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이현수 대구기상청장 “경북 산불, 각종 악재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3.3cebf745f80d461ca33af387bc400c8d_P1.jpg)
3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지방기상청에서 이현수 신임 대구지방기상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토크 人사이드] 이현수 대구기상청장 “경북 산불, 각종 악재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3.2a6d3f5d7b9245a5a3b6ae18e598de39_P1.jpg)
3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지방기상청에서 이현수 신임 대구지방기상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최근 경북 북동부지역에 '초대형 산불'로 인한 많은 피해가 발생하면서 기후위기의 또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여기에 홍수, 대설,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위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젠 사시사철 어떤 날씨가 지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날씨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 그 불확실성이 가득한 기상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위협을 알리는 역할은 기상청의 몫이다.
지난 1월 부임한 이현수 대구기상청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기후위기의 시대, 위험기상으로부터 대구경북 지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30년 전 기상청에 입사후 기후예측과장, 관측정책과장, 국가태풍센터장을 역임했다. 한마디로 '대구경북'과 '위험기상'에 익숙한 기상학자다.
특히, 그는 지난 3월 경북 북동부지역을 강타한 산불 지역에서 불이 꺼질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당시 산불 현장의 긴박했던 상황과 기상청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경북 산불 현장에 직접 지원을 나갔다고 들었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산불이 발생하면 지방기상청도 즉시 팀을 꾸려 지원을 나간다. 당시 예보관과 기상 관측 차량이 현장에 파견돼 실시간 기상 상황을 전달했다. 산불 상황에선 기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산불진화대원을 비롯해 헬기 조종사들이 기상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데,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의 기상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강풍때문에 진화작업에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
“바람이 너무 불었다. 우리나라는 원래 봄철에 서풍 계열 바람이 분다. 하지만, 산지는 또 다르다. 산에선 '국지풍'이 발생해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바람도 자주 분다. 산 아래 계곡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바람도 분다. 이 때문에 산불 진화헬기가 종종 위험에 빠진다. 그래서 현장에서 기상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이다. 산불 기간 오후에는 이런 국지풍이 자주 불어 진화가 어려웠다. 바람이 안정된 오전 시간대도 문제였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엔 비교적 대기가 안정됐다. 하지만, 바람이 적당히 불면 연기가 빠져나가는데, 대기가 안정되면서 연기가 갇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때문에 헬기 조종사들의 시야가 방해돼 진화가 많이 어려웠다."
▶기후변화가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기후변화 영향이 있다. 올해는 겨울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굉장히 건조했다. 서풍이 산맥을 넘으면서 이른바 '푄 현상'이 발생하면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변화해 경상도는 유독 더 건조해진다. 기온이 높아 상대습도가 더 떨어졌다. 여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었으니 산불에 취약한 세가지 요소가 모두 겹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전에 산불을 조심하라는 안내가 됐음에도 불이 났는데. 무엇이 문제였나.
“당시 기압계 배치만 보고 기상청 차원에서 산불이 크게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가 안내됐다. 건조경보가 발령됐었고, 강풍주의보도 내려졌었다. 산불은 다른 재난과 달리 '인재(人災)'인 측면도 있어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하다. 어떠한 지역만 특정해서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나가면 기관과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상기후가 대구경북에 끼치는 영향은
“작년엔 연평균 기온, 여름철 기온, 열대야 일수 등이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후변화는 이같은 극단적 기후를 불러온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위험 기상도 종종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데, 각 계절마다 위험한 이슈가 있다. 봄에는 산불과 황사, 여름에는 폭염과 호우, 가을에는 태풍, 겨울에는 한파와 대설이다. 이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모든 위협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
▶기후변화 상황에서 기상청의 역할은.
“최근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25개 시·군·구에서도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대구기상청은 자료 제공과 자문으로 대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3월)에는 각 지자체 실무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지역별 기후 특성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미래기후 등이 수록됐다. 각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기상청은 대구경북지역의 최근 10년(2014~2023) 기후정보집도 제공했다. 각 지역의 기후변화 경향을 분석한 자료다."
▶위험 기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재 대책은.
“기상청은 올해 직접 주민들에게 기상정보를 전달하는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확대 운영한다. 기존에는 지자체를 통해 전달하던 것을 기상청이 각 읍·면동에 있는 주민들의 휴대전화에 40㏈ 알람소리로 직접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작년까지 대구경북과 수도권, 광주·전남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CBS는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이 시스템은 읍·면동으로 세분화된 강수량을 관측해 국지성 호우에도 대응할 수 있다."
▶호우긴급재난문자(CBS)는 지난해 이미 시범운영을 했다.효과가 있었나.
“작년 5월~10월까지 시범운영을 하면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총 7건 발송했다. 기상청 누리집을 통해 주민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 한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이랬다. 산에 혼자 계시던 할머니가 귀가 안 좋으신데, 40㏈의 큰 알람소리를 들은 인근 주민이 할머니를 대피시킨 사례가 있었다. 대구경북은 포항 힌남노 태풍 등 CBS가 꼭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다. 앞으로도 CBS 도입을 통해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도와 재해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
▶기상 관측 차량에 운영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기상관측차량은 관측정보가 필요한 관측 공백 지역에 지상 관측과 고층 관측을 수행하는 장비다. 대구기상청에선 2023년 5월부터 도입했고, 호우, 태풍, 대설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촘촘하고 입체적인 관측자료 생산이 가능해졌다. 방재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상관측 차량은 대규모 국제행사에도 투입된다. 올해 대구마라톤대회에 이 차량을 활용해 기상정보를 실시간 제공했다. 5월 열리는 구미아시안육상선수권대회에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7월부터는 대구 시내 주요 지점에서 폭염 특별관측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 외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위험기상 가능성이 있으면 예비특보에 앞서 '가능성 정보'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기상특보 발표 12~24시간 전에 예비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호우·대설·강풍은 발생 2~3일 전, 폭염은 최대 5일 전에 발생 가능성에 대한 사전정보를 오는 6월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재기관·언론사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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