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끝나지 않은 위협 ‘몸속에 남은 연기’

  • 마창훈·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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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9  |  수정 2025-04-10 08:54  |  발행일 2025-04-10

유해물질 노출 진화대원·주민, 건강 피해 우려

연기 속 중금속·발암물질, 건강 취약계층 위협

산불연기 노출 임신부 저체중 신생아 출산 확인

경북산불 끝나지 않은 위협 ‘몸속에 남은 연기’

연기로 뒤덮인 마을 한복판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이 조심스레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FX를 통해 시각화된 장면.

사상 최악의 피해를 안긴 경북산불 당시 연기에 노출된 소방·진화대원과 주민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불은 꺼졌지만 건강재난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일대를 휩쓸며 경북 북동부지역을 초토화한 최악의 산불은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주불이 진화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산불 일주일간 다량의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 방출됐다. 산불 연기는 단순한 재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이산화황·탄화수소·다이옥신·퓨란·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이런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 깊숙이 침투해 단기적으로는 기침·호흡곤란·메스꺼움을, 장기적으로는 폐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노약자·만성질환자·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성균관대 의대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불연기에 노출된 임신부가 출산한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출생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산불 이후인 2023년 4월15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 1천854명의 출생체중을 정밀 분석한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들의 평균 출생체중은 노출되지 않은 지역 대비 41.4g 더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95% 신뢰구간을 기준으로 이 수치를 도출했으며, 환경 재난이 생명 초기 단계까지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수치로 입증했다.

이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태아 발달 지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일주일 넘게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진화대원과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부상자 중 기침·호흡곤란·메스꺼움 증상을 보인 대원도 있는 가운데, 일부 젊은 여성대원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건강검진을 받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국립소방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화재안전 연구보고서'는 연기와 유해물질의 위협이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사실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2021년부터 3년간 서울·경기지역 소방학교 졸업생 112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혈중 유해물질 농도가 명확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불 연기에 노출된 소방대원과 주민에게 보다 강력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종흥 안동성소병원장은 “납중독이 생기면 소화기계 증상과 빈혈,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카드뮴 증기를 흡입하면 호흡기능 저하와 신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페놀 위험성을 언급하며 “페놀은 피부나 상처로 침투해 구토, 현기증, 두통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의식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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