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업기술 적용 시급하다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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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8  |  수정 2024-04-18 07:01  |  발행일 2024-04-18 제22면
스쳐 지나듯 짧아지는 봄철

순서 없는 개화로 꿀벌 감소

잦아진 비에 金사과 사태도

자연 순응하며 농업 살리는

과감한 기술접목 시도 절실

[더 나은 세상]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업기술 적용 시급하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 계절은 항상 희망과 밝은 미래를 상징해왔다. 그만큼 봄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날씨를 제공하고, 또 식물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봄이라는 계절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겨울철은 북극의 바람을 차단해주는 제트 기류가 약화하여 매서운 북극 바람이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와 예년보다 더 춥고 또 여름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으로 더 덥고, 더 빨리 찾아와 봄이라는 계절이 짧게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계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식물들은 봄철에 꽃을 피우는 시기가 제각각이었다. 꽃의 개화는 대기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봄이 길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지만 봄이 짧다 보니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금방 여름이 찾아오게 되었다. 3~4개월의 봄철 동안에 각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가 각기 달라서 봄 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었으나, 짧아진 봄 탓에 식물들의 개화 시기가 압축되어 마치 식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시기가 다른 개화기가 없어지고 여러 가지 꽃들이 한 시기에 피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개나리가 모두 지고 벚꽃이 피었는데, 요즘은 개나리, 벚꽃, 복사꽃이 한 번에 다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벌들이 꿀을 딸 수 있는 시기가 짧아져 벌들도 영양공급이 원활치 못하게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벌의 기생충인 응애가 창궐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벌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또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개화기에는 항상 맑은 날이 많았으나,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는 개화기인 봄철에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개화기에 비가 많이 오면 낙화 피해가 발생하고 또 과도한 수분으로 꽃샘추위 기간에 냉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요즘 사과값이 소고깃값보다 비싸다고 한다. 이는 작년 사과의 개화기에 비가 자주 와서 낙화 피해가 컸고 지난가을에 사과의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22년에 전남 나주의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배나무밭에 설치했는데 그해에도 개화기에 비가 많이 와서 낙화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다행히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비를 막아주어 시설 아래의 배나무에는 낙화 피해가 최소화되어 배의 생산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난 4월 초 제주에는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씨가 많아 멜론 등 과일 농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고, 전라남도도 역시 비가 많이 와서 양파와 봄 채소의 성장이 둔해지고 높은 습도로 노균병 등 병해가 많이 발생해서 봄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환경과 섭생 그리고 생태계는 미세하게 변화하고 그것이 누적되면 인류에게 예기치 못한 큰 피해가 돌아온다. 기후변화를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그것은 매우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은 언제든지 시도될 수 있고, 우수한 기술은 시급하게 보급되어야 한다. 모든 새로운 시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따져보고 현재의 문제에 대안이 되고, 좋은 점이 나쁜 점보다 더 크다면 나쁜 점을 개선하면서 과감하게, 조속히 적용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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