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 강에서 먼저 걸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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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31   |  발행일 2021-05-31 제27면   |  수정 2021-05-31 07:05

오늘(31일)은 바다의 날. 지난달 한 TV방송은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입 큰 바다생선 아귀의 뱃속에서 20㎝ 길이의 플라스틱 생수 페트병이 나오는 광경이었다. 이 장면은 '과연 우리가 이대로 살아도 되나'하는 반성과 함께 쓰레기를 양산하는 인류 삶의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게 했다. 물질문명의 발달에 편승해 너무 흥청망청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뉘우침이다. 아귀 뱃속에서 페트병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8년 11월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의 뱃속에서도 플라스틱 생수병이 나왔다. 아귀는 뭐든 잘 삼켜버리는 물고기이지만 이대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전 국토가 쓰레기 천국이다. 이들 쓰레기는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강물이 바다로 향하므로 종국엔 바다로 모여들게 된다. 어떻게 하면 강과 바다의 오염을 줄일 수 있을까? 국민 개개인이 각자 수칙을 정해놓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도록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 대목에서 대구에서 대형 횟집을 경영한 모 사장의 아이디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국내 강들의 중·하류에 촘촘한 그물망을 비스듬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우로 큰물이 일면서 지상의 쓰레기들이 강으로 몰려 들어가 하류로 흐를 때 바다 도착 전 그물에 걸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물을 비스듬히 설치하는 것은 물 흐름에 방해를 적게 주기 위해서란다. 그러면 지자체나 구·군의 청소 담당 직원들이 족대 같은 기구로 제때 걷어내 쓰레기가 바다까지 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렵지 않고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물론 미세한 오염물질은 촘촘한 그물코를 빠져 나와 바다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강에 그물망을 설치해 바다로 가는 쓰레기를 건져 내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제도적인 방안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만 하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페트병이 대형 아귀의 뱃속에서 나오는 일은 다시 재발해선 안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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