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나홀로 캠핑·독채 펜션 휴양 등 비대면 휴가가 올 여름 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
코로나19가 올여름 휴가 트렌드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리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차박(차에서 숙박)·나홀로 캠핑·낚시·자전거 여행 등 비대면 휴가가 주목받고 있다. 실내보다는 야외, 장거리보다는 근거리에서 가족 및 일행끼리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제주도가 해외여행을 대체할 만한 휴가지로 각광 받고 있고, 당일치기 또는 단기여행으로 풀빌라·독채 펜션 등에서의 휴양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집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신, 집 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 '북캉스' 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예 휴가를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의 관광행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집근처의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관광활동 트렌드로 'S·A·F·E·T·Y(안전)'라는 6개 키워드가 제시됐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회복 조짐(Yet)으로, 코로나 시대 '생활권역' 내에서 '일상'과 연계된 관광을 즐기는 이른바 '생활관광' 중심으로 관광활동이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사람 많은 곳은 부담스러워"
야외에서 오붓한 여행 선호
코로나 이후 차박여행 늘어
개조 자동차도 출시돼 눈길
◆'차박' '자전거 여행' 등 인기
대구 달서구에 사는 캠핑 마니아인 자영업자 최모(37)씨는 코로나19 이후 '차박'을 즐기는 일이 잦아졌다. 혼자나 친구와 함께 자연을 만끽하며 1박2일 쉬고 오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다고 했다.
최씨는 "트렁크를 열고 뒷자석을 접은 뒤, 그 위에 매트를 깔고 모기장을 치면 안락한 나만의 캠핑장으로 간단하게 변신한다. 캠핑장에 가도 여러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노지에서 차박을 즐기면 오롯이 나만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자유롭고 힐링이 된다"면서 "간단히 장비를 챙겨 캠핑장 예약을 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차박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차박은 대표적인 비대면 여행법으로, 코로나 시대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차박이 인기를 끌면서 SUV로 차를 바꾸는 이들도 있고, 아예 차박을 위해 개조된 자동차도 출시돼 캠핑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차박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도 성황이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지난달 신규 회원은 1만6천600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2천600명)보다 6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차박 가기 좋은 장소 등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도 급증하고 있다.
투숙객 분리 '독채펜션'인기
홈캉스·북캉스족등 늘어날듯
이색휴가지로 동네여행 주목
대구 도심속 명소·카페투어도
◆독채 펜션 및 제주도 숙박 인기
독채 펜션이나 풀빌라도 인기몰이 중이다. 다른 투숙객과 완전히 분리돼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덜 수 있고, 일행끼리 오붓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청도의 한 독채 펜션은 이미 9월 말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혹여나 취소하는 예약자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씨는 "남편과 함께 독채 펜션에서 짧게 휴가를 보내고 싶은데, 인기 있는 독채 펜션은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도의 숙박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박모(40)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대체 여름 휴가지로 제주도를 찜했다.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7월에 갈 제주도 숙소를 두달 전에 일찌감치 예약해두고, 최근 비행기 티켓 발권도 마쳤다.
◆떠나기보다 머무르기 '홈캉스'
올해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도 늘어날 전망이다. '홈캉스'는 집을 뜻하는 홈(home)과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가 합쳐진 단어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올해 희망하는 여름휴가로 1위에 국내여행(27.3%)에 이어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와 홈캉스(외출 없이 실내휴식)를 각각 20.3%, 17.1% 순으로 선호했다.
지난해 태국 '방콕'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회사원 최모(38·대구시 북구)씨는 올해 여름휴가 때는 또 다른 '방콕'으로 일주일간 휴가를 가기로 했다. 바로 자신의 집(방)이 올해의 휴가지다. 매년 여름휴가비로 사용하던 비용 일부로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을 구매해 집을 휴가지처럼 꾸미고,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
'홈캉스'와 함께할 수 있는 여름휴가법으로 '북캉스'(book+vacance)도 있다. 독서에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들은 충분한 독서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독서를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도 '코로나 시대의 휴가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올 여름 홈캉스가 늘 것으로 예상되자 유통업계나 인테리어업계에서는 홈캉스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인테리어 정보를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는 여름상품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홈캉스템'을 선보였다. 위메프가 판매한 홈캉스템은 즉석 식품과 여름 잠옷, 가정용 게임기, 미니 안마기, 화장품 등 집에서 혼자 휴가를 보내며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도 '올해는 정말 가능할지도? 이번 휴가 계획은 북캉스로'라는 제목으로 북캉스 관련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구 여행 '동네 여행'
보다 이색적인 여름휴가법으로는 이른바 '동네 여행'이 있다. 보통 휴가는 멀리 떠나는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지금처럼 여행지의 제약이 있을 때에는 차라리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평소 익숙해서 지나쳤던 공간들이 어쩌면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10년 차 직장인 이모(40)씨는 올해 특별한 여름휴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바로 '대구'다.
이씨는 "여름휴가 때마다 멀리 해외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대구'로 휴가를 가기로 했다"며 "대구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한 번도 못가본 곳도 적지않아 이번 여름휴가 때는 대구 도심 속 독특한 공간이나 명소 등을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와 비슷하게 여름휴가 기간 '대구 시장 투어' '대구 카페 투어'를 계획 중인 이도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한 30대 직장인은 "여름휴가 때 외국에 가서 현지의 시장이나 카페를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대구 시장, 카페 투어'를 하기로 했다"며 "휴가 첫날엔 중구의 서문시장과 동성로의 카페들을 찾아 시내의 북적한 느낌을, 둘째 날엔 달서구의 시장과 달성군의 카페들을 찾아 이국적이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껴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 공감 게스트하우스 허영철 대표는 "게스트하우스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침대 수를 줄이고 친구나 가족 등 소그룹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방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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