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三寒四微(삼한사미)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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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9   |  발행일 2020-12-29 제23면   |  수정 2020-12-29

지난봄 코로나19라는 큰 고통 속에서도 그나마 반가움이 있었다면 잃어버린 파란 가을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는 파란 하늘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보고 미세먼지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됐다.

기쁨은 잠시였다. 가을로 접어들자 한동안 주춤하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겨울에도 '삼한사미(三寒四微)'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삼한사미는 겨울철 '삼한사온(三寒四溫)'에 빗댄 신조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한 겨울 날씨 속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중·일 3개국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 가운데 30%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된다. 올봄과 여름에 우리나라 공기가 깨끗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공장들이 대부분 멈춰서면서 한반도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 공장가동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다 겨울철 난방이 시작되면서 한국의 대기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코로나에 미세먼지까지 덮쳐 최악의 겨울을 맞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국과의 공조도 필수적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일본·미국 앞에서는 그렇게도 자신만만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던 정부가 왠지 중국 앞에만 서면 할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러니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몇 달간이었지만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신 국민은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저자세 대응을 버리고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도 미세먼지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끊임없이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굴뚝, 경유차 등도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문명의 혜택이 클수록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질은 점점 나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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