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투명페트병 수거함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용기를 골라내고 있다. |
20일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 투명페트병 수거함. 분리수거가 잘 됐지만 종종 규격에 맞지 않는 플라스틱이 눈에 띈다. |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이 끝났지만 현장에서는 정착되지 않은 모습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여전히 분리배출 방법을 숙지하지 않고 있고, 단속 지침도 없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에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했고, 지난달 26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되고 있다.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아파트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부과 대상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다.
관리사무소는 난감한 상황이다. 단속이 시작되면 과태료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입주민들이 쓰레기 버리는 것을 24시간 들여다 보고 정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분리배출이 잘 되도록 방송과 홍보를 하고,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다시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20일 대구지역 아파트 6개 단지(3천200여 세대) 쓰레기 분리수거장 배출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분리배출이 잘 지켜진 모습이었으나, 더러 규격에 맞지 않는 일회용품이나 장난감 등이 섞여 있기도 했다.
투명페트병 분리수거는 내용물을 비운 뒤 라벨을 떼고 페트병을 찌그러트려 뚜껑을 닫아 전용 마대에 넣으면 된다. |
아파트 시설관리 업무는 물론 분리배출의 일선에 있는 경비원들은 고충을 털어놨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배출이 안 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비원 최모(67)씨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입주민들이 좀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속 주체인 일선 구·군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적발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무턱대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가 입주민 모두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지역 구·군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단속을 하는 대신 관련 공문을 발송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단속에 대한 조례 제정·지침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아파트 전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아파트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이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를 정리하기도 하지만, 입주민들이 먼저 분리배출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박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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