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들은 뇌졸중의 경우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효과적인 급성기 치료도 중요하지만, 위험인자의 조절을 통한 1차 예방이 매우 중요하고, 이미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라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2차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뇌졸중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압이 높아지고, 동맥수축 자극으로 혈소판 수, 혈액 점도, 혈액 응고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뇌졸중 환자는 연간 60만명에 달하고, 한국인 사망원인 4위, 전 세계 사망원인 2위로 위험도가 높은 질환이다. 특히 살아남더라도 3명 중 1명은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등 장애를 평생 갖고 살아야 하는 탓에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10월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지정, 뇌졸중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뇌졸중의 발병 원인은
전문의들에 따르면 뇌졸중은 고혈압과 깊은 관계가 있다. 혈압이 높은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면 혈관 벽에 부담을 주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는 동맥경화가 생기고, 그 결과 뇌경색이 발생한다.
또 동맥경화로 인해 딱딱해진 혈관이 터지게 되면 뇌출혈이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에 비해 4~5배에 달한다. 고혈압은 처방약, 적정 체중, 저염식, 운동, 금연, 절주로 관리할 수 있다. 당뇨병은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1.8~6배 증가시키고,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뇌졸중 발생 위험을 12% 감소시킬 수 있다. 당뇨병은 평생 조절해야 하는 병이므로, 당뇨병에 대한 지식습득과 함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처방약, 규칙적인 내원, 식사 조절, 운동 등으로 관리할 수 있다.
고지혈증은 총콜레스테롤혈증, 고 LDL-콜레스테롤혈증, 저 HDL-콜레스테롤혈증 및 고중성지질혈증을 포함한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중요한 구성성분으로 세포막의 주요성분이면서 동시에 필수적인 호르몬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미 뇌경색이 있어 2차예방을 하는 경우에는 LDL-콜레스테롤을 70㎎/dl 미만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낮춰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방세동, 심판막질환,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울혈성심부전, 난원공 개존 등도 뇌졸중 발생 위험을 매우 높인다. 이 중 심방세동은 단독으로 뇌졸중 발생 위험도를 3~4배 증가시키고, 모든 뇌졸중의 약 15% 정도가 심방세동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적절한 항응고제(와파린나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의 사용은 뇌졸중의 발생을 60% 이상 낮출 수 있지만, 연 1% 내외의 출혈성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의 득실을 고려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살 빼고 담배 끊어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는 것은 물론 비만인 경우는 살을 빼는 것이 필요하다.
흡연은 좁아진 동맥에 혈전을 형성시키는 급성효과와 동맥경화증을 촉진시키는 만성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뇌졸중을 일으키는 강력한 위험 인자라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뇌경색이 약 1.5~2배, 뇌출혈이 약 2~4배로 발생확률이 상승한다.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특히 담배를 피우면서 고혈압인 사람은 그 위험성이 더 커지는데 비흡연자이면서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20배나 높다. 담배를 끊었을 경우 뇌졸중 위험도는 2년 후부터 감소해 끊은 지 5년이 지나면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위험도가 비슷해진다.
비만 역시 뇌졸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다. 비만이란 단순한 하나의 질병이 아닌 질환의 집합체로서,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으로 인해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한국인의 비만은 BMI(체질량 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 이상일 때로 정의하고 있다. 그 수치가 20 미만일 때를 저체중, 20~24일 때를 정상체중, 25~30일 때를 경도비만, 30 이상인 경우에는 비만으로 정의한다. 예컨대 키가 160㎝이고 몸무게 60㎏인 사람의 BMI는 60÷(1.6×1.6)=23.4로, 정상 체중이 된다. 만약 여기서 몸무게가 10㎏ 더 늘어나 70㎏으로 가정하면 BMI는 27.3으로 경도비만, 80㎏일 경우 31.2로 비만이 되는 것이다.
BMI가 26인 경우에는 21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여성의 경우에는 8배, 남성의 경우에는 4배에 달하고 담석증 및 고혈압이 발생할 확률도 2~3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일 때다. 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생활패턴 변화와 함께 뇌졸중 관련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더 신경써야 한다. 가족 중 고혈압이 있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심장병을 경험했던 가족이 있을 경우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뇌졸중이 환자를 덮칠 수 있다. 그럴 때는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증상에 대해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했다고 하더라 3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경우 42%가량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발병 6시간이 이후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는 44%에 이르렀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거나 어지럽고 자꾸 넘어질 경우, 한쪽 팔과 다리가 저리고, 말을 못 하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것도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다. 만약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환자를 편안한 곳에 눕힌 뒤 호흡과 혈액순환이 편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옷이나 관절 등 압박된 곳을 풀어주는 게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홍정호 교수(신경과)는 "일반적으로 뇌졸중 환자에서 1년 재발률은 약 10%에 달한다. 그런 만큼 위험인자들의 조기 발견을 위해 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조기진단 시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홍정호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노인호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