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일상의 시선] 살아있는 물에 대한 욕망

  •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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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2   |  발행일 2021-07-02 제22면   |  수정 2021-07-02 07:18
페놀 방류사건·가축 분뇨 등

낙동강 본류 물 불신서 비롯

대구 취수원 구미 해평 이전

강 살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먹는 물 문제도 해결되는 법

[이하석의 일상의 시선] 살아있는 물에 대한 욕망
시인·대구문학관장

#생수

현관에 물통이 놓여 있다. 아내가 놓아둔 게다. 그걸 차에 싣고 시내에서 일을 본 다음 귀가 때 가창 우록에 들러서 물을 받아온다. 마실 물이다. 큰 통 하나면 사나흘을 마실 수 있다. 씻고 빨래하는 물은 수돗물을 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데, 우리 집도 그 증세를 가진 셈이다.

가창댐 상류와 우록 골짜기에는 생수 받는 곳들이 꽤 있다.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흐르는 물을 받기도 하며, 석간수 같은 샘물을 긷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 수도꼭지를 달아서 물을 받기 편리하게 해놓은 곳도 있다.

'샘구멍에서 솟아 나오는 맑은 물'이라고 사전은 생수(生水)를 정의한다. 우물물이나 정화수 광천수(鑛泉水) 등을 생수라고 한다. 미네랄워터도 광천에서 솟아나는 물을 주로 말한다. 유익한 광물질을 포함한 1급수의 물이다. 예전부터 좋은 물을 마시려는 욕망이 어느 나라에서든 있었다. 세계 곳곳마다 좋은 샘들이 있어서 부유한 이들의 이용이 잦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샘물을 용기에 담아 팔기도 했다. 생수 판매의 시작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물을 사 먹기 시작한 게 80년대 후반 이후가 아닌가 한다. 1988년 홍콩에서 생수를 처음 사 먹으면서 어떻게 그 흔한 물을 사 먹지라는 의아심을 가졌다. 그 이듬해 중국 여행 때는 아예 생수가 기본적인 휴대품이었다. 이어서 우리나라에도 생수 바람이 밀려왔다.

생수 산업이 거대해지면서 정수기 등의 산업들도 크게 떠오른다. 생수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맛도 다양해졌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다양한 생수를 고를 수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경우 생산되는 광천수의 브랜드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플라스틱 등 용기와 관련된 환경 관련 논쟁도 커진다. 이미 포화상태인 지구의 쓰레기 문제에 심각성을 더한다는 환경운동가들의 비판도 인다.

#수돗물

그래도 대다수가 수돗물을 먹는다. 대구시는 여러 수원지 물을 가정의 수도꼭지에 연결해 놓고 있다. 낙동강 물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 물이 이따금 문제를 야기한다. 페놀 방류 사건이 대표적이다. 산업 폐수와 생활 하수, 가축 분뇨 등이 수시로 흘러든다. 낙동강 본류인 문산·매곡취수장에서 정수한 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보다 깨끗한, 오염되지 않은 물을 먹는 게 시민의 숙원이 됐다.

그 숙원이 풀린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대통령 소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현재의 취수장은 더욱 정수하면서 쓰되 새롭게 상류 쪽의 물을 2028년부터 끌어다 쓴다는 게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어쨌든 다양한 방식으로 생수를 사거나 받아오거나 정수한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이들의 불신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힘들 듯하다. 하류 오염 때문에 상류로 옮기다 보면 점점 더 상류로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있다. 애초부터 강을 죽인 게 우리들의 삶이고, 정치며, 경제 논리였다. 강을 살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먹는 물 문제도 해결됨은 말할 것도 없다.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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