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가 0%대로 내려가면서 은행에 쌓여 있던 쌈짓돈이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에도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의 성장세가 꺾인 반면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는 대기자금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대구·경북의 비은행기관(2금융권)의 수신 잔고는 120조4천97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2금융권은 농·축·수협 등 상호금융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을 포함한다.
세부적으로 새마을금고 수신액은 22조7천503억원으로 2019년 4월말 20조5천783억원 보다 10.3%(2조1천720억원) 급증했다. 신협도 같은 기간 10조9천178억원에서 11조9천438억원으로 9.4%(1조260억원)나 성장했다. 가장 규모가 큰 상호금융 역시 4월 말 수신 잔고가 49조3천878억원으로 1년새 4.8%(2조2천575억원) 증가했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의 수신 증가세는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힘을 잃는 모습이다. 대구·경북 시중은행의 정기적금은 올들어 4월까지 353억원이 줄었다. 정기예금도 3월까지 5천억원 이상 늘었으나 4월 한달 동안 1천221억원 감소했다.
반면 언제든지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17조7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13조8천877억원 보다 무려 23%(3조1천902억원)나 급등한 것이다.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시중은행 정기예적금 보다 수익성이 좋은 곳이면 즉시 갈아타겠다는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대구지역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가 채 안되는 반면 2금융권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세금혜택이 있다. 은행의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 15.4% 세금이 부과되지만 신협이나 농협·새마을금고 등은 1인당 3천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상품이 있다. 또 2금융권 예·적금의 기본 금리는 연 1%대 중반이지만 다양한 부가혜택을 더할 경우 연 2%대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 데다 시중은행은 0%대 금리로 많은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2금융권이 옮겨가는 시중은행 자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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