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보이지 않는 희생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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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5   |  발행일 2021-07-05 제27면   |  수정 2021-07-05 07:08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밤새 도로 옆 공터에 다소 지저분하게 쌓여 있던 각종 생활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져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주택가에 사는 시민들은 밤사이 달라진 모습을 곧잘 느끼게 된다. 당연히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에서 치운 덕분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내려도 한결같이 수거하는 성실함은 대가의 지급 여부를 떠나 고마운 일이다. 이뿐 아니라 골목길에 흩날리던 비닐봉지나 종이 등의 쓰레기도 어느 날 모두 사라진 것도 알게 된다. 어르신 일자리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담배꽁초 등을 주워 담은 어르신들 덕분이다. 이 역시 일정 수당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골목길은 더 지저분한 상태가 오래갔을 것이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등산하다 보면 정상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산꼭대기에 올랐다는 기쁨과 체력 소진에서 오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정상주'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기 때문이다. 이때 뜻하지 않게 바람에 날려가거나 실수로 비닐봉지 등을 골짜기로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절벽처럼 가파른 경사를 타고 내려가 주워올 엄두도 나지 않거니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바람에 날아간 탓이다.

하지만 의외로 산 정상 부근에도 쓰레기가 많지 않다. 이곳에도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남한 백두대간 중 가장 긴 구간이 있는 문경에는 명산도 많고 등산객도 줄을 잇는다. 당연히 정상 아래 절벽 부근에는 쓰레기가 쌓이지만 정기적으로 치우는 문경 조령산악구조대 대원들의 노력으로 등산로와 함께 깨끗한 상태가 유지된다. 몇 년 전 험하고 힘들기로 이름난 설악산 공룡능선에서도 계곡 아래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오는 산악인을 봤을 때 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산악인이자 등산을 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새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쾌적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마음으로 전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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