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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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9  |  수정 2024-04-29 08:11  |  발행일 2024-04-29 제11면

[행복한 교육]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2015년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어린이 놀이 헌장'을 발표했다. '모든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하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차별 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한다. 어린이는 다양한 놀이를 경험해야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놀이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학교는 등교했지만 블록 수업으로 묶고 쉬는 시간을 줄이고 점심시간까지 줄이면서 쉬는 시간마저 사라졌다가 겨우 쉬는 시간 10분으로 돌아왔지만, 점심시간은 50분으로 굳어져 버렸다. 중간 놀이시간 20~30분, 점심시간 60분, 놀이 수업, 놀이 선생님 정책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남자애들 말뚝박기(조예서) 점심시간에/ 경도하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말뚝박기 하자고 하셨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팀을 정하고/ 진 팀은 ㄱ자로 숙이고/ 이긴 팀은 달려가 올라타는데// 애고 벌써 무너졌네'(지구의 벗으로 오래 살아남기 151쪽) 아이들은 '선생님 언제 놀아요'를 노래 부른다. 하지만 놀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모여서 산책을 하면서 학교에 자라는 식물과 곤충 새를 관찰한다. 모란은 지고 잠자리가 우화했다. 운동장에서 달리기하고, 점심때도 산책과 놀이를 한다. 어쩌다 5교시 수업을 놀이로 하자고 하면 난리가 난다. 4학년들에게 말뚝박기를 가르쳤더니 남자아이들은 틈만 나면 한다. 아이들은 놀고 싶다.

안타깝지만 우리 학교 운동장엔 축구 골대가 없다. 며칠 전, 아이들이 축구공을 가져와도 되느냐고 해서 가져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현종이가 축구공을 교실에 가져다 놓았다. 수요일 점심을 먹고 가방을 던져두고 축구한다. 조례대 아래 창고 문과 느티나무 사이가 골대다. 어른인 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운동장엔 겨우 몇몇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코로나로 그나마 늘어가던 놀이시간은 사라졌고, 작년 여름 서이초 사건 전후로 교사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치거나 싸움이 일어나 민원이 생길까 봐 아이들을 놀게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렇게 두면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놀면 안 되는 구나' 하고 학교놀이의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다음 주면 어린이날이다. 노동절인 5월1일, 우리 학교는 이팝나무 운동회를 한다. 부모들이 함께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 반은 아침마다 운동장을 차지하고 학교 오는 순서대로 가볍게 트랙을 두 바퀴 돌고, 직선주로를 친구들과 짝을 맞추어 두 번 전력 달리기를 하고 있다. 달리는 모습만 보아도 좋다. 나는 올해 몇 학교에 청백 대결 위주로 점수판을 걸어 둔 운동회를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생태운동회, 모두가 즐거운 놀이마당으로 기획하면 어떨지 제안했지만 제안에 그쳤다. 어린이날이면 마을마다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린다. 대구녹색학습원에선 토, 일요일에 생태체험으로 가득 채운 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하지만 어린이날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학교 운동장은 다양한 놀이와 운동경기로 아이들 함성이 가득 차야 한다.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놀이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아이들의 놀 권리를 줄이는 것은 아동권리 침해이다.

밀양의 작은 학교인 밀주초등학교는 넓은 운동장을 생태 정원으로 만들었다. 높고 낮은 언덕을 만들고 그 위로 길을 내어 아이들이 달리기한다. 한가운데는 시내를 만들고 모래놀이터를 만들어 두었다. 학교 옆에 풋살장, 농구장을 만들어 두고 사용 순서를 정해두고 이용한다. 이런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를 어떻게 기억할까? 어린 시절을 얼마나 즐겁게 기억할까? 대구에도 이런 학교 하나만 만들면 안 될까? 달성군에 운동장은 너무 넓고, 학생 수는 아주 적은 작은 학교를 이렇게 만들면 얼마나 속이 큰 학교가 될까? 작지만 큰 학교가 생겨나지 않을까?

놀이전문가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라고 했다. 놀이전문가 이종일은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간에 논다. 여가의 놀이, 보상의 놀이로 던지는 어른의 시간에 노는 아이들은 어른을 위해 놀아 줄 뿐이다. 어른의 눈이 없어야 놀이를 만든다. 놀이가 아이를 만들고 아이가 놀이를 만든다. 아이들의 놀이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삶의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누구라도 아이들이 놀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면,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어른들, 특히 학교의 책무이다. 그나저나 아동기본법 제정은 발의되고 토론했다는 소식만 있고, 제정됐다는 소식이 없다. 21대 국회가 한 달 남았는데.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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