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깔따구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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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1   |  발행일 2020-07-21 제27면   |  수정 2020-07-21

여름철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곤충이 모기라면 깔따구는 가장 성가시게 하는 존재다. 언뜻 모습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르다. 모기는 턱과 입술·혀가 침(針)과 빨대처럼 발달해 피를 빨아 먹으며 전염병까지 옮긴다. 물론 암컷만 피를 빨아 먹는다. 수컷은 수액이나 과즙을 빨아 먹을 뿐 동물의 피부에 침을 꽂을 일은 없다. 수명이 1주일 이하에 불과한 성충 깔따구는 입이 퇴화하여 사람 몸에 달라붙었다 하더라도 모기처럼 물거나 파리처럼 핥지 않는다. 그래도 떼를 지어 날아다니기 때문에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얼굴 주변을 맴돌며 성가시게 한다. 깔따구가 떼를 지어 날으는 것은 짝짓기를 위한 것이며, 그 무리가 동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은 머리를 집합의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가 내린 다음날 집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긴 유기체를 발견했다. 길이 1㎝가 좀 안 되는 애벌레 같았다. 젤리 같은 몸에 가로로 옅은 갈색의 줄이 여러 개 있었다. 물로 씻어내려니 한쪽 끝이 시멘트 바닥에 고정돼 있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런 것이 수천 개체는 됨직했다. 가까이에 있는 낙동강생물자원관에 물어보니 깔따구 알 껍데기란다.

깔따구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PPM 이상 되는 4급수에서 서식한다. 애벌레가 주로 하수구나 슬러지, 썩어가는 식물체에서 유기물을 흡수하면서 산다. 그 과정에서 오염된 물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정화 효과도 있다.

아무튼 깔따구 알이든 유충이든 그 존재는 그곳에 심각한 오염물질이 있음을 나타낸다. 요즘 인천 지역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비상이다. 유충이 정수장 한두 군데서 발견된 게 아니라서 문제다. 게다가 서울 시내의 수돗물에서도 비슷한 유충이 나오고 있어 식수 사용자들을 질겁하게 하고 있다. 깔따구 유충은 그 자체가 징그럽기도 하지만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먹는 물속으로 시궁 같은 것이 스며들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대구경북 수돗물은 그것들로부터 안전한가?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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