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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한국수자원공사 보현산댐지사장) |
나는 황조롱이다. 맹금류다. 사람들은 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들쥐나 하천에 사는 곤충류, 파충류가 먹이다. 내 집 주소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1421-1일원 오리장림 나무 속이다. 오리장림(五里長林)은 1500년대 약 2㎞에 걸쳐 마을주민들이 만든 마을 숲인데 천연기념물이다. 몇 해 전 모방송국 '동네한바퀴' 김영철 아저씨가 다녀갔다.
나의 동그란 눈과 날렵한 몸매가 모델로 괜찮은지, 살고 있는 나무 앞에 사진 찍겠다고 전국에서 사진 작가, 동호인들이 사계절 내내 몰려온다. 내가 살고 있는 오리장림 옆에는 고현천이란 하천이 흐른다. 고현천은 영천 보현산에서 발원하여 보현산댐을 거쳐 금호강으로 가는 하천이다. 물이 흐르는 경사가 완만한 곳인데 언제부턴가 농업용 보가 하나둘 설치되더니 물흐름이 느려지며 자정능력이 떨어졌다. 또 하천 주변으로 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많은 사과 등 유실수 경작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환경부가 하천건강성 평가 C등급으로 매겼단다.
게다가 하천변으로 환삼덩굴,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같은 생태교란식물이 난입했다. 여름철이면 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쌓여 생태환경이 악화되었다.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기온이 오르면 가끔 녹조도 생긴다. 이에 고현천을 깨끗하고 맑게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고,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답을 찾아 나섰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개발사업자가 납부한 부담금을 활용하여 훼손된 지역생태계를 복원하는사업)재원으로 고현천 소생태계 복원사업을 시행했다. 고현천 본류에 생태복원지를 만든 것이다. 무엇이 복원됐는지 둘러봤다. 먼저, 수변전이지역(Eco-tone) 복원이다. 생태교란종과 쓰레기는 전부 제거하고 건전한 자생종으로 식생환경을 바꿨다. 이러면 생물 서식지뿐 아니라 외부 유입 오염원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생태수로 복원이다. 물 흐름에 맞춰 자연스러운 모양이 되도록 수로를 조성하고, 어류 산란처나 다양한 소생물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소, 여울, 우회수로,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런 복원사업이 어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 서식을 유도하기에 먹이사슬 안정성이 강화된다.
셋째, 생태문화 서비스 제공이다. 고현천 치수는 천연기념물인 오리장림과 뗄 수 없는 관계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고현천이 탈이 나면 오리장림도 비켜 갈 수 없다. 생태관찰데크와 탐방로를 새롭게 만들고 생태 안내문도 부착하여 오리장림과 연계한 생태관찰, 학습, 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오리장림 옆에 위치한 영천시 보현산 녹색체험터와도 연계된 생태 투어 코스가 될 것이다.
나(황조롱이)는 이번 고현천 복원 시 서식이 기대되는 목표종이란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예전부터 이곳은 늘 먹잇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동네라고 하셨다. 새로 조성된 자연초지는 먹이자원이 늘어난 사냥터가 되었고, 주변은 다시 예전처럼 맑은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번 소생태계 복원사업을 통해 고현천과 오리장림이 영천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자연학습 프로그램과 주민참여 생태프로그램도 운영한단다.
이제부턴 사진작가에 더하여 어린이와 학생들을 더 만나게 될 것 같다. 내가 사는 고현천이 많은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며 깨끗한 물과 함께 지친 심신이 치유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아! 나, 황조롱이도 꼭 보고 가시라.
손민석 (한국수자원공사 보현산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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