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통제밖 유해동물과 인간, 공존의 길은 없나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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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8  |  수정 2025-02-28 09:04  |  발행일 2025-02-28 제19면
쥐·곰 등 10종 인간과 충돌과정 탐구

동물을 바라보는 모순적 시선 조명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례·관점 제시
[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통제밖 유해동물과 인간, 공존의 길은 없나
경북 영천에서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다친 고라니가 도로를 벗어나고 있다. 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은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시선을 조명한다. <영남일보 DB>
[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통제밖 유해동물과 인간, 공존의 길은 없나
베서니 브룩셔 지음/김명남 옮김/북트리거/508쪽/2만4천원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이제 옛말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피해야 할 '세균 덩어리'로 인식된 지도 오래.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고라니도 한국에서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지난해 경북 문경에서만 약 1천800마리가 포획되기도 했다. 고양이는 어떤가. 지금 당장 SNS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귀엽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지만,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저 유해동물로 취급될 뿐이다.

이렇듯 동물들은 인간의 시선에 따라 '유해동물'이라는 낙인을 받게 된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떤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동물들은 변한 적 없다. 변덕스러운 것은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베서니 브룩셔의 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은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순적인 시선을 조명한다. 쥐, 비둘기, 곰 등 주로 유해동물로 분류된 10종의 동물들을 다루며 이들이 인간과 충돌하는 과정들을 탐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들을 쉽게 아끼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관점을 유쾌한 필체로 드러낸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통계, 관련 인물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기록한 일종의 르포다. 유해동물이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동물들에게 피해를 보거나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동물을 쫓을 방법을 모색하는 과학자들과 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보호론자 등 다양한 목소리들을 고르게 기록했다. 서로 대립하는 의견들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며 인간과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유해동물을 '동물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반복되는 피해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경우, 동물이 인간의 삶을 침범하는 이유는 그들의 서식지나 먹이가 우리가 사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은 결과,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유해동물로 낙인찍히는 과정은 환경과 문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대체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서식지인 케냐에서는 코끼리로 인해 농작물 등의 피해를 보고 적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유해동물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준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개념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유해동물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유해동물이라고 낙인찍은 사람들의 태도를 단순히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인간과 동물의 복잡한 관계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공존을 위한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과 사례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저자는 공존이 늘 평화롭고 달콤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유해동물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만약 인간이 특정 동물을 마구잡이로 포획하거나 도입한다면, 이는 생태계의 균형을 더욱 무너뜨릴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결론이 아닌,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물론, 혐오와 경멸 대신 애정 어린 시선은 필수다.

저자는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리학 및 약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 젊은 학자들이 받는 차세대상을 수상하고 2019~2020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나이트 사이언스 저널리즘 펠로우로 활동했다. 최신 과학 지식의 대중화에 힘써온 그는 미국 대중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싣기도 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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