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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산학연구원 기획실장 |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2 음식물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2)'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중 약 19%인 10억5천만 t이 폐기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가치로 약 1조달러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특히 한국의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95㎏으로, 세계 평균인 79㎏을 상회한다.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가 음식물 폐기에서 비롯된다(UNEP, 2022).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식량을 낭비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버리는 음식이 결국 지구 환경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2022년, 스페인은 '식품 손실 및 폐기물 방지법'을 제정해 모든 식당과 식품업체가 남은 음식을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만큼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요청하면 무료로 Doggy Bag(테이크아웃 박스)을 제공하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투굿투고(Too Good To Go)'는 음식점과 마트에서 남은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미리 예약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까지 확장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AI 기술을 도입하여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신속히 선별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법적 규제를 넘어 소비자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흄스의 '웨이스트 랜드(Waste Land)'에서는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정책을 긍정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특히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배출량을 평균 30% 이상 줄였으며, 연간 수천억 원의 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공영라디오 방송인 RFI(Radio France International)는 서울 송파구의 RFID 종량제를 우수 사례로 선정하여 소개했으며,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이 98%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제도의 국제적 관심은 한국의 혁신적인 쓰레기 관리 시스템이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은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이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책임한 소비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갈림길이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환경적·경제적 비용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향숙 산학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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