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남 〈주〉더아이엠씨 대표 |
매년 1월, 기술의 변화와 미래 사회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시선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집중된다. 미국가전협회 주관으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IT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되는 CES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최근 IT 산업의 동향과 미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전시회다.
1천951개의 기업이 참여한 CES 2021은 4천500여 기업이 참여했던 예년보다 그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CES 2021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쇼(Show)'에서 나아가 미래 제품과 연관된 환경 및 사회 문제, 기업의 지배구조(ESG)와 비즈니스 철학까지 함께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많이 확대해 행사의 의미를 살리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S 2021은 규모가 축소된 만큼이나 혁신기술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신기술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온라인 개최를 의식한 국내 주요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SK·KT 등도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참관 기업은 지난해 대비 약 85% 감소했다.
이런 부족함에도 CES 2021의 행사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국내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를 확인해봤다. 기술과 관련된 주요 단어들은 롤러블,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자율주행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다. TV나 스마트폰 등의 화면을 종이처럼 둥글게 말 수 있는 롤러블이 작년에 비해 급증하면서 첫 번째 관심단어가 되었다. 룰러블은 모바일 기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대면 상황에서 편리함를 기대해 볼 수 있어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AI와 전기차는 그 뒤를 이었고 로봇과 자율주행은 작년과 같이 올해에도 관심도가 높았다. 요약해보자면 올해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혁신기술은 롤러블, AI, 전기차, 로봇, 자율주행 등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볼 때 인간과 기계의 협력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고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실제로 돌발적인 코로나19 유행은 2045년쯤에나 성공할 것으로 여겨지던 4차 산업혁명을 10년가량 단축시켰으며 그 결과로 분산사회의 도래를 가속하고 있다.
분산사회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회로 기본단위는 '집'이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돼 사람들의 집합 모임이 줄어들고 도심지와 상권이 줄어들고 이동과 집합 모임의 편리함을 위한 도로와 자동차, 건물들의 필요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상황이 조성될 때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하며 공감을 높일 수 있는 재택근무, 공유경제, 가상관계, 가상비서 등이 필요해지며 롤러블, 5G, 가상비서,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LED, Network, AI(L, N, A)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이번 CES 2021에서는 분산사회의 모습을 집이라는 환경의 편의를 우선하는 '홈코노미'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이는 초보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분산사회 기술들에 의해 '홈 소사이어티'가 실현될 때야말로 분산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기업은 미래사회의 근간이 될 홈소사이어티가 실현될 수 있는 분산사회 기술인 L, N, A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산업구조 대전환도 L, N, A가 토대가 돼야 한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또 있을까? 이러한 노력을 해야만 25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채남 〈주〉더아이엠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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