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풍만 오면 정지하는 原電…기후 변화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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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  발행일 2020-09-08 제27면   |  수정 2020-09-08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수만 세대가 정전 피해를 겪었고, 주택침수·파손, 도로와 철도 통제, 항공기 및 여객선 결항, 차량 침수 등도 잇따랐다. 애초 우려와 달리 태풍 경로가 한반도를 다소 비켜나 피해를 줄였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일이 발생했다. 경주 월성원전 터빈발전기 2기가 정지됐다. 불과 사흘 전 태풍 '마이삭' 때도 고리 원전 3·4호기, 신고리원전 1·2호기가 차례로 멈췄다. 지진도 아니고 태풍으로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 중 하나인 동해안 남부의 원전 6기가 잇따라 멈춘 것이다. 주목할 사태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7일 오전 8시38분, 9시19분 월성원전 2, 3호기 터빈발전기가 각각 정지됐다고 밝혔다. 원전 측에서는 태풍 때문에 배전선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일 새벽 신고리 1·2호기, 고리 3·4호기가 자동정지되고, 영구정지 중인 고리 1호기와 정비 중이던 고리 2호기의 비상 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된 게 불과 사흘 전이다. 당시 '발전소 밖 전력계통의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원전 측의 설명이 있었다.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고장이 아니라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자동 가동 정지'라는 원전 측의 설명은 합리적이다. 사고 가능성을 아예 봉쇄하기 위해 만든 게 '자동 정지'라는 것이다. 고장 나서 멈춘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이 작동 안 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태풍으로 인한 원전 정지' 사고가 잦다. 그 원인을 찾아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는 한편 안전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는 없는지 살피는 조치는 있어야 한다. 앞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얼마나 자주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는 해안가에 자리한 국내 원전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된 이후 17년 만이지만, 이번처럼 연속적으로 다수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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