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하고 힘들게 숨쉬는 아이…급성 세기관지염 의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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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5  |  수정 2021-01-05 08:05  |  발행일 2021-01-05 제16면
기침하고 힘들게 숨쉬는 아이…급성 세기관지염 의심
일교차가 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서 기침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 아이들이 늘고 있다. 소아나 어른들은 감기로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영유아의 경우 발열이 동반되고 기침이 심해진다면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특히 숨이 가쁘고 쌕쌕거리는 증상이 심해지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서 주로 발생
초기 기침·콧물 등 감기 증상 동반
점점 호흡 가쁘고 쌕쌕거리며 숨쉬어

신생아는 수유 때 조금씩 자주하고
고열 등 증상 심하면 입원치료 필요
야외 활동 자제하고 수분 섭취 늘려야


◆감기 증상과 비슷한 급성 세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의 원인과 증상

4일 전문의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영아에게서 숨이 가쁘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를 동반하는 급성 세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급성 세기관지염은 기관지를 지나 가늘게 갈라져 나온 직경 1㎜ 이하의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의 감염성 질환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발생이 대다수이다. 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가 원인이다. 만 2세 미만의 영아는 90% 이상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주로 겨울이나 초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외에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 등도 원인이 된다. 2세 이하의 유아, 특히 6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주로 발생하며, 형제가 감기 등의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6개월 미만 영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탓에 최근 산후조리원에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되는 신생아들이 적지 않게 생겨났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평택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9명이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즉 RSV에 감염됐다. 같은 달 울산 남구의 한 산후조리원을 거쳐 간 신생아 4명이 병원에서 RSV 감염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같은해 1월 달성군 내 산후조리원을 거친 신생아들이 RSV에 감염돼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 조사에 나섰고, 그보다 앞선 2019년 11월에도 수성구 한 산후조리원에 있던 신생아 8명이 RSV에 감염됐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2019년 10월 RSV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1~6세 환자는 60.9%, 1세 미만은 33.9%였고, 전체 신고 건수의 95% 정도가 6세 이하였다. 국내에서는 주로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발생한다. 이런 탓에 2018년 질병관리본부는 생애주기별 감염병 중 신생아기에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RSV를 선정하기도 했다.

◆주된 치료는 대증요법, 그러나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대부분의 급성 세기관지염 초기증상은 기침, 콧물 등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점점 기침이 심해지면서 호흡이 빨라지고, 심하게 보채면서 수유하기 힘들어진다. 전문의들은 "이런 경우 병원에서 진찰해보면 폐렴에서 들리는 수포음과 함께 천식에서 특징적인 쌕쌕거리는 천명음을 보인다"면서 "심한 경우 무호흡, 청색증, 가슴이 쑥쑥 들어갈 정도의 호흡 곤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성 세기관지염의 주된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간접 치료법인 '대증요법'이다. 증상 완화를 위해 신생아의 경우 수유를 조금씩 자주하고 수분 섭취를 늘리는 동시에 습도를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또 세기관지에 달라붙은 끈적끈적한 가래를 묽게 하는데 가습기를 사용하면 좋지만, 이때 기본적으로 매일 가습기 청소를 하고 물을 갈아줘야 한다. 또 실내 공기가 전체적으로 나쁘거나 습기가 차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환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발열이 심하지 않고 먹는 양이 잘 유지되는 경한 환아들은 외래에서 통원치료가 가능하지만, 고열과 호흡장애가 있는 환아들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호흡 곤란과 저산소증이 있다면 산소를 투여하고, 빈호흡과 수유량 감소에 따른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수액 요법을 시행한다. 상체를 30~40도 올리고 목을 뒤로 젖혀 호흡하기 편한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항생제는 병합된 세균성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해 천명음이 감소하거나 호흡음에 호전이 있는 경우 지속적인 흡입치료가 도움이 된다. 일부 고위험 환아에서는 호흡부전으로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현재 급성 세기관지염의 주된 원인이 되는 RSV에 대한 단일항체 예방접종인 시나지스가 개발되어 있고, 미숙아, 청색증형 심장병, 기관지폐이형성증 등의 적응증이 되는 환아들에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최희정 교수(소아청소년과)는 "급성 세기관지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만큼 호흡기 바이러스가 많이 유행하는 시기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야외활동 이후에 손을 씻어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성 세기관지염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윤 국회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1분기(1~3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질환별 내원일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인한 내원일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3.3% 감소했다.

전문의들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경우 전파력이 강해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에서 한번 발생하면 무섭게 퍼져나간다. 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기본이 된 상황인 데다 외부 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추가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기침하고 힘들게 숨쉬는 아이…급성 세기관지염 의심
    <RSV 감염 예방 수칙>
- 외출하고 들어온 후에는 흐르는 물에 올바    르게 손 씻기
-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 만지지
  않기
- 기침할 때 휴지나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 가리기
- 과일이나 수분,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해
  면역력 유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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