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먹거리 생산 피라미드 붕괴…자연 회복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

  • 이기송 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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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2   |  발행일 2021-07-02 제36면   |  수정 2021-07-02 08:45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먹거리 생산 피라미드 붕괴…자연 회복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
지금까지 사람들은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지구 생태환경의 수고와 희생과 업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간과해왔다. 자연은 말없이 착하고 아무런 저항 의식도 없다고 생각하고서 자연을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일에 담대하게 행동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것은 나와 내 가족이, 그리고 내 나라가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노력해왔던 결과였다. 더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나무랄 수도 없는 소망이다. 문제는 그것이 미래세대까지를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코앞의 편리와 유익만 생각하다 보니 다음 세대의 안녕과 행복을 붕괴시키는 환경파괴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한 근시적 안목과 이기적 개발 욕망이 극심한 환경 훼손과 파괴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그 환경이 인류의 생명과 행복에 치명적인 위협 요소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제 사람이 환경에게 보복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으로 '환경의 역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의 이러한 위협은 과연 지구의 자연환경이 화가 나서 인류에게 가해오는 보복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아니다. 그것은 환경이 인류에게 가해오는 보복이나 역습이 아니라 죽게 생긴 지구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건강을 회복하고 생존해보려는 고단한 몸부림일 뿐이다. 그 몸부림 또한 여전히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자신의 봉사 능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려는 목적의 몸부림일 뿐이다. 자연의 과묵한 충성심과 성실성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그러면 왜 우리가 느끼기에는 공포를 느낄 만큼 두려운 환경적 위협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가해오는 것일까?

이기적 개발욕망이 환경 훼손·파괴
100년간 CO2 농도 단 0.01% 증가로
지구촌 나라마다 기후변화 재난 몸살
농약·화학비료 인해 오염 돼가는 토양
먹거리 피라미드 최하단 미생물 감소
상위 동물 개체 수 70% 감소로 이어져

미생물 수 늘리기 위한 끊임없는 복원
지구의 비명 계속 무시할땐 생명 위협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먹거리 생산 피라미드 붕괴…자연 회복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
◆먹거리 피라미드 생산시스템

지구환경은 원래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 주고 있었다. 대기 중 기체의 조성비 구조도 그러하고, 자연생태계의 먹거리 생산 조성비 조합도 그러하다. 그 조성비 구조에 이상이 생기면 지구도 큰 몸살을 앓게 되고 인체도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사람들은 대기 중의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등의 정확한 조성 비율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거의 인식하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 중 기체의 조성비에 미세한 변화가 가져올 재앙적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년 전만 해도 0.03%였는데 최근 100년 이상 동안 겨우 0.01% 높아진 것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심각성은 이미 전 세계가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코로 들어가는 대기 중 기체의 조성 비율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류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지구생태계의 먹거리 생산 조성 비율 또한 대기 조성비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구가 생산하는 먹거리의 양적 조성비 구조를 여기서는 '먹거리 피라미드 생산시스템'이라고 하자. 지구가 건강한 환경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인류에게 가장 안정적으로 최고 품질의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한 생산시스템은 피라미드 구조로 된 먹거리 조성 비율로 가동되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즉 먹거리 피라미드 생산시스템은 개체 수의 다소에 따라 최하단에 미생물, 그 위에 식물, 식물 중에서도 채소류가 가장 생산량이 많고, 그다음이 곡류, 그리고 과일 순으로 생산 조성비가 이뤄진다. 식물 위에는 동물, 동물 중에서도 어류의 개체 수와 생산량이 많으며, 최상단에는 개체 수가 가장 적은 가축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피라미드 생산시스템이 지구 환경면에서나 인류의 건강면에서나 가장 바람직한 조성비 조합이라는 것을 자연생태계는 글로벌 먹거리 생산시스템을 통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먹거리 생산 피라미드 붕괴…자연 회복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
◆지구 생산공급 시스템 변화

그런데 근래 수십 년에 걸쳐서 지구의 먹거리 피라미드 생산공급 시스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전 건강한 토양 1곔 속에는 미생물이 10억 마리 이상, 보통의 토양에도 2억 마리 이상 서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토양 1곔 속에는 겨우 4천만 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니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하기야 한국만도 해마다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연간 농약 1만8천700t, 화학비료 44만6천t 넘게 뿌려진다. 흙의 대단한 회생 능력이 아니었더라면 경작지 토양에는 미생물이 거의 씨가 마를 지경이 되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살포하는 화학비료는 2억t이 넘으며 농약은 400만t이 넘는다. 연간 전 세계 쌀생산량이 5억t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화학약품이 토양 속으로 뿌려지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물 종과 미생물이 죽어갔을까?

환경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리빙 플래닛 2020'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46년 동안 전 세계 동물 개체 수는 68%나 감소했다. 미생물의 수도 물론 급감했고 다른 동물도 급감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급증한 개체가 있다. 다름 아닌 가축의 수다.

고기를 많이 먹고 싶은 인류의 욕망은 먹거리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위치한 가축 수를 늘리기 위해 공장형 대량생산, 인공 수정, 집단 사육 등으로 안정적이어야 할 최적의 먹거리 피라미드 구조를 획기적으로 찌그러뜨려 놓았다. 한국만도 육류 1인당 소비량은 1980년 11.3㎏에서 2018년 53.9㎏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에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이었으나 지난해 59.2㎏까지 줄었다.

한국에서 소비하는 축산물 개체 수가 38년 동안 5배 늘어나는 동안 미생물 개체 수는 5분의 1로 줄었다는 말이다. 정상적인 삼각형 구조의 피라미드에서 최하단의 미생물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최상단에 있는 가축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이상한 형태의 피라미드 구조로 변형되어 버렸다. 지구생태계의 안정성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생태 환경 시스템 복원

이렇게 붕괴된 자연의 먹거리 생산시스템은 지구환경 자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이 인류에게 정상적인 먹거리 생산시스템을 가동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자연은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은 어떻게 해서든지 안정적인 먹거리 피라미드 구조의 생태환경 시스템으로 복원하려는 자연스러운 몸부림의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가축의 수는 현저하게 줄이고 급감된 미생물의 수는 현저히 증가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길이었다. 그것이 인간이 보기에는 광우병 재난, 조류인플루엔자 재앙, 구제역 파동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닭과 소와 돼지의 수를 줄여서라도 그 개체를 땅속에 파묻어 토양 속 미생물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미생물의 밥으로 던져 준 것이었다.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먹거리 생산 피라미드 붕괴…자연 회복 위한 생태계의 몸부림
이기송 (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이리하여 한국만도 지난 10년간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한 닭과오리는 6천900만 마리, 구제역으로 38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었다. 재작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가 45만 마리, 2만여 마리의 멧돼지까지 포함하면 47만 마리가 넘는다. 즉 지난 10년간 7천만 마리 이상을 산 채로 땅에 파묻어 미생물의 먹이로 주었다는 말이다. 엄청난 양이다. 살처분 비용과 보상으로 정부가 세금으로 지출한 비용만도 4조원이 넘는다. 매몰지 약 5천곳은 악취와 침출수, 수질오염 등으로 지금도 골치를 앓고 있다,

극단적으로 증가된 가축 수를 소비 감소로 축소시키지 않는 한 미생물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자연 생태계의 복원 현상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환경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재난이라고 생각하면서 '환경의 역습' 운운하지만 사실은 지구환경이 자신을 살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건강을 위한 특단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지금 지구는 인류를 향해 '제발 나 좀 살려달라'는 비명을 계속 질러대고 있다. 이런 반복된 비명을 계속 무시한다면 자연은 인류에게 더 강력한 몸부림의 호소를 할지 모른다. 그것이 참으로 두렵다. 지구가 쓰러지면 사람 또한 필연적으로 쓰러지기 때문이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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