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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째 철도역을 지키고 있는 송진호 동대구역 역무원이 야간 근무일인 지난 17일 오후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하는 승객들의 안내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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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차장이 1996년 하양역에서 열차 운용원으로 근무할 당시 모습. 〈송진호씨 제공〉 |
36년 철도 인생 중 대부분을 대구경북과 연을 맺은 동대구역 역무원 송진호(58) 차장. 송 차장은 동대구역 차량정비 업무를 시작으로 매표원, 입환(기관차 간 연결) 업무뿐 아니라 기차여행 투어 매니저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송 차장을 지난 17일 동대구역에서 만나 대구경북 철도 역사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기차여행 전문가 꿈 안고 철도와 인연
85년 영주 여객소·태백·부산 등 거쳐
신경주역 이어 동대구역 근무 15년째
KTX 개통전, 장거리땐 역 주변 숙박
대구 인근서 농수산물 팔러 기차 이용
개통후 전국 반나절 생활권 상권 변화
열차표 구매 편리…젊은층 이용 증가
전국여행 '내일로 티켓' 1주일권 인기
최고시속 430㎞ '해무' 시험운행 계획
고객 사고 방지, 안전 서비스 최우선
서울~동대구 고속철 첫 운행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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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차장이 1997년 하양역 근무 당시 플랫폼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송진호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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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차장이 2003년 동대구역에서 근무할 당시 견학 온 대구YMCA 유치원생으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 〈송진호씨 제공〉 |
▶코레일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됐고, 동대구역에서는 언제부터 근무했나.
"어린 시절 멀리서 들려오는 달리는 기차 소리가 너무나 정겹고 기차를 타면 어디든지 여행할 수 있다는 마음속의 기대와 기차여행 전문가의 꿈 때문에 철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철도청 소속 공무원 시절이던 1985년 7월 영주지방철도청 영주여객소를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 철암역 부기소, 부산 가야역, 지금은 없어진 대구 반야월역과 하양역에 이어 경산역, 신경주역 등을 거치면서 어느새 3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동대구역에서의 첫 근무는 2001년 4월부터이며 순환보직으로 인해 하양역, 경산역, 신경주역을 거쳐 동대구역 근무는15년째인 셈이다."
▶KTX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 열차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KTX 개통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느림의 미학이라고 할까. KTX 개통 전에는 비둘기호·통일호·무궁화호·새마을호 등 시속 60~150㎞로 이동하는 열차가 대부분이라 역 주변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하는 장거리 고객들이 많았다. 그러다 2004년 4월 KTX가 개통된 이후에는 시속 300㎞ 이상의 빠른 열차 운행으로 전국의 생활권이 반나절로 줄어들어 역세권 상권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대구 인근 영천, 하양 등에서 농사 짓는 분들이 새벽 열차를 이용해 대구역에 내려 바로 옆 번개시장에서 채소 등을 팔고 낮 열차로 내려가는 등 과거 열차는 생활의 수단이었다. 근무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지금도 간혹 대구 인근에서 농수산물 등을 가지고 와서 번개시장으로 가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며 아직도 열차를 생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과거엔 그 새벽 열차를 타기 위해 매표창구에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줄을 서고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이동 수단과 비즈니스를 위한 고객들이 많다.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빠를 뿐만 아니라 승차권 구입도 인터넷, 모바일, 자가발권, 자동발매기, 매표창구 등 다변화돼 편리해지면서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열차가 과거는 이동 수단이면서도 생활의 수단이란 측면이 강했는데, KTX 개통 이후에는 이동 수단 역할이 더 많은 것 같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KTX의 빠른 속도 때문에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KTX 개통은 사회 다방면에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빠르게 가져다준 것으로 생각 된다. 우선 편리한 이동 문화의 정착이다. 고객의 빠른 이동으로 역세권의 상권들도 많이 바뀌었고, 특히 빠른 KTX 특송(택배)으로 물류의 이동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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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동대구역 간 KTX가 개통된 2004년 당시 동대구역 역무원으로 근무했던 송진호 차장이 KTX 열차 앞에서 고객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열차 이용객의 연령대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변화 추이를 피부로 느끼는지.
"과거 열차를 생각하면 단순하게 추억과 낭만이 흐르는 특정인들의 기차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층에서 쉽게 열차표를 구매해 다양한 기찻길을 따라 여가를 즐기며 여행을 할 수 있어 열차의 활용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특히 열차는 버스와 달리 추억이 많아,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차여행의 활성화도 한몫을 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판매되는 코레일의 '내일로 티켓'은 1주일권 등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지자체와 연계까지 되면서 혜택이 다양해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열차로도 많이 갔는데, 요즘은 어떤지.
"저 역시 고교시절 통일호 열차를 타고 3박4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동대구역에서 강릉역까지 약 7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떠들고 춤추며 유행가도 부르고 삶은 달걀과 사이다, 소시지, 오징어땅콩 등을 사 먹으며 신나고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일반단체, 학생단체 등 전세열차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하는 분들이 엄청 많다. 다만 열차가 고급화되고 사회 분위기로 인해 예전 수학여행 때와 같은 분위기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다만, 수도권 일부 지역 고교에서는 지금도 열차를 이용해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는 것으로 안다."
▶기억으론 우리나라 열차가 완행·급행→비둘기호·통일호·무궁화호·새마을호→KTX로 변한 것으로 안다. 열차 이름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열차 이름은 그때그때 국가의 상황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지어지고, 어느 때부터인가 등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로 열차 이름이 확정됐다. '비둘기호'는 평화, '통일호'는 남북통일의 염원, '무궁화호'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 '새마을호'는 새마을 운동을 상징한다. 'KTX'(Korea Train eXpress)는 우리나라 최고의 고속열차로, 국민 공모를 통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이름이 붙여졌다. 이어 나온 'KTX-산천'은 산천어를 닮은 외형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달리는 친환경적인 철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이름의 열차도 많이 등장한 것 같은데. 어떤 열차들이 있나.
"서울 청량리와 강원도 춘천 간 운행되는 'ITX-청춘'은 청춘들이 다니는 길을 의미한다. KTX와 KTX-산천에 이어 최고시속 430㎞를 달리는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도 조만간 시험운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 좋은 열차들이 빨리 개발돼 국민의 안전한 여행과 국가산업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몇 년 전부터 특정 관광을 위한 열차도 운행되는 것으로 안다. 대구경북에서 운행되고 있는 관광열차와 인기 있는 관광열차를 소개한다면.
"대구경북에서 운행되고 있는 관광열차로는 '경북나드리열차'와 'V-트레인'이 있다. 경북나드리열차는 금요일의 경우 낮엔 포항·영덕지역을, 밤엔 청도지역을 버스와 연계해 운행되고 있다. 토·일요일엔 문경, 예천, 영주, 봉화, 분천 지역을 버스와 연계해 운행된다. 'V-트레인'은 영주역을 출발해 봉화 분천역~양원역~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의 세평하늘길뿐 아니라 천혜의 자연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협곡을 운행한다. 문의는 동대구역 관광센터나 주관여행사로 하면 된다."
▶역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기차 여행을 하는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에 연관해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열차를 타는 홈으로 열차가 들어올 때 고객의 위험한 순간을 목격하고 사고를 방지한 일, 서울에서 호남선을 타야 할 분이 동대구까지 잘못 와서 그 분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던 일 등…, 특히 2017년 12월로 기억하는데, 열차에서 내린 9세 여아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힘이 빠져 사경을 헤맬 때 직원들과 함께 119에 신고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여아를 살린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당황하고 엄청 부담은 됐지만,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어린아이가 깨어나고 정신이 돌아왔을 땐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2004년 KTX가 개통되기 전 시승단을 모집해 시승 열차를 탄 적이 있다. KTX를 타고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기도 광명역까지 왕복하는 행사였다. 모든 시승객이 KTX를 타고 출발할 때는 조금 긴장해 조용했으나, 시속 300㎞ 구간을 통과할 때 최고 속도임을 알리는 KTX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모두 박수 치며 환호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2004년 서울~동대구 구간에 KTX가 정식 개통되던 날,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첫 열차가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때 현장에서 환호하며 축하했던 일도 잊을 수 없다."
▶끝으로 철도의 날(6월28일)을 맞아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객들이 계시기에 저도 코레일이란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하며 근무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님들을 위해 항상 안전운행과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