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차량 뒤편 발판 없애야"...음주차량 추돌로 환경미화원 숨져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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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9  |  수정 2020-11-08 16:20  |  발행일 2020-11-09 제8면

음주 운전 차량에 의한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와 관련,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필요성과 함께 환경미화원의 업무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오전 3시 43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역 인근 도로에서 만취 상태인 30대 여성 A씨가 몰던 BMW 차량이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수거차량 뒤에 타고 있던 수성구청 소속 50대 남성 환경미화원 B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B씨는 쓰레기 수거차량 뒤편에 있는 발판에 올라서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발판을 쓰레기 수거 차량에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상 불법 튜닝에 해당한다. 또 매달려 이동하는 행위도 사고 위험이 있어 산업안전보건기준과 도로교통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영남일보 8월 7일 8면 보도)

이 같은 법적 규제에도 위험한 상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수성구 대구은행네거리 근처 왕복 10차선 도로에서 환경미화원이 생활폐기물수집운반차량의 뒤편 발판에서 움직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당시 수성구청 관계자는 "평소 환경미화원 안전 교육을 철저히 했지만, 직영업체와 대행업체 간 교육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향후 같은 사례 발생을 확실히 근절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에서 숨진 B씨는 직영업체 소속 직원으로, 20여 년 경력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편 발판에 올라서는 행위는 직영업체와 대행업체 간 차이가 아닌, 업계 전반에 만연한 관행이었던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뒤편 발판에 올라타 이동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해내야 하니 편의상 대부분 그렇게 한다. 오히려 안전을 지키다 노동강도는 더 세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수성구청은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뒤늦게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환경미화원의 업무 습관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수거 차량 뒤편 발판을 모두 없애는 등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쓰레기 수거 시간 변경 등의 방안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지역 폐기물 업계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낮에 쓰레기가 길거리에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환경미화원은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도 일을 신속히 할 수 있는 밤을 이용하게 되고, 사고의 요인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라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시민들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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