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유기농 먹거리가 탄소배출을 줄인다

  •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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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5   |  발행일 2021-11-05 제36면   |  수정 2021-11-05 08:36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유기농 먹거리가 탄소배출을 줄인다
'유기농과 관행농의 온실가스배출량'의 비교연구에 관해 전 세계에 게재된 100여 편의 논문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한 결과 유기농 재배가 화학농 관행재배보다 탄소배출을 약 15% 감축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직 유기물의 투입으로 토양환경과 재배환경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관리하는 농법이다. 하지만 유기농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글로벌 유기농화는 글로벌 식량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필자는 여러 나라에서 이뤄진 '유기농과 관행농의 온실가스배출량'의 비교연구에 관해 전 세계에 게재된 100여 편의 논문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한 바가 있다. 그 결과 유기농 재배가 화학농 관행재배보다 탄소배출을 약 15% 감축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탄소 배출에 관한 환경적 효과만을 설명하는 것일 뿐 유기농이 환경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를 모두 다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농약과 화학비료 투입은 토양속 미생물들을 사멸시키며, 미생물이 결여된 토양은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또한 농약과 비료는 다양한 동식물의 종을 죽임으로써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그것은 곧 균형적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제비영리기관 '그레인'에 의하면 지속가능한 자연순환 농업이 아닌 화학비료 투입에 의한 약탈적 농업에 의해 지난 세기 동안에 경작지 토양 중의 30~75%의 토양유기물이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손실된 토양유기물은 1천500~2천억t으로 추산되며, 이중의 상당 부분이 대기중 이산화탄소로 방출돼 약 2천억~3천억t의 탄소배출이 이뤄졌다고 추산한다. 이것은 현재 대기중 이산화탄소 배출의 25~40%에 해당되는 양이다.

한국은 질소와 인 성분의 비료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에 속한다. 질소와 인산 비료 사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배 이상이나 된다. 화학비료 사용이 중요한 탄소 배출원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비료 성분이 호수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물속에 들어간 질소와 인은 부영양화를 일으켜 조류를 급증시킨다. 그 조류는 물속의 산소를 흡수함으로써 물고기의 떼죽음을 가져온다. 인 1㎏은 유기물 1㎏이 쓰는 산소의 100배를 써버릴 정도다. 게다가 조류의 일종인 남조류는 청산가리의 60배가 넘는 독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질소와 인이 비료에서 70%, 축산사료에서 20%,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들에서 10%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구적 유기농 생태계가 지구환경을 살리는 것은 물론 인류의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적 실험? 쿠바의 유기농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유기농 먹거리가 탄소배출을 줄인다

그렇다면 '유기농이 지구를 살리고 나를 살릴 수 있다'는 이 가설이 과연 검증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실험은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시도할 수도 없는 실험이다. 또한 신뢰성 있는 실험이 되려면 실험 대상이 될 사람의 표본수도 많아야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러한 임상실험이 국가 단위로 그것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이뤄진 실험이 있었으니 이렇게 좋은 임상실험은 전 세계에서 두 번 다시 가져보기 힘든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쿠바에서의 국가적 임상실험이었다.

쿠바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봉쇄와 러시아의 지원중단으로 농약과 비료의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다. 쿠바는 매년 농약 2만t, 비료 100만t 이상을 수입해 농지에다 뿌리던 나라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농약도 비료도 전혀 줄 수 없게 되자 전 국토가 유기농 단지화가 되어 버렸다. 전 국토에서 나오는 유기농 농산물로 전 국민 유기농 급식이 가능케 된 셈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철마다 흔하게 많이 나오는 것은 많이 먹고 적게 나오는 것은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남의 나라에서 나온 것을 수입해 가져올 수도 없었고 저장해 놓고 나중에 먹을 형편도 못 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신토불이(身土不二), 신절불이(身節不二) 식사가 국민적 식품 소비 문화가 되어 버렸다. 이 시기 국가의 농업생산 환경은 양적으로 어떻게 되었으며 질적으로 국민의 건강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게 국가적 실험의 핵심이었다.


다양한 동식물 종 없애는 농약·비료
경작지 토양 중 30~75% 유기물 유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배출 25~40% 차지

美 경제봉쇄로 농약 수입 중단된 쿠바
유기농 재배 생산성, 초기에는 저하
수년후 화학농업보다 생산량 더 증가
자연친화農 안정화 후 품질까지 우수

글로벌 유기농화 통한 옛 생태계 회복
세계인 건강증진·지구환경 살리는 길



그 결과 유기농 재배의 생산성은 초기에는 이전에 비해 약간 떨어졌으나 농약과 비료로 척박해진 토양이 회복되면서 2년 후부터는 일반 화학농업 생산실적과 비슷해졌고 5년 후부터는 오히려 생산량이 이전 화학농업보다 더 증가했다. 거국적 유기농업 운동 시작 이후에 식량 자급률은 이전의 43%(1990년)보다 훨씬 높은 95%(2002년) 수준을 달성케 했다.

관행적 화학농업으로 인해 생태계의 안정성이 파괴된 환경 가운데서 진행된 유기농 재배는 병해충의 집중적인 기호식품으로 희생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생태계가 자연친화적으로 안정화되면 유기농업은 화학농업보다 질적 우수성은 물론 양적 생산성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1930년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은 농약도 비료도 없는 상황에서도 ㏊당 7t의 쌀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럼 쿠바인들의 국민건강에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육류 위주의 식생활 패턴이 유기농산물과 곡류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국민건강 수준도 현저히 상승해 병원 출입 환자 수는 30%나 줄어들었고 영아 사망률은 세계에서 끝에서 둘째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로는 1980~2010년 쿠바인들의 몸무게와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로 인한 사망률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경제봉쇄로 위기에 몰린 1991~1995년에는 육류소비는 줄고 곡물과 채식위주의 식생활,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운송수단으로 대체하는 등의 생활패턴 변화로 몸무게는 평균 5.5㎏ 감소했으며 당뇨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까지 줄였으며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3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유기농이 나를 살린다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유기농 먹거리가 탄소배출을 줄인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유기농산물이나 농약·비료로 재배한 일반농산물이나 영양을 분석해보면 아무런 차이도 없는데 괜히 가격만 비싸다. 또한 농약을 살포하거나 항생제를 좀 투입했다고 해도 시간이 경과하면 분해되어 사라진다. 혹 소량의 잔류성분이 남아있다고 해도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일견 일리도 있다.

해외 저널의 다수 논문을 리뷰해 보면 유기농과 관행농의 영양분석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는 아주 드문 게 사실이다. 건강한 일반인들은 화학농으로 재배한 일반농산물을 먹으나 유기농산물을 먹으나 맛에서나 영양에서나 거의 차이를 감각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연약한 환자나 아토피처럼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화학재배 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을 따로 먹어보면 확연히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것은 영양성분의 다소나 잔류 농약 성분의 유무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현저한 차이 반응이다.

필자는 어느 해 제주도산 무비료·무농약으로 재배한 못난이 유기농 감귤을 주문했다. 주근깨·기미·잡티가 얼굴을 잔뜩 덮은 그야말로 못난이 귤이 왔다. 시고 달고 단단한 감귤이었다. 한 달 동안 베란다에 두고 꺼내 먹었는데 말라서 딱딱해지긴 해도 한 개도 썩는 귤이 없었다. 다 먹고 나서 다시 그 못난이 귤을 주문했는데 못난이는 다 떨어졌다면서 노랗고 깨끗한 이쁘고 잘 생긴 귤이 왔다. 물론 농약과 화학비료를 잔뜩 먹고 자란 귤이었다. 맛도 싱겁고 별로였다. 그런데 그것조차 몇 개 먹어보지도 못하고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한 박스가 모두 다 썩어버려서 퇴비 더미에 버리고 말았다.

자연은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주인님, 농약도 비료도 없이 자란 못난이 귤은 몸에 보약이니 하나도 버리지 말고 꼭 챙겨 드십시오'라며 충분한 유효기간을 세팅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듭된 비료와 농약으로 재배한 이쁜이 귤, '이것은 먹어봐야 퇴비밖에 안 되는 것이니 괜히 위장 고생시킬 필요 없이 퇴비 더미에 버리는 게 좋습니다' 라며 무언 중에 신속히 부패시켜 퇴비 더미로 가도록 했던 건 아닐까.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유기농 먹거리가 탄소배출을 줄인다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글로벌 유기농화는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과 글로벌 건강증진과도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는 설명과도 같은 것이다. 몇 십 년 전 농약과 비료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 논이나 개울에 그렇게도 흔하던 우렁이, 가재, 미꾸라지, 붕어, 메기, 가물치 등 온갖 생물이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우리의 국토가 거국적 유기농화로 인해 그 옛날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만 상상해도 내 가슴이 바운스 ~바운스~ 마구 뛴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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