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송홧가루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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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0   |  발행일 2021-05-10 제27면   |  수정 2021-05-10 07:28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가운데 하나가 황사와 함께 불어오는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다. 기후 온난화로 소나무의 생육 한계선이 점점 북상해 소나무 숲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봄 풍경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차량이나 집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는 송홧가루다. 며칠 전 단비에 황사와 송홧가루가 대부분 씻겨 내려가 지겹던 송홧가루 습격에서 벗어났다.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을 이용하지 않고 바람결에 꽃가루를 날려 수분하는 풍매화인 소나무는 수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량의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실어 보낸다. 이 덕분에 소나무가 많은 우리나라는 봄철마다 송홧가루 사태를 겪는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C가 비교적 많은 송홧가루는 솔향의 독특한 풍미로 술이나 다식 등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차를 즐겨 마시는 동호인들은 송화다식을 직접 만드는데 그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다. 소나무에서 직접 송홧가루를 채취하기는 어려워 가지를 잘라 터는 방법으로 가루를 모은다. 이렇게 모은 가루는 물에 가라앉혀 송진과 독을 제거한 후 다식이나 다른 음식의 재료로 활용한다.

온난화로 소나무의 남방한계선이 북으로 올라가면서 남부지방에는 언제 소나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돌고 소나무의 에이즈라는 재선충병도 곧잘 발생한다. 여기에 솔잎혹파리도 소나무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 산림청 등 관계 당국은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인 소나무 숲 면적이 1985년 252만㏊에서 2005년 148만㏊로 20년 사이 41%인 104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가뭄에 따른 대형산불이나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열대성 수목 병해충 등의 가장 큰 피해 수종이 소나무이기도 하다.

봄철 꽃가루를 날려 우리를 성가시게 하지만 소나무는 가장 친근한 우리 국민의 나무이자 우리나라 생태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생존의 위협을 받아 최근 몇 년간 꽃가루를 더 극성스럽게 날려 보내는 느낌마저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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