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수돗물 오염 사태에 생수-정수기 찾는 대구경북민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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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2  |  수정 2020-07-21 16:49  |  발행일 2020-07-22 제4면
반복되는 수돗물 오염 사태에 생수-정수기 찾는 대구경북민
수돗물 유충 관련 불안감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21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대림생수에서 시민들이 개인 물통에 식수를 받아가고 있다. 대림생수는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운영을 중지했다가 지난 5월 재개방했다. 대림생수 관계자는 방문객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직장인 박정연(27·대구 달서구) 씨는 최근 라면을 끓일 때도, 밥을 지을 때도 수돗물 대신 생수를 이용한다.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하면서 찝찝한 마음에 돈이 들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대구 수돗물은 그동안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지 않나. 다른 지역 문제들 원인도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고, 대구에서 아직 발견을 못 한 것 뿐일 수도 있으니 당분간이라도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충, 변색, 오염 등 수돗물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수돗물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수기나 생수를 찾고 있다. '폐놀 사태' 등을 겪은 대구경북민들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1991년 '페놀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구미 두산전자 탱크에 보관하던 페놀 원액 30t이 낙동강에 흘러들었다. 오염된 물은 낙동강 하류 50㎞ 정도 떨어진 대구로 들어왔고,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발생하며 '식수 대란'이 발생했다.

또 1994년 벤젠과 톨루엔 검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검출, 2018년 과불화화합물 검출 등 수돗물이 유해물질에 오염되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대구지역 주민들은 돈을 들여 생수를 구입했다.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고 생수, 암반수를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식당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8월 포항에서는 '검은 수돗물' 사태도 발생했다. 포항시는 조사단을 꾸려 노후 수도관에 퇴적된 망간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으나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진 못했다.

실제 지난 2018년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돗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낙동강이 오염됐다'는 의견이 80.5%를 차지했고,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친 대구 수돗물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4.8%에 달했다. 지난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주요 불만족 요인으로 응답자 42.3%가 '수질이 좋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시간 수질공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찾아가는 수돗물 안심확인제' 등 수질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934㎞에 달하는 노후 수도관이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보고 올해 66㎞를 교체하고, 향후 10년간 3천526억원을 투입해 706㎞ 구간을 손볼 예정"이라며 "현재 유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직접 마셔도 문제 없는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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