 3월 부활절에 받았으니 비교적 최근이다. 큰 고난이 닥쳤을 때 신앙이 있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종교를 갖게 됐다. 천주교를 택한 건 살면서 만난 가톨릭 신자들이 하나같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고,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신앙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은 크게 없는 편이다.그런 종교 중 대표적인 게 불교다. 체질적으로 경쟁과는 맞지 않는 성격이지만 어릴 적부터 무한한 경쟁에 치여..
"전엔 엄숙한 종교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힙하고 재미있게 느껴져요." 다소 엄숙하고 어려운 이미지로 여겨졌던 불교가 이제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종교로 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와 '의외성'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불교 특유의 포용적 교리와 메시지가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흥미를 가질 만한 이색적인 이벤트가 최근 많이 열리고 있다.'서울국제불교박람회' 파격 시도 호응EDM 입힌 뉴진스님의 찬불가 열광방문객 전년비 3배…10~30세대가 80%커플매칭 예능 패러디한..
[동 추 거문고 이야기] 〈9〉형체 없는 거문고
'줄 없는 거문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형체 없는 거문고'를 이야기한 선비가 있다. 안동(풍산) 출신으로 대구부사를 지낸 동리(東籬) 김윤안(1560~1622)의 '무형금(無形琴)'이다. 그는 도연명에게 줄 없는 거문고(無絃琴)가 있었다면 자신에겐 형체 없는 거문고(無形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윤안은 작은 초당을 하나 마련한 뒤 적은 글 '소우당기(消憂堂記)'에서 이렇게 말했다."나는 어려서부터 매우 가난하였는데 늘그막에 구산(龜山) 아래에 집을 빌려 살았다. 집 둘레는 휑하여 바람과 햇빛조차 가릴 수 없었다. 손님이 오면..
[권응상의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이야기’] 몽골제국의 수도 카라코룸 ② 칸의 도시, 에르덴조 사원 흔적서 만나다
카라코룸은 19~20세기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출토된 유물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일부는 몽골 국립역사박물관에 있고, 또 최근에 문을 연 카라코룸 박물관에 중요 유물들을 상당수 전시하고 있지만 도시의 전반적인 실체를 가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원래 칭기즈칸 시대의 제국 중심은 헤를렌(Kherulen)강 상류였다. 그보다 훨씬 서쪽인 이곳 카라코룸에 수도를 정한 것은 그의 둘째 아들이자 제2대 칸인 우구데이이다. '원사(元史..
[사람의 서재] 조지 오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스탈린 시대 공산주의 독재를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의 한 문장이다. 오늘날까지 신문 칼럼에 인용될 만큼 명문이다.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저자인 조지 오웰의 통찰력과 깊은 식견은 빛나고 있다.조지 오웰은 1903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영국령 인도행정부 아편부 소속인 아버지의 근무지인 모티하리에서 태어났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영국으로 건너갔다. 성적이 우수해 1917년에는 학비를 면제받고 상류층의 학교로 알려진 이튼칼리지에..
[주말&여행] 경남 함양 지리산 가는 길, 지안재와 오도재…돌고 도는 고갯길…인생길 닮았구나
명징하게 구속된 속도를 의식적으로 지키고 있다.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이 뜸한 시골길에서도. 몇몇 차들이 바쁜 아침처럼 꽁무니를 보이며 쌩하니 멀어지면 속도계를 본다. 내가 너무 느린가. 그러다 난데없는 커다란 오토바이가 나를 앞지른다. 헬멧 아래 삐져나온 백발의 머리칼이 긴 강물 같은 잔상을 남긴다. 그 하얀 물결 따라 함양읍 구룡리 옥녀봉 아래에서 '지리산 가는 길'로 들어선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직선 길을 지나 팔령천을 건너고 조동마을을 스쳐 이제 꼬부랑길을 천천히 오른다. 저 앞에서 굽이마다 아슬아슬..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사의 선언들
영화 역사에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조(思潮)가 등장한다. 이 사조들은 당대 혹은 후대의 평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가령 영화 역사의 가장 도도하고 혁신적인 흐름이었던 프랑스 누벨바그의 경우는 '까이에 뒤 시네마' 등 당대의 비평가들에 의해 호명되면서 자연스럽게 명명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누벨바그 감독들은 그 이전 영화들, 즉 '아버지의 영화(Le Cinema De Papa)'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영상언어와 미학을 선보이고자 일련의 시도와 실험을 진행했다. 그것은 결국 후대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어나더 라운드'(토마스 빈터베르 감독·2020·덴마크)…음주 예찬 영화? 인생 예찬 영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93회)에 빛나는 영화의 관람을 오랫동안 미룬 까닭은, 아마도 소재 때문일 것이다. 원제가 'Druk(덴마크어로 폭음이란 뜻)'인 이 영화의 소재는 술이다. '어나더 라운드'란 제목도 '한 잔 더'라는 뜻이란다. 애주가에게는 혹할 말이겠으나, 영화는 결코 음주 예찬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비극 가운데서도 인생을 예찬하는 영화다. 단순히 '음주의 찬반'을 넘어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깊이 있는 영화다.등장인물은 중년의 위기를 맞은 네 명의 고등학교 교사다. 음악 교사 니콜라이의 생일날, 심리학 교사..
[금주의 영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진화한 유인원 vs 퇴화한 인간…생생한 특수효과 '압권'
전편이 나온 지 7년 만에 찾아왔다. 주인공 시저가 죽은 지 몇 세기가 흘렀다. 그사이 인류는 멸망하고 세상의 주인은 유인원으로 대체됐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는 인간을 사냥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한다.'혹성탈출' 시리즈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한 유인원 '노아'는 프록시무스에 맞서 자유를 꿈꾸고 있다.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된 노아는 묘령의 인간소녀와 함께 자유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금주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관종'의 삶 훔쳐보던 공인중개사, 살인사건에 휘말리다
공인중개사 구정태. 싹싹한 미소가 명품인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의 집에 들어가 몰래 훔쳐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SNS 인플루언서인 '한소라'다.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삶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한소라의 삶을 엿본 지 153일 되던 날,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구정태가 발견한 것은 소파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던 것. 로맨틱 코미디 같던 영화는 어느새 범죄 스릴러로 태세를 전환한다..
[박지형의 스포츠와 인문학] 중국 축구와 아레오파지티카
1644년, 영국 의회가 출판물의 사전 검열에 해당되는 '출판 허가제'를 부활시키려 하자, 문호 존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라 불리는 짧은 팸플릿을 통해 그것을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밀턴은 자유 경쟁만이 '진짜'를 판별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오픈된 장에서는 절대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신념은 이어진다. "일견 거짓으로 보이는 것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것을 사전 차단하는 것은 악(惡)이다." 밀턴의 저 통찰은 21세기가 된 지금 모든 정상 국가..
[개봉작] 미지수
감독:이돈구 출연:권잎새·반시온 장르:멜로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삶의 궤도에서 이탈한 다섯 인물들의 미지의 슬픔과 시간을 그린 영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지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절망적인 '우주', 우주선 발사뉴스에 집착하는 '기완', 비가 오면 발작하는 남편 때문에 괴로운 '인선' 등의 사연이 그려진다.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10일 집단 휴진 할까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 때 외국 의사 의료행위 허용…대구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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