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의 인공 우주 물체들을 나타낸 3D 그래픽 이미지(한국천문우주연구원). <갈매나무 제공> |
2018년 4월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 1호'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지구에 추락한 사건은 우주 쓰레기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우주 쓰레기가 온다'에서는 인류의 우주 감시 역사부터 미국과 한국 등 각국의 우주 감시 시스템 현황, 다양한 우주 감시 기술의 장단점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나 접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내용이지만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 우주 애호가부터 전문가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다.
추락과 충돌 등 우주로부터의 위험을 감시하고 예측하는 일은 지구와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주 감시 현장에서 일하는 우주과학자들은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우주 쓰레기를 연구하며 우주 감시의 최전선에서 오랜 기간 일해왔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통찰로 점점 더 심각해질 우주 쓰레기 문제와 그로 인한 위험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최은정 지음/ 갈매나무/ 276쪽/ 1만7천원 |
현재는 바야흐로 '대우주 시대'로 불릴 만하다. 정부 주도의 군비 경쟁 성격을 띤 미국과 소련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지나 개인과 민간이 자유롭게 우주로 향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세계적 부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한 번에 수십 대의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고, 그에 질세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주도로 우주 공간의 상업적 이용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린 인공위성들은 이제 인류의 실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인공위성이 없는 생활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이후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계속됐고 그로 인해 지구에는 인공위성이 빼곡히 들어찼다. 언제나 광활할 것 같은 우주지만 인류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은 한정돼 있다. 특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지구궤도는 더 한정적이다. 60여 년 동안 이어온 인류의 우주개발로 우주는 점점 혼잡해지고 있다.
지구의 적도면을 따라 고도 3만5천800m는 정지궤도 영역이다. 이 궤도에서는 인공위성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위성, 즉 방송·통신·기상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이 주로 위치한다. 정지궤도 영역은 한정돼 있어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그대로 궤도에 남아있으면 새로운 인공위성이 자리 잡을 곳이 없어진다. 그래서 정지궤도 위성들은 임무를 완수하면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거나 폐기궤도로 이동해 우주 쓰레기가 된다.
지구 궤도를 떠다니는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지구 궤도에서 두 물체가 충돌하는 우주 교통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우주 쓰레기로 궤도를 돌고 있던 코스모스 2251호와 운용 중이었던 이리듐33호가 2009년 충돌했다. 이 사고는 총 2천400여 개의 파편을 발생시켰고 이 파편들은 수십에서 수백 년까지 궤도를 떠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은 파편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기 때문에 운용 중인 다른 위성에도 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의 태양전지판에는 작은 파편들의 충돌로 인해 7년간 500여 개의 충돌 자국이 생겼다.
'우주 쓰레기가 온다'에서는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에서부터 '뉴 스페이스' 시대에 들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주 풍경을 생중계하듯 안내한다.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가 늘어난 지구 주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하지만 그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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