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이준석 미래통합당 前 최고위원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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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8   |  발행일 2020-07-18 제22면   |  수정 2021-06-27 14:26
"한국정치 위계·조직체 위력 여전…젊은 정치인 주류되기 어려워"

[김수영의 피플] 이준석 미래통합당 前 최고위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공정성이 무너지고 있다. 정치·교육 등에서 특히 공정성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역량 있는 예비정치인을 키울 수 있고 교육도 바로 선다는 설명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4·15 총선 후 미래통합당에서 '830 기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1980년대 출생의 30대, 즉 2000년대 학번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통합당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통합당을 포함한 한국 정당들이 젊은 정치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정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려는 포석이다. 20대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발탁, 젊은 정치인의 대표주자가 된 이준석(36) 전 통합당 최고위원 역시 한국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다. 하버드대 출신의 공학도가 정치인으로 방향을 튼 것은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젊은 정치인은 육성의 대상이 아냐
공정한 선발로 능력있는 인물 찾고
스스로 정치역량 키울 수 있게 해야
이젠 걸출한 영웅이 없는 정치 시대
성과보다 좋은 정책 제시가 더 중요

▶정계에 일찍 발을 내디뎠다.

"2011년 27세 때였다. 교육소외계층에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교육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대표교사로 활동했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다. 이후 비상대책위원으로 와달라는 요청이 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2011~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IT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를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들기가 쉽진 않았을 듯하다.

"어린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면 밟아야 할 단계가 많다. 하지만 당시 박 비대위원장이 직접 영입해서 바로 비상대책위원이 됐다. 분명 포기할 것도 있지만 이왕 정치를 할 것이라면 일찍 시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위원장의 말이 결심을 굳히게 했다. '무슨 말을 해도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했다. 그게 힘이 됐다. 그 기회를 준 것이 고맙다."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낙선했다.

"정계에 들어오자마자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비례대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끝이다. '박근혜 키즈'라는 인식도 벗어나지 못한다. 직업적으로 국회의원이 되려면 지역구로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길게 갈 수 있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역구로 출마할 때 아버지 고향인 칠곡에 나가란 권유도 있었다. 이 권유도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비례 대신 지역구 출마 정공법 택해
부친 고향 칠곡 권유 있었지만 포기
정책·상황판단은 김종인 위원장 닮아
유승민 전 의원과 정치적 철학 공유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는가.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누구를 롤모델로 삼기보다는 3명의 정치인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을 입은 만큼 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적 판단, 명료한 상황 파악 및 정리 등 기술적인 면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닮았다. 지금은 유승민 전 국회의원과 정치적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다소간의 반골기질, 옳음에 대한 고집 등에서 공통성을 느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심이 돼 통합당의 혁신, 청년층 지지 확보를 위해 830세대 정치인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젊은 정치인의 기반이 좀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정치인이 주류가 되려면 그만이 잘나선 안 된다. 아직 한국 정치는 위계와 조직체가 위력을 발휘한다. 선후배 간의 지지, 협동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직 젊은 정치인이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룖

▶시대는 급변하는데도 한국 정치인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10년 전과는 달라졌다. 다른 정치인에 비해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남모르는 아픔도 있다. 하버드대 등의 배경이 관심을 끌었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그동안 우리 정치인들은 영웅의 모습을 보여줬다.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룬 인물, 민주화의 영웅 등 한국 역사의 중심에 선 인물이 리더로 부각됐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안정의 시대다. 영웅이 아닌 보통사람이 좋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성과보다는 좋은 정책 제시가 더 중요한 시대다."

▶젊은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젊은 정치인을 육성하자며 청년정치학교 등을 운영한다. 이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젊은 정치인은 육성대상이 아니다. 가정교육, 12년간의 학교 교육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치능력은 특강 몇 번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교육은 과정보다 결과의 평등이 우선
학생 학력편차와 유급·월반 인정해야


▶대안이 있는가.

"공정한 선발을 통해 역량 있는 정치인을 찾아내면 된다.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 토론대회를 열어 토론 우승자에게 활동 기회를 줬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정당에서는 토론을 통해 역량 있는 예비정치인을 뽑고, 이들은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말 잘하는 것과 정치 역량이 비례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의 연공서열식으로 정치판이 돌아가면 말을 못 해도 시간이 흐르면 기회가 온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미사여구를 써가며 말만 앞세운다는 것이 아니다. 말만 잘하고 다른 것이 부족하면 결국 자연 도태된다. 일반적으로 야구 잘하는 사람이 골프도 잘한다. 이 논리와 비슷하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사회진보를 일궈냈지만 그 폐해도 만만찮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치열한 경쟁을 못 견디고 있다.

"지난해 펴낸 책 '공정한 경쟁'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사회진보를 이끌어온 핵심 개념이 경쟁이다. 하지만 현재 정치 담론에서 경쟁 개념이 거의 폐기되다시피했다. 교육만 해도 '줄 세우기식 교육은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줄 세우기식 시험이 없으면 부모 스펙이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 차라리 줄이라도 세우면 공정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초학력 국가책임제를 주장했는데.

"기초학력 미달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수학·영어를 포기하는 이들이 특히 많다.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미래 사회에서 가치 없는 사람이 된다. 이는 인간 소외현상을 부추긴다.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교육을 다져나가야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들 과목의 학력이 미달하면 유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능력 있는 학생의 월반도 인정해야 한다."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은 수월성 교육을 고집했다. 같은 수준의 수업을 받아야 하는 평등논리를 적용해 등급별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학생의 학력 편차를 인정해야 한다. 교육 과정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이 중요하다. 유급·월반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대학교육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은 대학에 공정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공립은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주립대처럼 시험만으로 선발하는 게 좋다. 하지만 사립대는 각 대학의 건학이념에 맞춰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는 게 타당하다. 대학은 건학이념은 물론 학생 선발 노하우도 있다. 여기서 다양성이 생긴다. 이원화해 운영해야 대학교육이 변할 수 있다."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과거처럼 정치 선배에게 잘 보여 공천받는 것은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영웅, 걸출한 리더가 없는 사회에서 정치해야 한다. 영웅은 아니지만 국민의 목소리, 바라는 바를 재빨리 알 수 있는 민감도 높은 사람이 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만 봐도 알 수 있다. 젊은 층의 분노가 곧 민심이다. 국민이 관심 가지는 이슈를 파악하는 능력부터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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