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2050년 탄소 순배출제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원칙과 IPCC 1.5℃ 특별보고서 권고를 받아들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시점에서 지금의 기후변화는 과거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이를 방치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를 생각해보자.
기후변화 역사를 수천만 년, 나아가서 1억년이라는 시간 규모에서 찾아보면 큰 규모의 기후변화가 발생했으며 그 과정에도 탄소농도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탄소순환 변동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방울에 녹아들어 산성을 만들었고, 이 산성화된 빗물이 규회석(wollastonite)을 녹였으며(풍화작용), 그 규회석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광물이 플랑크톤과 산호초에 흡수된 뒤 석회암(CaCO3)으로 바뀌어 해저 퇴적물로 쌓였다. 이 퇴적물은 해구에서 지각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화산활동을 통해 다시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로 나갔다. 즉 풍화작용이 강해지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고,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다. 그 예로 중생대 백악기에는 대륙 이동 속도가 비교적 빨라서 화산활동이 활발했다. 이후 서서히 이동속도가 늦어지고, 2천만년 전부터 융기한 히말라야 주변에서 풍화작용이 증가함으로써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줄어 기후가 한랭해졌다.
최근 200만년 동안 기온이 낮은 제4기라고 불리는 한랭기(빙하시대)다. 이처럼 수천만 년, 1억년 단위로 큰 기후변화가 발생해 왔는데. 지금 우리는 100~2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대량의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과거와 같은 정도로 큰 기후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규제 없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해가고 열대우림을 벌채한다면 200∼300년 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4배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엄격히 규제를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배 증가 이하로 억제하기가 어렵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4배로 증가한 경우 기온상승은 지구 평균으로 7℃ 정도, 육상에서 7∼12℃, 해상에서는 5∼6℃, 북극해 주변에서는 1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 후기 수준에 상당한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의 지구생태계는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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