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행] 봄을 맞은 달성습지와 달성습지생태학습관…노란 갓꽃 손짓하고, 고라니·왜가리 노닐고…생명의 땅 '봄의 왈츠'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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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30   |  발행일 2021-04-30 제13면   |  수정 2021-06-27 14:02
2019년 개관한 생태학습관서 바라본 습지 '한폭의 그림'

전시실·영상관 등 갖추고 다양한 교육체험 콘텐츠 제공

습지 총면적 200만㎡…최근 생태복원 마치고 일부 개방

대명유수지는 물억새 군락지·최대 맹꽁이 산란처로 유명

인근 화원동산 벼랑 하식애·모감주나무 군락지도 볼 만

[주말& 여행] 봄을 맞은 달성습지와 달성습지생태학습관…노란 갓꽃 손짓하고, 고라니·왜가리 노닐고…생명의 땅 봄의 왈츠
달성습지 생태학습관 3층 홀의 유리창 너머로 달성습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달성습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총면적은 200만㎡에 이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와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등 약 230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낙동강 모래톱에 갓꽃이 피었다. 연두색 줄기 위로 노란 꽃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달성습지의 나무들은 벌써 초록이다. 제방길 위로 대명유수지의 메타세쿼이아가 뾰족뾰족한 우듬지를 나란히 세워 놓았다. 대명유수지 억새 숲에는 고라니가 뛴다. 사람의 발걸음에 놀랐는지 풀쩍풀쩍 정신없이 달려 억새 속으로 숨는다. 얕은 물웅덩이에는 물새가 헤엄치고 물가 억새 숲에 왜가리의 노란 부리와 검은 댕기깃이 걸려 있다. 화원동산의 벼랑은 새소리로 요란하다. 고요하게 요란하다. 봄은 축복이다.

◆달성습지 생태학습관

진천천이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금호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들 사이에 너른 모래톱이 있고, 깊고 얕은 습지가 있고, 작은 섬 하중도가 있다. 하중도 저편으로 디아크가 손톱만 하게 보인다. 낙동강 서편으로는 고령군 다산면이, 금호강 동편으로는 대구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만들어진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있다. 이곳은 달성습지 생태학습관 옥상이다.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은 진천천, 금호강, 낙동강 세 하천이 만나 곡류하는 물길의 남쪽에 자리한다.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의 제방 위다. 생태학습관은 2019년 개관했다. 2·3층이 전시실, 옥상은 작은 꽃밭 정원이자 전망대다.

전시실은 달성습지의 형성과 서식하는 생물종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체험 콘텐츠로 구성돼 있으며 낙동강의 역사와 문화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 영상관에서는 습지 일대를 새의 눈으로 본다. 몇 분이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벅찬 광경이다. 생태이야기실에서는 새의 눈으로 바라보던 습지의 내부로 들어가 물속의 생명들, 모래톱의 생명들, 숲의 생명들을 들여다본다. 맹꽁이,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의 울음소리도 듣는다. 맹꽁이는 맹꽁맹꽁 우는 줄 알았는데 '꾸억 꾸억' 하고 울더라.

3층 홀의 전면 유리창은 통창이다. 창 너머 달성습지의 모습이 그림 같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한반도 자생생물 세밀화'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산양, 올빼미, 딱따구리, 단양쑥부쟁이 등 그림들이 꿈틀꿈틀 살아 있는 것 같다. 현재 일부 영상관과 체험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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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유수지의 억새밭에 탐방로가 놓여 있다. 사람 걸음에 고라니가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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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생태학습관. 진천천, 금호강, 낙동강 세 하천이 만나 곡류하는 물길의 남쪽 구라리 제방 위에 서 있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생태학습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달성습지다. 진천천을 건너면 습지를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사전학습장이 너르게 자리한다. 작은 습지가 조성돼 있고 동·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두었다. 여기서부터 달성습지 내부로 들어가는 오솔길과 제방 너머 대명유수지의 맹꽁이 학습장으로 향하는 길이 갈라진다. 제방에 올라서면 습지와 대명유수지가 양편으로 펼쳐진다. 왕이 된 느낌이다. 자, 다들 이곳으로 오라.

대명유수지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외딴 섬 같고, 빛나는 사막 같고, 가 본 적 없는 나라의 들판 같다. 앗, 하고 숨을 죽인다. 고라니다. 놀랐는지 지그재그로 뛴다. 다시 나타나 줘. 가만히 숨을 참고 기다리지만 고라니는 억새밭에 꽁꽁 숨어 가쁜 숨을 숨기고 있다.

대명유수지는 성서산단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경에 만든 인공 저수지다. 특히 물 억새 군락지로 이름 높고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맹꽁이의 주 산란지, 달성습지는 부 산란지라고 한다. 맹꽁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환경지표 종이다. 녀석은 밤에 이동하고 밤에 먹이를 잡는다. 녀석은 1년의 대부분을 숨어 살다가 장마철이면 맹꽁 맹꽁 울며 짝짓기를 한단다. 한 녀석이 '맹'하고 울면 다른 녀석이 '꽁'하고 운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맹꽁이의 '맹꽁 맹꽁' 소리도, '꾸억 꾸억'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억새밭 너머 10차로 도로에 차들이 달리지만 이곳의 고요는 오롯하다.

제방길에 자전거가 달린다. 사람도 달린다. 정자 쉼터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린다. 수줍음 많은 아저씨는 먼 데서 사람이 다가오면 연주를 멈춘다. 정자를 지나 저만치 멀어지자 등 뒤에서 다시 하모니카 소리가 들린다. 습지 안 오솔길에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걷고 있다. 예전에는 습지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달성습지는 20여 년에 걸친 생태복원 사업을 완료하고 최근 시민에게 개방됐다. 습지 내 숲길은 약 2.5㎞다. 돌 의자도 놓았고 수로를 내어 물도 흐르게 했다. 달성습지의 총 면적은 200만㎡,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전체의 15%인 30만㎡다. 숲길과 하천과의 거리는 최소 45m, 최대 120m다. 자생하는 오래된 나무와 하천선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습지의 자연을 누릴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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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낙동강 생태탐방로. 화원동산의 북쪽 벼랑을 따라 사문진 주막촌까지 이어지는 수상길이다.

◆사문진 낙동강 생태탐방로

생태학습관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사문진 주막촌이다. 화원동산의 북쪽 벼랑을 따라 물 위를 걷는 생태탐방로가 사문진까지 이어져 있다. 총길이는 1㎞ 정도다. 쉼터와 전망대가 있고 삵, 흑두루미,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일대에 서식하는 동물들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다. 탐방로의 왼편으로는 벼랑의 퇴적 지형과 하식애, 바위에 뿌리내린 무수한 수목들이 함께한다. 오른편으로는 먹먹하게 펼쳐진 낙동강 위로 하중도의 끝자락이 길게 뻗어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천천히 흘러 만들어 놓은 것이 하중도, 그들이 급히 곡류하며 깎아 세운 것이 화원동산의 하식애다.

배를 타야만 볼 수 있었던 벼랑을 이리도 가까이서 본다. 화원동산은 신라시대부터 '꽃 피는 아름다운 동산'인 '화원'이라 불렸다. 신라시대 경덕왕이 가야산에 요양 중인 왕자를 보러갈 때 이곳의 아름다움에 끌려 9번이나 들렀다고 전해진다.

화원동산 하식애는 천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모감주나무는 6·7월에 황금색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피어난다. 하중도 낮은 모래톱에는 노란 갓꽃이 가득하다. 봄에는 갓꽃, 여름에는 기생초,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무성해지고 겨울에는 철새들이 날아든다.

이른 아침부터 걷는 사람이 많다. 자전거를 끌고 걷는 이들은 어디서부터 달려왔을까. 빗자루를 매단 미니 자동차가 천천히 달리며 탐방로 난간의 먼지를 쓸어내고 젊은 부부가 전망대에 올라 애정을 과시한다. 사문진에 닿는다. 유람선은 조용히 정박돼 있고 주막촌은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은 도시철도 1호선 화원역에 내려 달성 1번 버스(구라3리 하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자가용으로는 5번 국도를 타고 달성 화원 방향으로 가다 유천네거리에서 우회전, 451번 중부내륙고속지선이 올려다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구라리지하도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달성습지생태학습관, 사문진나루터, 대명유수지 인근에 주차해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생태학습관 관람시간은 현재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반도 자생생물 세밀화' 특별 전시회는 오는 6월30일까지 열린다. 사문진 낙동강 생태탐방로는 오전 5시 30분에 개방해 밤 10시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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