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울아트센터 상주단체로 활동하는 트래덜반은 전통예술을 특별한 게 아닌 친근한 예술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미애기자 |
"각자 개성이 강하고 서로 다르지만 공존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모난 돌이 깎여서 둥근 원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요."
지난 12일 대구 어울아트센터에서 만난 트래덜반은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러 인터뷰 질문에 대한 멤버들의 답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창작을 하면 내가 가진 것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주변의 시선 등으로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이 팀 안에서는 다 수긍이 되고 포용해줘서 용기를 얻어 밖으로 표출해낼 수 있는 거 같아요."(권가연)
"코로나19가 터졌을 당시 타지에 공연하러 가면 '대구 코로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코로나가 인간처럼 마음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데요. 각자 악기와 각자 전공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정규혁)
"개인적으로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타악기 연주자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일이 많지 않은데, 무대에서 그렇게 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게 트래덜반의 장점인 거 같아요."(박효주)
각기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트래덜반은 2017년 창단했다. 리더이자 예술감독인 이선민 안무가·무용가, 기획·경영을 맡은 소리꾼 권가연, 음악감독인 전통 타악기 연주자 박효주, 상주단체 프로그램의 에듀케이터를 맡은 전통 관악기 연주자 정규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창단 계기이기도 했던 청년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인 '청춘마이크' 사업을 통해 5년 정도 불특정 다수의 관객과 소통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트래덜반에는 기획자인 김가현 PD, 이지희 프로덕션 매니저도 함께하고 있다.
대구 어울아트센터 상주단체로 활동하는 트래덜반은 전통예술을 특별한 게 아닌 친근한 예술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
단체명은 '트래디셔널(Traditional·전통)'과 '얼반(Urban·도시)'을 합친 것으로, 말 그대로 '전통 예술을 하는 요즘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전통이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을 보여주는데, 트래덜반은 전통을 탈피하고자 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전통예술을 해왔는데 사실 대중에게 외면받는 장르잖아요.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먹힐까를 고민했던 것도 있어요. 전통을 좋아하고, 지금의 사람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눈높이에 맞추는 작업을 하는 거지 사실 새로운 건 없어요."
올해 대구 어울아트센터 상주단체가 된 트래덜반은 지역 공연장 상주단체로선 드문 전통예술단체다. 지난 6월 첫 기획공연에 이어 오는 31일 두 번째 기획공연인 'This is K-culture K-악·가·무'를 선보인다. 대구 유일 악·가·무 장르가 결합된 종합공연예술단체인 트래덜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세 번째 기획공연 '바다의 아우슈비츠-보트피플 마지막 항해'는 모두에게 열린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퍼블릭 프로그램과 퍼블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 1회도 진행된다.
"'This is K-culture K-악·가·무'에는 대구 지역 청년 예술가 등 총 21명의 출연진이 함께합니다. 트래덜반이 종합 예술 그룹이 되기까지도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이에 대한 저희의 고민과 또 전통과 현재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지금을 이야기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이들은 트래덜반이 특별한 게 아닌 친근한 '우리 동네 예술가'로 기억되길 바랐다.
"좀 수수하지만, 고유의 에너지가 있는,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단체가 됐으면 해요. 이번 공연에서 종이 팸플릿을 사용하지 않고, 의상이나 무대 세트를 재활용하는 등 ESG 경영에 동참하는데요. 이런 것들도 생각하며 공연을 만들다 보면 '선한 영향력' 하면 저희를 떠올리지 않을까요?"(이선민)
"하고 싶은 무대를 진짜로 하는, 그리고 그걸 해내는 그런 예술인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쟤들 진짜 하네? 심지어 재밌어. 오히려 좋아'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효주)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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