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서의 예술공유] 전시 공간과 제로 웨이스트

  • 박창서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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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2   |  발행일 2022-06-22 제26면   |  수정 2022-06-22 06:54

[박창서의 예술공유] 전시 공간과 제로 웨이스트
전시기획자

최근 기후 위기나 생태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전시들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와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가 있었다. 이 두 전시는 기후 위기, 환경 문제와 관련한 주제 전시이지만 질문의 방향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에서는 강원도 정선 일대의 함백산에서 고사한 전나무와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가 놓였고 기후 위기로 척박해진 서식지에서 죽은 산양이나 북극곰의 박제본, 바다의 사막화를 다룬 영상, 북극 빙하가 사라지는 소리 등을 통해 기후 위기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반면에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에서는 에너지 재생과 관련한 '지속 가능한 미술관'이라는 주제와 함께 전시 구성과 연출을 위해 사용되는 물건들이 전시가 끝난 후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시에서는 재사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석고 보드로 벽을 세우고 페인트칠한 가벽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합판에 작품을 걸었으며 작품 설명을 위해 사용하는 시트지나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이면지에 손으로 글씨로 적었고 포스터나 초청장도 따로 만들지 않았다. 항공 운송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와 관련하여 작품의 항공 운송을 최소화하고 작품을 생중계로 보여주거나 제작 설명서를 전송받아 현지에서 재제작했다고 한다.

전시를 통해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에서도 전시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페인트칠한 가벽을 사용하지 않았고 포스터나 초청장을 비롯한 인쇄물을 제작하지 않았으며 강렬한 조명 등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한 시민들이 기후 위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전시장 한 편에 이전 전시가 끝나고 나온 쓰레기 더미를 그대로 쌓아둔 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는 등 폐기물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전시를 시도했다.

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관람객인 시민들에게 기후 위기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미술에서 전시 공간은 화이트 큐브라는 담론을 넘어 단순히 작품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담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주제전시가 미술관에서 이루어진 점은 환영할 일이나 전시 공간에 대한 접근이 쓰레기 줄이기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다.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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