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희망을 내립니다"…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 가보니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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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1  |  수정 2023-07-09 17:03  |  발행일 2023-07-11 제8면
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 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 개관

고급 원두로 직접 내린 커피 시음, 무료 운영

원데이클래스, 바리스타 자격증반도 운영 예정
커피와 희망을 내립니다…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 가보니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커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yeongnam.com

과거 대구의 전통 부촌으로 유명했던 남구 이천동.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쇠락했지만, 한옥 고택·이인성 문화거리 등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힙'한 공간들이 지역 곳곳에 숨어 있다. 2021년 말 개소한 배나무샘골 마을문화센터도 그중 한 곳이다. 지난 7일 이곳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텀블러 하나씩을 챙긴 어르신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곳의 정체는 대구 남구청에서 운영하는 '배나무샘골 바리스타 체험관'. 지자체 직영 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난 4일 문을 연 이곳은 개장과 동시에 지역사회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체험관에는 커피를 처음으로 내려보는 어르신들의 탄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강사의 설명을 한마디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어르신들의 열정은 여느 젊은이 못잖았다. 그라인더에서 곱게 갈아낸 원두를 '템퍼'로 찍은 후 에스프레소 내리는 기계에 넣고 원두 원액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가량. 그렇게 완성된 나만의 아메리카노를 미리 준비해 온 텀블러에 담아 시음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퍼졌다.

박정자(68·이천동)씨는 "순한 맛을 좋아해서 순하게 타봤는데, 입맛에 딱 맞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커피가 완성됐다"며 "커피를 좋아해 정식 바리스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이런 과정들이 아름답게 익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강사도 동년배인 시니어 바리스타들이다. 같은 눈높이에서 나오는 공감과 이해심 넘치는 강의에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개관 3일 만에 동 단위 마을센터에서는 이례적으로 수백 명이 다녀갈 정도다. 교통정리, 환경미화 등 야외 단순 육체노동에 치우쳤던 노인 일자리 사업의 다양화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시니어 바리스타 김경숙(66)씨는 "비슷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와서 '멋있다' '부럽다'라고 말해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은 남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체험 가능하며, 무료다. 주말·법정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 접수를 하면 체험할 수 있다. 남구는 향후 지역 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와 협력해 원데이 클래스 과정 및 바리스타 자격 취득과정을 개설해 여가가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리스타 체험관에서 즐거운 체험·좋은 추억 쌓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 시니어 바리스타 체험관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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