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적조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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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7   |  발행일 2021-06-17 제23면   |  수정 2021-06-17 07:15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포항 칠포해수욕장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바닷물이 붉은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조가 발생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바닷물에 발을 담글 작정이었던 딸 아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기했다. 외지인 상당수도 예상과는 사뭇 다른 바다 색깔을 신기해 하면서도 뭔가 불안하고 찜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도 등 수산당국은 최근 포항 연안에 적조가 발생했으나 수산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무독성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알기 힘든 상황에서 포항을 방문한 외지인들은 해수욕장 어디라도 잘 보이는 곳에 '바닷물이 붉게 보이는 것은 적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안내문을 붙였으면 당황하거나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흔히 푸르거나 검푸르다고 표현되는 바다의 빛깔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적조라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원생동물 등 적조생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적조생물이 지닌 색조에 따라 갈색·녹갈색·황갈색을 보이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엔 편모가 달린 편조류, 그중에서도 코클로디니움이 거의 매년 남해안에서 동해안으로 확산되는 '재앙의 띠'를 형성해 양식 어민들을 괴롭혀왔다. 적조를 퇴치하기 위해 초음파처리법 오존처리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됐으나 경제성이 낮아 주로 황토를 뿌리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황토의 콜로로이드 입자는 수중의 영양물질과 플랑크톤을 흡착시켜 물속에 가라앉힌다.

포항 연안에서 발생한 적조는 무해성 와편모 조류인 '녹티루카 신틸란스'가 원인이다. 이 생물은 매년 봄철~가을철에 연안을 중심으로 번식하는 '야광충'이라고 불리는, 1㎜ 남짓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어패류 등 수산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종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특히 부영양화가 일어난 수역에서 수온 21~22℃, 염분 28~32‰일 때 잘 서식한다. 적조가 발생할 당시에는 토마토 주스 색깔을 나타내지만, 쇠퇴기에는 황갈색이나 백색으로 바뀐다. 이 적조생물은 바닷물을 여과해 이용하는 시설에는 막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양식 어민들에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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