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회적 단절 외로움 '먹방·쿡방'으로 달랜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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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7  |  수정 2020-06-27 07:54  |  발행일 2020-06-27 제16면
1인가구·언택트 확산 맞물려

안방극장 요리·음식프로 넘쳐

MBC TV '요리를 멈추지마'

백종원 손잡고 쌍방향 요리쇼

KBS TV '신상출시 편스토랑'

6인의 스타들 필살 메뉴 공개

코로나 사회적 단절 외로움 먹방·쿡방으로 달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쿡방과 먹방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혼밥·혼술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맞물리면서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과 때를 같이했다. 경제적 안정, 사람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시청자들은 쿡방과 먹방으로 정서적인 교감은 물론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인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혼밥·혼술 문화 더욱 가속화

대한민국 네 가구 중 하나가 1인 가구인 시대. 1인 가구의 숫자도 많아졌지만 그 모습도 다양해졌다. 시청자들은 이제 거실에서 가족이 모여 큰 TV로 왁자지껄 채널 전쟁을 하지 않는다. 출퇴근 전철 혹은 카페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혼자 본다. 집에서 TV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혼밥과 혼술 문화를 더욱 보편화·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고, 그 중심에 1인 가구를 위한 먹방·쿡방 프로그램이 있다.

드라마와 예능 할 것 없이 안방극장에 먹방·쿡방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먹방과 쿡방은 인기있는 소재였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이들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걸까. 심리학자 이장주는 저서 '퇴근길 인문학 수업-관계'에서 이를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 외로움의 표현'으로 규정하며 '먹방·쿡방에 등장하는 음식의 양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보면 TV만큼 이들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존재는 없을 듯하다.

인터넷 방송에서 먹방이 먼저 인기를 모은 건 혼밥 생활에 지친 이들이 방송 화면을 보면서 마치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쿡방 중에서는 tvN '집밥 백선생', Olive TV '오늘 뭐 먹지'처럼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었는데, 그동안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고 자란 남자들이 뒤늦게 독신자, 기러기 아빠의 처지에서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게 주효했다. 이는 처해진 상황과 조건만 다를 뿐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작금의 풍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대변한다.

◆먹방·쿡방 전성시대

안방극장에서 먹방·쿡방 전성시대를 연 건 예능프로그램이다. 예전에는 연예인이 숨겨진 맛집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소개했다면, 지금은 연예인들이 직접 마련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유명 셰프들이 가세해 필살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음식 조리법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음식 예능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직접 먹지 못하고 눈으로 보기만 할 뿐이지만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낀다. 방송사 입장에선 군침이 돌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이에 발맞춰 매번 신선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요식업계 최고 인기스타 백종원은 MBC와 손잡고 쌍방향 소통 요리쇼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를 내놓았다. 요리의 1도 모르는 '요린이'(요리 초보들을 일컫는 말) 갱생 프로젝트다. 그동안 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기본적인 요리 실력을 갖추거나 미각을 자극하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백파더'는 전 국민과 전 연령을 대상으로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백종원은 현재 SBS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을 통해서도 음식 솜씨를 뽐내고 있다.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연예계 소문난 '맛.잘.알(맛을 잘 아는)' 6인의 스타들이 혼자 먹기에 아까운 필살의 메뉴를 공개, 이 중 메뉴 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승리한 메뉴가 방송 다음날 실제로 전국의 편의점에서 출시되는 신개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편의점 메뉴들의 단순 조합을 소개하는 콘텐츠와 달리 스타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메뉴가 출시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미션으로 출발한 Olive·tvN '식벤져스'도 있다. 국내 각지 남겨진 식자재를 활용해 최고의 셰프 군단이 신메뉴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신선한 데도 당일 소진하지 못해 처분 위기에 놓인 식자재가 최고의 요리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캠페인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Olive의 '집쿡라이브'는 스타 셰프들의 원데이 쿠킹 클래스다. 셰프들은 따라하기만 해도 어느새 완성되는 주말 특식 레시피를 공개한다. 또 스타들의 외식 생활 훔쳐보기를 표방한 SBS FiL·SBS 플러스 '외식하는 날', 배우 김수미가 정성을 담은 국밥 한 그릇으로 사람들 위로에 나선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국민 예능으로 거듭난 tvN '삼시세끼 어촌편', 그리고 당초 야외 예능이던 '현지에서 먹힐까?'에 '배달'이라는 소재를 더해 실내 예능으로 전환한 tvN '배달해서 먹힐까?' 등이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5주년을 맞이한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은 온전히 먹방에 포커스를 맞춰 대중의 사랑을 이끌어냈다.

음식과 요리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들도 있다. JTBC '야식남녀' '쌍갑포차',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인데,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음식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과 위로'라는 비슷한 주제를 택하고 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이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매개로 사랑의 감정을 되찾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쌍갑포차'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꿈속 세상 '그승'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포차 주인과 사람들의 하소연에 시달리는 아르바이트생이 손님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다. '야식남녀' 역시 게이 셰프가 요리하며 의뢰인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삼각관계를 다룬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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