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을 넘어 이제 초겨울 날씨에 들어서면서 심장 질환에 대한 위험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큰 탓에 심장 질환을 가진 이들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추운 겨울에 심장 질환의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의 경우에는 요즘 같은 일교차가 크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부터 발병률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29만5천110명) 가운데 20.4%에 해당하는 6만252명이 심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고혈압성 질환 등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사망했다. 순환기 계통 질환 사망자를 월별로 보면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순환기 계통 질환 사망자 6만여 명 가운데 1·10·11·12월 4개월간 사망자가 2만1천442명으로 35.6%를 차지했다.
경북에서도 심장·뇌혈관 등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매년 4천500명 이상이 숨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북에서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숨진 경우는 2017년 4천807명, 2018년 4천717명, 지난해 4천590명 등 해마다 4천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경북 전체 사망자의 21~23%에 이르는 것으로, 전국 평균(20%)을 웃도는 수치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심혈관 질환의 경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에 이어 등·어깨로 통증이 확산되는 만큼 이때 즉시 119로 신고하고 상체를 높여 누운 자세로 안정을 취하며 심호흡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장질환, 환절기에 세심한 주의 필요
전문의들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 질환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평소 심장은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심장혈관(관상동맥)의 죽상경화(동맥경화)로 심장으로 전해져야 하는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면서 가슴이 아프게 된다. 기온차로 관상동맥 혈관이 수축하고 불순물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면 이런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환절기에 그럴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협심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안정성 협심증'은 편안한 상태인 안정기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운동이나 심한 노동을 할 때 나타난다. 관상동맥이 찌꺼기로 좁아져 심장으로의 혈액 공급이 떨어질 때 생기는 것으로, 흉통이 발생하고 5~10분 정도 증상이 지속하다가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나아진다. 그다음은 안정 시에도 흉통이 발생하고 강도가 심해지는 '불안정 협심증'이 있다. 끝으로 '변이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비정상적으로 수축,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거나 차단돼 흉통이 나타나게 된다.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자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조이는 증상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생겨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흉통이 상당 시간 지속되고 그대로 두면 급사할 수도 있는 급성심근경색증 등이 모두 허혈성 심장 질환에 속한다.
원인이 되는 위험 요소는 가족력, 나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이다. 또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으로, 가슴중간이나 왼쪽이 쥐어짜는 듯 혹은 짓누르는 듯 아프거나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든 상태로 나타난다. 가끔은 복통과 구토,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탓에 소화기계 질환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가을에 들어서는 10월부터 허혈성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더운 여름에는 활동량이 많지 않다가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활동량과 운동량이 갑자기 많아지고, 갑자기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허혈성 심장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새벽에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추위를 느끼는 동시에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이 뇌의 명령에 의해서 혈액 속으로 보내지고 체열 발산을 막기 위해서 자율신경이 작용해 몸 표면의 말초혈관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피의 공급이 줄게 되면 심장은 떨어지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더 빠르게 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커다란 부하를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심장 질환의 악화가 유발될 수 있고, 나아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최대 혈압이 급상승해 뇌출혈로 쓰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혈압이 높거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심장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실외에 나갈 때는 충분히 옷을 껴입고 나가야 하며 머플러 등을 이용해 갑자기 찬 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서서히 강도 높이기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도 처음 운동을 할 때 운동 강도는 자기 운동능력의 50%에서 시작해 85%까지 점차 증가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서서히 강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이 갑작스럽게 과격한 운동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평소와 유사한 강도의 운동이라도 추운 환경 또는 스트레스를 높이는 환경에서 운동을 할 경우 심장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심장 질환을 가진지 모른 채 사는 경우도 이 시기가 위험하다. 자신도 모르는 심장 질환을 가진 상당수의 사람은 가을철이나 초겨울 등 추워진 날씨와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높일 경우 첫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식사 후에 곧바로 야외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식후 소화를 위해 장으로 혈류를 보내기 위해 심장의 운동이 늘어나는 시점에 신체 활동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사 후 충분한 안정 시간 없이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급성 심장 질환의 발생 위험도는 높아진다.
비가 온 다음날도 주의해야 하는 날 중 하나다. 환절기 특히 비가 온 다음날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게 돼 사지혈관 수축으로 인한 심장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남창욱 교수(심장내과)는 "이런 날씨에 즐거운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건강 상태를 한 번 점검해 보고 주의점을 한 번 기억해 보는 것은 본인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적절한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계절과 상황에 따라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남창욱 교수
노인호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