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김모씨는 오래전부터 한 번씩 혈뇨가 있었다. 소변에 피가 섞여 있는 것. 하지만 간혹 한 번씩 그런 증상이 생겼던 탓에 별거 아니겠지 하고 무시한 채 지냈다. 그러다 심각한 혈뇨로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가 응급실을 방문했을 당시 측정된 혈색소 수치가 5.0g/d이었고, 하마터면 생명까지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결국 지혈을 위해 응급 수술을 하게 됐고, 방광암으로 진단받았다. 이에 방광을 다 제거하는 큰 수술까지 하게 됐고, 방광을 다 제거하게 되면 소장을 이용한 요로전환술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처음 혈뇨를 경험했을 때 병원에 바로 왔다면 방광까지 다 제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비뇨의학과 의사로 살면서 혈뇨 환자를 많이 보게 되는데 육안적인 혈뇨가 있는 환자부터 건강 검진에 의한 소변 검사를 통해 우연히 현미경적 혈뇨가 발견된 환자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 모두가 혈뇨의 원인이 방광암은 아니지만 50세 이상부터는 방광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광암의 원인 증상은
방광암이란 방광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방광은 우리 몸에서 소변을 저장하고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소변과 직접 접촉하는 방광 점막에 생기는 이행상피세포암이 방광암의 약 90%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및 육종 등이 있다. 방광암은 남자의 발병률이 여자보다 약 4배 정도 높고, 주로 60~70대에서 발생한다. 70대가 35%, 60대가 26%, 50대가 15% 순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10대 암종 조발생률에 따르면, 방광암은 남성에서 모든 암 중에 10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광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가장 유력한 위험 인자다. 흡연은 방광암의 위험을 약 2~7배 증가시킨다. 이런 탓에 방광암의 25~60%가 흡연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방광암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고, 방광암 환자들에게도 금연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장기 흡연자가 △혈뇨 △빈뇨 △야간뇨 △절박뇨 △요실금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이런 증상을 과민성방광 정도로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방광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외에도 나이가 많은 경우 고무·가죽·화학물질·인쇄 재료·페인트 등을 취급하는 직업, 지속적인 요로감염 등이 방광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방광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이 없는 육안적 혈뇨다. "소변에서 피가 약간 비치는 정도인데 그럼 방광암이 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혈뇨의 정도가 암의 진행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기 때문에 약간의 혈뇨라고 안심할 수도, 심한 혈뇨라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런 만큼 혈뇨가 육안적으로 보이거나, 눈으로 혈뇨가 보이지 않더라도 소변검사에서 현미경적 혈뇨가 발견된다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방광암의 증상은 혈뇨 이외에도 배뇨장애를 꼽을 수 있다. 배뇨장애가 있어 개인병원에서 통상적인 치료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방광암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방광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체중감소,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아랫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방광암을 진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는 방광 내시경이다.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하고 방광 안을 직접 살펴보는 검사로, 방광내시경을 통해 방광암이 발견되면 암의 범위와 타기관으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하게 된다.
방광암의 병기는 크게 비근침윤성, 근침윤성, 전이성으로 나누게 된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각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이성 방광암의 여부는 영상 검사로 가능하지만, 비근침윤성과 근침윤성을 확진하는 것은 영상 검사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 수술에 의한 조직 검사를 통해 근침윤성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방광암의 치료는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 수술이 방광암의 일차적 치료법이다. 요도를 통해 삽입된 절제경을 통해 암을 제거하고, 제거된 암으로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조직검사에서 비근침윤성암이 확인되면 방광 내 약물 주입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이는 수술 후 재발이나 진행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추가 치료이며, BCG(결핵균)나 항암 약물을 방광 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조직검사에서 근침윤성으로 확인되거나,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방광암이 재발된 경우, 또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 수술만으로 종양의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치적 방광 적출술을 시행하게 된다. 남자의 경우에는 전립선·정낭과 함께 방광을 제거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자궁·난소와 함께 방광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 수술 후에는 소변을 저장하는 장기가 없어져 요로전환술을 함께 시행하게 된다.
요로전환술의 방법으로는 크게 소장을 이용한 회장도관 조성술과 신방광 조성술로 나누게 된다. 쉽게 말해 장을 이용해서 방광을 대신할 기관을 만들게 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 외에도 방광을 보전하는 부분 방광 절제술, 방사선 치료 등이 있지만 근치적 방광 적출술에 비해 생존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전이성 방광암의 경우에는 항암치료나 면역항암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인 경우에는 방광을 보전할 수 있고,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근침윤성, 전이성 방광암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택준 교수(비뇨의학과)는 "방광암으로 수술까지 진행해야 할 경우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이 가장 좋고, 이를 위해서는 금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만약 그 시기를 놓쳐 혈뇨가 나타나면 즉각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하고, 건강 검진을 통해 소변검사에서 혈뇨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조기에 방광암을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신택준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방광암 진단과 치료 방법은
-진단: 방광내시경을 통해 방광암이 발견되면 암의 범위와 타기관으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
-방광암의 치료: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 수술이 방광암의 일차적 치료법이다. 요도를 통해 삽입된 절제경을 통해 암을 제거하고, 제거된 암으로 조직 검사를 시행. 조직검사에서 비근침윤성암이 확인되면 방광 내 약물 주입요법을 시행한다.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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