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스토리]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 귀환을 꿈꾸며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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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4  |  수정 2021-03-03 10:57  |  발행일 2021-03-04 제14면
[포토 스토리]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 귀환을 꿈꾸며
지난달 25일 재두루미 무리가 모여 있는 경북 의성 위천 옆 들에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한 날개를 펼치며 내려 앉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봄이다. 긴 겨울잠에 빠졌던 동물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며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봄이 왔기에 떠나는 동물들도 있다. 겨우내 추위를 친구 삼아 우리나라에서 지냈던 겨울 철새와 다른 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북쪽으로 돌아가던 중 영양 보충을 위해 잠시 머문 나그네새들은 봄기운이 돌면 이 땅을 떠난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이들을 한 장소에서 보는 행운이 왔다. 지난달 25일 경북 의성 위천 옆 들에서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 1마리와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100여 마리,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 1마리가 함께 먹이를 찾고 있었다. 몸길이는 두루미가 제일 크고 재두루미, 흑두루미 순이다. 두루미과 조류는 나무에는 앉지 않고, 번식도 지상에서 한다. 날 때 목을 접는 백로류와는 달리 목과 다리를 쭉 뻗으면서 난다.

[포토 스토리]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 귀환을 꿈꾸며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경북 의성 위천 옆 들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두루미는 기품 있는 선비처럼 보이는 새이다. 흔히 '학(鶴)'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신선이 타는 새로 생각해 사랑했다고 한다. 불로장생을 기원한 '십장생도'에도 포함됐다. 조선 시대에는 학을 선비의 상징으로 여겼다. 선비가 평상복으로 입던 옷인 '창의'에는 소매와 옷 테두리에 검은 천을 대어 학의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문신의 관복 흉배(胸背)에도 학을 그려 넣었다. 현재 사용하는 500원짜리 동전에도 학이 새겨져 있다.


과거에는 우리 주변에서 두루미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쉽게 만나지 못한다. 두루미의 월동 서식지가 줄어들고 자연환경 변화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해 세계적으로 2천800여 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조류다. 두루미는 중국, 몽골 및 러시아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강원도 철원평야, 경기도 연천 등에서 월동한다. 두루미의 머리 꼭대기는 붉고 목은 검은색, 몸은 흰색이다.

재두루미는 세계적으로 6천~ 7천 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아무르강과 우수리강 유역, 중국 동북부지역, 몽골 등에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철원평야, 연천, 한강하구, 주남저수지 등에서 월동한다. 몸은 푸른색을 띤 회색이며 이마와 눈 가장자리, 뺨은 붉은색이다. 경계심이 많아 사람이 접근하면 주위를 감시하던 개체가 신호해 무리 전체가 날아가 버린다.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1만 2천~9천 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식지는 러시아 아무르강과 우수리강 유역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순천만과 천수만 등에서 월동한다. 흰 머리와 목을 제외한 몸 전체가 검은색이다. 과거 낙동강 달성습지에는 매년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왔지만, 최근엔 수십 마리가 가끔 보일 뿐이다. 구미 해평습지도 주요 중간기착지였지만 축사 증가 등 서식지 변화로 예년만큼 흑두루미를 볼 수 없다.


[포토 스토리]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 귀환을 꿈꾸며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들이 경북 의성 위천 위를 날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n
겨울 철새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의성 위천 부근에서 목격된 재두루미 떼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경북대 명예교수)는 "근래에 재두루미와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가 변한 것 같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철새는 매년 때가 되면 찾아오고 또 돌아간다. 하지만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볼 수 없는 철새가 늘고 있다. 한 생물 종이 생존하려면 다른 생물 종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어떤 생물 종의 위기 또는 멸종은 주변의 다른 생물 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생명에 대한 보호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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