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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마스크는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었다. 제한적인 생산량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공적 마스크 5부제 실시로 수요와 공급을 적정선에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남일보 DB> |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엄청난 공포를 몰고 왔다.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는 이 신종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치사율도 높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었다. 학교와 공장은 폐쇄되고 시장은 문을 닫았다.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던 비행기도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했다. 전 세계에 죽음의 공포감을 심어줬다. 이 가공할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이 자랑하던 의술은 이제 더 이상 인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경악했다. 인류 최후의 보호막이 사라진 것이다. 생존의 위협 앞에 유일하다시피한 생명보호장비는 엉뚱하게도 그동안 하찮게 여겨왔던 마스크였다. 황사 때나 잠시 쓸 정도로 우리 일상에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마스크가 코로나19 앞에서 인류를 구원할 생명선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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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확진자 발생 후 마스크 품귀 초래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대란 극복
성숙한 시민의식도 수급 안정화 '한몫'
"코로나19 2차대유행 가능성 배제 못해
우리 모두를 위한 '마스크 착용' 동참해야"
◆마스크 줄 장사진, 변경된 지침에 혼란 가중
코로나 사태 초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자연스럽게 방어기제가 먼저 작용했다. 나와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마스크 사재기와 이로 인한 품귀현상으로 이어졌고 매점매석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마스크는 'KF'가 붙은 보건용 마스크였다. KF 마크는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란 의미로 'KF80' 'KF94' 'KF99'로 구분된다. 각 숫자는 성능을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율이 높은데 이전에는 주로 황사·미세먼지가 심한 날 쓰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감염병 차단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KF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사례가 확인되고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급속한 확산이 이뤄지면서 당시 보건용 마스크는 한동안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물량이 풀리자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 매장은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런 상황에 보건당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한시적 지침'이라는 단서를 붙여 권고사항을 내리면서 혼란은 더 가중됐다. 감염 의심자와 접촉자,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게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이외에는 면마스크를 착용해도 된다는 것. 일각에선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의 권고안을 근거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전염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잘못된 판단이었다. 비말(침방울)을 통해 주로 감염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차단율 검증을 받은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방역당국은 지침을 수정했다.
◆공적마스크 도입과 마스크 대란 극복
보다 못한 정부는 칼을 꺼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마스크 생산·유통 과정을 통제하고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량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3월 초엔 사상 초유의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위기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은 빛났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위하는 '마스크 사지 않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방역 최전선에 선 의료진을 위한 기부가 끊이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집단지성으로 공적마스크 판매 현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차츰 마스크 수급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월 초 국내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약 200만장 수준이었으나 6월 말 현재 최대 2천만장으로 대폭 늘었다. 공적마스크의 요일별 구매 제한은 폐지됐고 일주일 마스크 구매 수량은 3장에서 10장으로 확대됐다.
◆마스크 효과가 입증된 결정적 순간
실제 마스크 착용은 감염경로를 끊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에 다녀온 후 감염된 국내 17번 확진자(38·경기 구리)가 지난 설 연휴 이틀간(1월24~25일) 대구를 다녀간 사실이 2월6일 확인되고 나서, 당시까지만 해도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대구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이 확산됐다.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를 차지하는가 하면, 전날 질본으로부터 사안을 통보받은 대구시 등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직접 접촉한 가족 등 전원이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17번 확진자로 인한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비결이 '마스크'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만들어졌다. 감기 몸살 증상이 있던 그는 대구에서 머무른 이틀 내내 야외나 차 안은 물론 집 안에서 식구들과 있을 때도 마스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송파 롯데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 한 명이 무증상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함께 근무했던 약 160명 중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일용직 근로자인 그는 이곳에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두 차례 12시간씩 야근하며 물류 상자들을 쌓는 일, 상자를 옮기는 일 등 고된 노동을 했지만 편의점에서 식사했던 때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 제도 관련 논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에서는 그간 마스크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지속됐다.
지난달 5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정책보다 강화된 지침을 담은 '대시민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버스·도시철도·택시 등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공공시설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를 어길 경우 고발 조치되고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강제성을 띤 내용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그간 위기를 극복해낸 건 시민 덕이었는데, 되레 시민은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쓰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계도·권고 위주이므로 실제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벌금을 부과받는 시민은 없을 것 같다"고 해명했고 이후 행정명령 위반 시에도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논란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운수종사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승차 제한을 허용해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26일부터 의무화가 시작됐다.
최근엔 대구에서 개발된 마스크의 유해성도 도마에 올랐다. 대구참여연대 등은 지난 23일 "다이텍연구원이 개발해 각급 학교 등에 보급된 '나노필터 마스크'에서 유해물질인 '다이메틸폼아마이드(DMF:Dimethylformamide)'가 40ppm가량 검출됐다는 제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대구시교육청은 해당 마스크를 30만장(필터 300만장)을 구입해 각급 학교와 유치원 등 801곳에 보급했다. 이들은 제보내용의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민관합동 검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으나, 대구시와 시교육청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26일 다시금 조속히 검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생활의 일부분이 된 마스크
마스크 착용은 사회적 약속이 됐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을 넘어 타인을 배려하는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 지역감염이 이어지고 있으며 2차 대유행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에 방역당국은 앞으로도 마스크의 중요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 감염내과 교수)은 "일상 속에서 거리두기를 실천할 때 마스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위드(With )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나를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기본인 마스크 착용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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