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화석연료를 버려야 산다

  • 이은경
  • |
  • 입력 2020-06-24   |  발행일 2020-06-24 제26면   |  수정 2020-06-24

[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화석연료를 버려야 산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생태계가 형성되어 번영하다가 파괴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남반구 적도 부근에 위치한 페루 해양에서 관찰할 수 있다. 페루 부근의 해양에서는 남동무역풍이 부는데 이 바람이 표층수를 태평양 서쪽 먼바다로 밀어내기(수송) 때문에 심해수가 표층으로 솟아오른다. 이런 현상을 용승이라고 부른다.

심해에는 마린 스노(marine snow)로 낙하되어 온 플랑크톤의 사체가 분해되어 생긴 영양염이 풍부하다. 이 심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현상이 발생하는 해역에는 이것을 먹이로 하는 플랑크톤이 번식하고, 그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가 풍부해진다. 그러면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바닷새도 많이 모여들게 된다. 심해에서 공급된 영양염류가 페루 해안에 '용승생태계'라고 불리는 다양한 생물종이 풍부하게 공존하는 상태를 만든다.

페루의 해양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어장이어서, 어업생산량이 많고 바닷새의 변으로 만드는 비료가 페루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런데 수년에 한 번씩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이 생태계가 공황상태에 빠진다.

적도 태평양은 1년 내내 강한 햇빛이 닿기 때문에 수면이 따뜻한 해수로 덮여 있지만 페루 연안은 심해에서 냉수가 용승하고 있어서 해수온도가 항상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햇빛을 흡수하여 데워진 표층해수를 바람이 서쪽 먼바다로 이동시킨다. 그런데 수년에 한 번씩 동풍이 약해지면 페루의 서쪽 먼바다로부터 따뜻한 해수가 역류하여 페루 앞바다를 덮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표층의 따뜻한 해수가 바다 위에 덮개 역할을 하여 바람이 불어도 심해로부터 해수가 공급되지 않는다. 용승이 멈추면 영양염류 공급이 없어져서 플랑크톤이 사멸하게 된다. 먹이사슬의 최하단부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로 번성했던 생태계가 무너진다. 생태계의 번성을 가져온 원인은 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오늘날 인류의 번성을 가져온 원인은 화석연료다. 화석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사용(산업혁명)하기 이전에 전 세계 인구는 2억~3억명을 넘지 못했다. 오늘날 80억명에 가까운 세계 인구는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생태계다. 이제 화석연료는 기후변화의 문제, 화석연료 자체의 고갈 문제로 인간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조속한 이행여부가 인간 생태계의 지속가능여부를 판가름할 시점에 서 있는 셈이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