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5> 오너셰프의 정성이 담긴 '소반' 가정식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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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  발행일 2020-06-22 제12면   |  수정 2021-06-23 17:54
셰프 십수년 노하우 담긴 가정식…메인 메뉴도 주기적으로 바꿔

[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오너셰프의 정성이 담긴 소반 가정식
포항시 남구 오어사 인근에 위치한 가정식 전문점 소반. 매주 또는 2주마다 새로운 메뉴로 방문객을 맞는다.

포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운제산(雲梯山)이다. 원효대사가 구름을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깃든 운제산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산으로 유명하다. 골짜기를 따라 휘돌아 나가는 계곡과 다양한 수목들은 계절별로 각기 다른 매력의 풍광을 빚어낸다. 특히 산자락에 위치한 오어사(吾魚寺)는 특별한 정취를 지니고 있다. 천년 역사를 간직한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자연의 정취와 더불어 평온함을 선사한다. 운제산은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원효·혜공·대왕암 코스 등 등산로는 물론 오어지 둘레길, 산림욕장, 유아숲체험장, 습지관찰원 등도 갖추고 있다. '포항12경 둘레 맛 기행' 3편에서는 운제산 오어사 주변 가볼 만한 식당과 카페를 소개한다.

오어사로 향하는 길은 정겹다. 여느 지방 국도변처럼 눈이 심심하지 않다. 때가 되면 피어나는 각종 꽃과 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제법 운치있다. 창문을 열고 오감에 집중하면 상쾌함이 느껴진다. 풀과 흙내음, 볼을 스치는 바람,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곳은 봄의 풍광이 더욱 각별하다. 작은 도로 양쪽으로 벚꽃나무가 서 있어 봄마다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오너셰프의 정성이 담긴 소반 가정식
소반 내부 모습. 층고가 낮은 대신 테이블 간격을 넓게 배치했다.

오어사 주변에는 꽤 많은 식당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식당 대부분은 한식, 주로 오리 요리를 취급한다. 식당 중에 유별나게 가정식을 주메뉴로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소반'이다. 회색 톤 단층 건물 앞 작은 정원에 빼곡히 자리 잡은 식물들 때문일까. 얼핏 보면 작은 카페 같다.

여염집 솟을대문 같은 출입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꽤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식사 공간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오픈된 메인 공간에 비해 벽으로 분리된 안쪽 자리는 좀 더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천장과 벽은 흰색 톤, 바닥은 황갈색 톤으로 마감했다. 메인 공간의 테이블 간 간격이 꽤 넓다. 수직공간의 갑갑함을 수평공간의 확장으로 상쇄시켰다.

실내 인테리어는 김영식 대표가 직접 꾸몄다. 바닥 에폭시 작업부터 페인트칠, 조명, 소품까지 손이 안 간 곳이 없다. 그만큼 애정이 넘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민속주점부터 고깃집, 딱새우 전문점 등 10여년간 다양한 식당을 운영했다. 인테리어를 본인 손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오너셰프의 정성이 담긴 소반 가정식
인기 메뉴인 숯불등갈비바비큐 정식.

장사하면서 요리에 눈을 뜬 김 대표는 한적한 곳에 가정식 식당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 낮과 밤이 바뀐 삶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것. 소반은 김 대표의 오랜 꿈이 이뤄진 공간이다.

이곳은 고정 메뉴가 없다. 매주 혹은 2주마다 메인 요리를 바꾼다. 메뉴를 계속 교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재료부터 도구, 요리 방법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고스러움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다. 보다 다양한 음식을 손님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다.

많은 메뉴 가운데 가장 호응이 좋은 음식은 등갈비(숯불 바비큐) 정식이다. 등갈비 요리는 하는 곳이 많지 않고, 양이 많아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반면 이곳에서는 1인 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내어온 차림상이 꽤 그럴싸하다. 가정식을 지향하는 만큼 반찬 구성도 알차다. 멸치조림과 고추된장 무침, 어묵볶음, 깍두기, 양파 장아찌가 기본찬으로 나온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등갈비 바비큐는 식욕을 자극한다. 맛은 '단짠'의 조화다.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하다. 김 대표는 좀 더 매운맛을 내길 원했으나 대중적인 맛과 타협했다고 한다. 곁들여 나온 시래깃국도 담백하다. 시래기는 등갈비찜에도 사용되는 재료인 만큼 맛이 겉돌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새우튀김도 나쁘지 않다. 겉은 바싹하고 속살은 탱글하다. 오어사 가는 길, 메인 요리부터 반찬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가정식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자.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247. 운영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5시. 수요일 휴무.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매주 정갈하고 색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오어사 주변의 정취를 느끼며 한끼 식사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물을 리모델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위생상태도 양호.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 서비스 ★★★★ 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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