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이후 일과 중 하나가 된 소독 작업을 진행 중인 이성욱씨. <대구동산병원 제공> |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레벨D 방호복.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을 생각하면 레벨D 방호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의료진이 2시간마다 교대로 근무한 뒤 버린 그 일회용 방호복은 누가 치울까.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시설팀 환경관리 직원인 이성욱(40)씨가 그 일을 묵묵히 해낸 사람 중 한 명이다.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이씨의 일과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 넉 달 그가 스쳐 가며 본 환자들은 마스크를 썼다 뿐이지 책도 읽고, 전화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것은 의료진뿐 아니라 출입하는 직원은 직책에 관계 없이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는 점이다.
병원 직원 모두 방호복 착용
폐기물 보관소 항상 가득 차
바깥에 놔둔 것 시민이 보고
"방치" 오인신고 에피소드도
이씨는 "병동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격리의료폐기물이었다. 음식물 쓰레기, 도시락과 식기 심지어는 이불이나 옷도 의료폐기물이다. 폐기물을 담을 용기도 모자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이불과 옷을 소독·세탁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그 어떤 세탁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폐기물 용기 업체에 부탁해 거래 절차를 건너뛰면서 겨우 그날 필요한 용기 수를 수급해냈다.
의료진과 달리 병동에 쌓인 폐기물을 보관소로 옮기거나 병실을 청소하는 직원들은 교대 개념이 불분명했다. 한 번에 4~5시간씩 방호복 찜통 속에서 일하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지기 일쑤였다.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소동도 있었다. 이불은 부피가 커 의료폐기물 용기에 몇 장 들어가지 않았고 아침·점심·저녁 식사마다 쏟아져 나온 폐기물이 워낙 많아 폐기물보관소는 항상 가득 차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던 수거업체가 매일 수거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일부 폐기물을 보관소 바깥에 내놓았는데,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던 시민이 이 광경을 보고 "방치했다"고 신고한 것. 이씨는 "환경부에서 감사까지 나왔다. 상황을 설명하니 다행히 이해해주더라"면서 "이불 부피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니 환경부가 골판지 박스에 담아 내놓아도 된다고 임시처방을 내줬다"고 했다.
대체로 보건소에서 방역을 지휘했지만, 이씨도 이따금 병실 소독을 했다.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있는 병실로 들어갈 때는 심장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방호복을 입었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득한 병실을 지나다니려면 각오가 필요했다. 방호복 착용법을 철저히 숙지하고, 의료진이 안전히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조금 풀었다.
이씨는 "다들 병동으로 들어가길 꺼렸다. 하지만 꺼린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꾹 참았다"면서 "나중에는 이것도 익숙해지더라. 병원 구성원 모두 힘들었으니 상황이 안정되면 정부나 병원에서 어느 정도 상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버틴 것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대구가 코로나19 팬데믹에 깊이 빠졌던 3월과 4월, 이씨는 쉬는 날 없이 출근했다. 아내와 7세 아들에게 3주가량 처가로 가 있으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긴장돼 있었다. 일이 없다가도 출근만 하면 상황이 생길 정도로 급박한 나날을 보냈다.
이씨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 언제 끝날지, 끝은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남는다"면서 "대구에는 시민영웅이 정말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일 듯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모든 이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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