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인사를 찾아서] '안동 출신'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공동설립 변호사 "공익단체·사회적 약자 위한 법제도 개선·재정 지원 펼쳐나갈 것"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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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9  |  수정 2023-01-11 07:45  |  발행일 2022-10-19 제13면

[출향 인사를 찾아서] 안동 출신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공동설립 변호사 공익단체·사회적 약자 위한 법제도 개선·재정 지원 펼쳐나갈 것
법무법인 율촌의 공동설립자 윤세리 변호사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39층 사옥서 고향에 대한 단상을 떠올리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제공>

1997년 7월, 한국의 젊은 변호사 여섯 명이 뜻을 모아 혁신적 형태의 로펌을 출범했다. 한두 사람이 경영하는 기존 로펌과는 달리 모든 파트너가 공동으로 일하고, 경영하는 진정한 서구식 로펌이었다. 공정거래·M&A·금융·국제거래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갖춘 여섯 명의 변호사는 이후 날카로운 분석과 스마트한 경영으로 국내 법조계에 적잖은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최초의 2세대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의 공동창업자 윤세리 변호사가 그 중심에 있었다.

공정거래·국제조세 국내 1호 전문가
"우파의 이념은 자유, 좌파는 평등이라 한다면
공정은 두 이념을 아울러 균형 잡아주는 가치"
MS 상대로 승소 이끈 DAUM 소송 내내 회자

지방 경제·문화 쇠퇴는 '人材의 문제'
"박정희 전 대통령 과거 KAIST·KDI 설립할 때
외국에 살고 있는 인재들 다시 불러들인 것처럼
스카우트 캠페인 등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 필요"

실력으로 오른 국내 '5대 로펌' 반열
1997년 6인으로 시작해 변호사·회계사 등 1천명
"모든 사람이 사회 수혜자…공익활동은 시민 의무"
공익법인 온율 통해 2014년부터 다양한 사업 진행

[출향 인사를 찾아서] 안동 출신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공동설립 변호사 공익단체·사회적 약자 위한 법제도 개선·재정 지원 펼쳐나갈 것
법무법인 율촌의 공동설립자 윤세리 변호사가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로펌상'을 수상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제공〉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

윤세리(世利). 때때로 영어식 이름으로 오해받는 그의 이름은 사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뜻의 한자 이름이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집안을 꾸려온 무학(無學)의 친할머니가 지었다.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실제로 손자의 인생은 이름만큼 다이내믹하게 펼쳐졌다.

안동에서 태어난 윤 변호사는 군 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대구와 영천 등을 옮겨가며 성장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로 진학하며 정든 고향을 떠났다. 1979년 부산지검 검사로 법조 인생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검찰을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현지 로펌에서 국제적 흐름과 감각을 익힌 그는 귀국 후 뜻맞는 이들과 율촌을 설립했다. 6명의 변호사로 출발한 율촌은 어느새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 600명, 지원인력까지 1천명이 넘는 국내 5대 로펌 반열에 올랐다.

윤 변호사는 "법조계는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활동을 시작할 때 경기고, 서울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방출신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쉼 없이 노력하며 스스로를 단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에 맞서 승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는 공정거래와 국제조세 분야 발전의 초석을 닦은 전문가 1호로 꼽힌다.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국내외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재벌들을 비롯한 대기업 규제제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흔히 우파를 대변하는 이념은 자유이고, 좌파를 대변하는 이념은 평등이라고 한다면 공정은 이 두 이념을 아울러 균형을 잡아주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소송을 맡았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대리하여 세계 최대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사건에서 승소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 사상 초유로 전원회의를 대여섯 번이나 속개하며 심리한 결과 시정조치와 수백억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19년 홍콩서 열린 아시아리걸어워드에서 '올해의 아시아로펌리더'를 수상했으며, 이에 앞서 2004년 세계적 금융전문지 유로머니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그를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로 선정했다. 지난달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창립 115주년을 맞아 법률가로서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 법조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명덕상을 수상했다.

◆법으로 전하는 온기 '온율'

법무법인 율촌은 2014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익법인 '온율'을 운영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온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따뜻한 법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는 온율의 비전과 철학이 녹아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사회공헌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회공헌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듯해요. 왜냐면 모든 사람이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고, 특히 성공한 사람일수록 사회의 수혜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잘나서 모든 것이 잘됐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근본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죠. 사회공헌이기보다는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며 온율의 운영철학을 소개했다.

온율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분야는 기초법학 바로 세우기다. 집을 지을 때 터를 닦고 주춧돌을 놓는 기초작업이 중요하듯 기초법학은 법학의 길잡이가 되는 학문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고색창연한 상아탑 속의 학문으로 치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윤 변호사는 "율촌 구성원들의 공익에 대한 열정을 디딤돌 삼아 공익단체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및 재정적 지원, 공익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및 연구 등을 다양하게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윤 변호사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학창 시절을 보낸 대구와 외가가 있던 안동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사실 고향에서 보낸 시간보다 서울에서의 세월이 길지만 고향이 주는 안식과 위로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쇠락해 가는 대구경북의 모습에 그의 마음도 무거워진다.

윤 변호사는 "저는 지방의 경제나 문화의 쇠퇴는 곧 국가의 쇠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므로 이 역시 인재(人材)의 문제일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나서 좋은 인재를 키우고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데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과 한국개발원 등의 연구기관을 설립할 때 직접 나서서 미국 등지에서 살고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국내로 불러들여 활용했던 사례를 들어 지자체장의 인재스카우트 캠페인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자신이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지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제가 그동안 축적한 지식이나 경험을 대구경북지역을 위하여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하곤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겠지요."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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