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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륙 ‘팔도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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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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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로드]

냉면집이 없던 그 시절에는 직접 맷돌에서 메밀가루를 만들고 그걸 손으로 반죽한 뒤 나무로 된 국수틀을 통해 수제방식으로 면을 추출했다. 육수는 없었고 대신 동치미국물을 활용했다. 요즘은 굵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분창을 통해 기계식으로 면발을 만들고 있다(위). 냉면의 입맛은 저마다 다르다. 자기 입맛을 너무 확신하면 ‘불통의 냉면’이 된다. 소통의 냉면이 되려면 각기 다른 식성을 존중해야 된다. 메밀의 향기가 사라진 현대 냉면은 고명과 양념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그로 인해 어르신과 손자의 입맛이 한 자리에 앉을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소바도 쫄면도 아닌, 당면과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냉면(冷麵)! 이 ‘대략난감’한 음식은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다. 냉면, 이 놈은 워낙 다양한 선택지와 지역색이 공존한다. 그래서 냉면의 실체는 전국을 순례하는 여행작가급 미식가 수준이 아니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왜 우린 냉면에 대해서만 유독 맹목적 확신을 하는 걸까. 면발의 졸깃함, 육수의 보디감과 향기, 고명의 어우러짐과 서빙되는 갖은 양념류. 그걸 냉면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담아내는 과정에 오감이 총동원된다. 마치 와인과 안주의 ‘마리아주(궁합)’처럼, 그 감각이 냉면요리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냉면은 여느 식당의 하절기 반짝 틈새메뉴로 전락 중이다. 사계절 냉면 하나에만 올인하는 냉면 전문점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타지역에서 들어온 다양한 버전 냉면
대구 토박이 냉면계 파고들며 새 반향
SNS 통한 인기, 진주냉면·부산밀면
반월당·가온·동래·밀양 밀면 확산중


단골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다. 어떤 이는 면발, 또 어떤 이는 육수, 여기에 고명을 중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요소를 총체적으로 묶어 평가하는 단골은 드물다. 다들 한 가지 요소만 괜찮으면 ‘엄지척’한다.

냉면의 맛은 가업으로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다. 승계되는 순간 가장 먼저 변하는 게 육수다. 공장표 육수야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천연표 육수는 주인의 ‘골병’을 먹고 성장한다. 그 고역을 감당할 후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결국 봉지로 유통되는 공장육수가 득세할 수밖에.

그 시절 냉면은 단연 면이 중심이다. 육수·양념·고명은 면을 수식해주는 보조재료에 불과하다. 그땐 고기 육수를 얻기 힘들어 다들 동치미 국물을 육수로 사용했다.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서 북한은 꿩육수, 남한은 한우 육수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땐 메밀향 감도는 냉면을 선호했다. 남쪽보다 북한냉면은 향이 더 강했다. 점착도도 좋아 감자 전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면을 추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들 기계를 이용해 분창으로 면을 뽑아 사용한다. 이때 발생되는 열기가 메밀 특유의 향을 빼앗아버린다. 메밀향이 사라졌다면? 당면·쫄면·소면·냉면의 차이도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냉면 면발은 전국이 비슷하다. 차이는 육수와 고명에서 발생한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솔직히 ‘냉면의 굴욕’으로 보였다.

올해 들어 대구 냉면시장에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타지에서 들어온 다양한 버전의 냉면이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연 대구냉면계 4인방(대동·부산안면옥·강산·대동강면옥)의 위세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오랫동안 ‘대구는 오직 대구방식의 냉면뿐’이란 고집이 만연했다. 그런데 SNS마케팅, 배달문화 정착 등에 힘입어 젊은층이 전면으로 나서 ‘대안 냉면’에 대한 수요를 창출한 건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진주냉면과 부산밀면이 대구 토박이들 사이를 파고들면서 새로운 ‘냉면삼국지’를 그려내고 있다.

타지 냉면의 대구 급습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밀면 대구본점’이 맨처음 수성구 중동에 상륙을 시도한다. 다들 망한다고 했는데 아직 건재하며 동구 신서혁신지구에도 가맹점을 낼 정도다. 이 밖에 반월당밀면, 가온밀면, 동래밀면, 부산새가야밀면, 밀양밀면, 부산본가밀면, 가우정밀면 등으로 확산일로 중이다.

6년 전에는 진주냉면이 대구를 침공한다. 경남 진주에서 탄생돼 전국구 냉면으로 상승하고 있는 ‘박군자 진주냉면’은 그해 북구 동천동에 대구 1호점을 내고 숙지지 않고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해 강원도 정통 막국수 브랜드 하나가 대구식 냉면집을 향해 선전포고한다. 수성구 지산동 ‘삼교리동치미막국수 대구점’이다.

현재 강세는 진주냉면과 부산밀면. 둘의 연대기를 제대로 아는 이가 바로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씨(73)다. 그는 요즘 부쩍 대구를 자주 찾는다. 4년전 수성못 동쪽 먹거리타운에 닻을 내린 ‘종로국시’(대표 정상자)를 통해 신개념 냉면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그 냉면이 바로‘닥살냉면’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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