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
새벽 동쪽 창으로 밝은 별빛이 비친다. 샛별 금성이다. 별들이 밤새 세상을 지키다가 빛이 흐려질 때쯤 샛별이 떠올라 해를 기다린다. 세상을 일구는 사람들도 샛별과 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일을 시작한다. 샛별은 샛별 같은 사람들만 볼 수 있다. 환경동아리도 기후 위기를 막아내는 샛별과 같다.
토요일(24일)에 강림지구의 벗 열 명은 두 모둠으로 나누었다. 한 모둠은 대구환경교육센터와 같이 신천 조류조사를 했다. 쇠백로,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검은등할미새, 집비둘기, 겨울철새 청둥오리와 쇠오리를 만났다. 울산 산에들에생태연구소 김정태 박사가 구수한 사투리로 새들의 생태와 서식지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다. 도시하천이지만 물이 흐르는 신천을 찾는 겨울 철새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대구에도 새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있는지 만나고 싶다. 기후위기다. 위기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작은 생물들을 살펴야 한다. 돌아오는데 30분 전에 본 왜가리가 그 자리에 가만 서 있다. 아이들은 "왜가리야 너는 왜 외롭게 이래 오래 서 있노?" 하고 물어보았다.
두 주 전엔 강림환경동아리는 동네 큰 도로와 아파트 사이에 세워진 유리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야생조류를 조사했다. 청딱따구리, 밭종다리, 곤줄박이, 진박새, 쇠찌르레기, 비둘기 등 25마리의 사체를 발견하고 네이처링에 보고했다. 도시가 발달하고 유리창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새가 유리창에 충돌한다. 작년에 달성습지생태관에서 만난 교육감에게 환경동아리 아이들과 학교마다 유리창에 야생조류충돌방지를 해 달라고 부탁해두었다.
신천 조류조사를 하는 오전 동안 다른 모둠은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박사들과 같이 달성습지를 찾았다. 먼저 화원 전망대에 올라 달성습지를 조망하고, 하식애 생태를 공부하고 달성습지생태학습관 수업을 마칠 때쯤 조류조사팀도 오후에 합류했다. 대명유수지 물억새는 파란 하늘과 산들바람에 일렁이며 반짝거렸다. 수많은 사람이 걸으며 순천만 갈대의 기분을 내고 있다. 물억새 사이를 걷는 아이들을 보니 더 예쁘다.
대명유수지는 성서산단의 침수를 대비해 만든 배수지다. 이곳은 맹꽁이 수만 마리가 태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유수지의 절반만 사람을 위해 데크를 만들어 두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달성습지를 복원하고 4차순환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맹꽁이들은 급감했다. 그나마 이제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내년 여름엔 살아남은 맹꽁이들이 산란을 해서 밤마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꽉꽉 채우기를 기도한다. 달성습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내륙습지다. 자연의 상태가 망가진 상태에서 반쪽짜리 복원이지만 수년 안에 뭇생물들의 낙원이 되면 좋겠다. 마지막 포클레인이 서 있다. 새로 낸 물길엔 벌써 어린 버드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 늙은 왕버들이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물길엔 노랑어리연이 자라고 있다. 물이 흐르지 않으니 강이 호수처럼 된 것이다. 숲길을 따라 나오는데 오후 2시쯤 청룡산 삼필봉 위에 하얀 상현달이 떠올랐다.
지난 금요일(23일)엔 대구 달성 구지초등에 갔다. 음력 칠일 상현달이 목성 토성이 모여 멋진 밤하늘을 만들어 두었다. 비슬산에는 화성이 크게 빛나고 있었다. 특수학급과 구지환경동아리가 함께 연 통합교육 별빛잔치였다. 대구에는 모든 학교에 환경동아리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어떻게 활동했을지 궁금하다. 환경동아리들이 기후위기를 막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노자는 '사람은 땅을 배우고 땅은 하늘을 배우고 하늘은 도를 배우고 도는 자연을 배운다(道法自然)'고 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이를 두고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의 스승의 스승이 곧 자연이다. 자연은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셨다.(이현주의 농사의 도) 아이들을 자연으로 보내야 한다. 오늘은 달이 화성 곁으로 가 있을 것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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