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더편한속연합내과 원장〉 |
속이 불편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에게 대변에 대해 물을 때가 있다. 환자의 대변 색깔이 어떤지, 형태는 있는지, 그전에는 어땠는지 등을 주로 묻게 된다. 만약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이중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변은 장의 건강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대변을 보고 난 뒤 곧바로 물을 내려버린다. 물 내리기 전에 상태를 확인하거나 오늘의 대변은 모양과 색이 이전과 다르지 않았는지는 챙겨보지 않는다.
정상적인 대변의 형태나 횟수는 개인에 따라, 식습관에 따라 모두 다르다.
변비·설사 한달이상 지속되거나
대변의 색깔 변화 주의깊게 관찰
피가 섞이거나 검은 변 보인다면
위장관 출혈 검사 반드시 받아야
바나나 형태의 겉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대변이 이상적인 모양이지만, 수분 함량이나 섬유질의 정도에 의해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식사 후 하루 2~3번을 보는가 하면, 음식 섭취가 많지 않은 분들은 3~4일에 한 번 보는 사람도 있다. 너무 많다고, 너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편한 증상만 없다면 모두 정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흔히 건강한 대변 색을 황금빛으로 표현한다. 이 대변 색을 만드는 것은 빌리루빈이 포함된 초록색의 담즙이다. 빌리루빈과 음식물이 섞여 오랜 시간이 지나면 대변 색이 점차 짙은 색으로 변화하며, 음식물과 제대로 섞이지 못한다면 일시적으로 푸르스름한 색 혹은 녹색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색만으로 건강한 변의 상태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대변의 색깔은 음식이나 약물, 식습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케일·시금치·상추 등을 많이 먹으면 진한 녹색의 변을 볼 수 있고, 순대나 선짓국 등의 음식이나 철분제나 비스무스(위장약) 같은 약제로도 대변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당연히 복분자·비트와 같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일시적으로 붉은색 대변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변의 형태와 횟수가 변할 경우 위장관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변비나 설사가 새롭게 발생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대변이 점차 가늘어지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직장이나 대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대변 색깔의 변화는 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검은색 대변이 보인다면 위장관의 출혈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식도, 위, 십이지장의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위산에 의해 피가 검은색으로 변화하면서 대변도 검게 변화한다. 짜장면처럼 검고 흐물흐물하게 나오는 대변은 대량의 상부 위장관 출혈이 있음을 의미하므로 응급 상황일 수 있다. 대변 대신 핏덩이만 나오거나, 붉은 피와 대변이 섞여 있는 경우는 대장의 질환으로 인한 출혈일 수 있다. 정상적인 대변 주위에 선명한 붉은색의 피가 묻어있거나, 휴지에 묻어나오는 피는 항문이나 직장의 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또 회색이나 흰색의 변은 췌장염이나 담도의 폐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이제부터 대변을 보고 나서 바로 물을 내리지 말고 대변의 상태와 변화를 확인하자. 이것이 대장암 예방의 첫걸음이며,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보자.
정연수〈더편한속연합내과 원장〉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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