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다룬 영화들. 위쪽부터 아래방향으로 '소년과 개' '차이나 신드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틸컷. 〈네이버 영화·일신픽처스 제공〉 |
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예고해 왔다. 1958년에 만들어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The Unchained Goddess'는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다룬 첫 영화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인간은 문명의 폐기물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장과 자동차에서 매년 6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어 공기가 태양열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대기가 점점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마치 지금 시기의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 영화의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혜안과 주제 의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밖에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며 '매드맥스'의 원형이라고 알려진 '소년과 개', 마찬가지로 핵물질의 오용이 가져다줄 위험성을 다룬 영화로, 사회운동가로서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집회 현장에서 여러 차례 체포되기도 한 제인 폰다(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당시 시상자로 나와 'Parasite!'를 외친 배우) 주연의 '차이나 신드롬' 등이 환경을 다룬 고전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도 많이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비롯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 픽사의 '월-E',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까지, 1990년대 이후부터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이를 다룬 영화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환경이나 기후 위기가 1990년대부터 2010년 초중반까지는 영화의 소재나 주제로 많이 다뤄졌다면,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제작, 상영 등 영화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최대 규모의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는 '그린 가이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그린 가이드'는 '영화제 차량의 6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 사용' '출판물과 인쇄물 50% 감축' '플라스틱 물병 전면 퇴출' '레드카펫 사용량 50% 감소, 카펫의 재활용' 등 12가지 가이드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2021년 '플랑 악시옹!(Plan Action!)'이라는 영화&영상 부문에서의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3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는 상영관·촬영 스튜디오 등의 탄소 발자국 연구를 시행하고, 영화계 직업인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및 실천 사례 제공, 2단계는 탄소 발자국 평가 의무화 등 새로운 규칙 정의, 3단계는 탄소 예산을 기반으로 한 조치 등 의무 사항 부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에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제작-상영 단계별 탄소절감 정책연구' 보고서를 내놓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는 '영화산업 탄소절감 2050 로드맵'을 통해 실질적인 탄소절감을 이루고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화 제작 단계에서의 이동과 촬영, 후반작업의 증가 등으로 에너지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국제적 표준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관련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수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비의 증가가 수반될 것이며,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점이 탄소중립에만 맞춰져 있는 것 역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삶의 모든 곳에서 이 변화를 늦추거나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역시 영화로써 이러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제작과 상영 등 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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